[단독] "실습 차원 설립"…오동운, '가족회사' 재산 신고 누락
입력: 2024.05.07 10:00 / 수정: 2024.05.07 10:00

오동운, 2019년 부동산 회사 설립
비상장주식 2만주, 신고 대상인데
"임의 기재한 것, 실제 발행 안 해"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자가 가족회사 지분을 재산 내역에 누락하며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오 후보자는 변호사 활동 중 실무실습 차원에서 법인을 세워본 것이라며 해당 법인의 주식을 발행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법인등기부등본에는 2만주가 명시돼 있다. /뉴시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자가 가족회사 지분을 재산 내역에 누락하며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오 후보자는 변호사 활동 중 실무실습 차원에서 법인을 세워본 것이라며 해당 법인의 주식을 발행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법인등기부등본에는 '2만주'가 명시돼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수·설상미 기자]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자가 가족회사 지분을 재산 내역에 누락하며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에 휩싸였다. 해당 회사는 부동산업 등을 영위하는 곳으로 임원은 오 후보자와 배우자 김 모 씨뿐이다. 오 후보자는 변호사 활동 중 실무실습 차원에서 법인을 세워본 것이라며 존재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법인등기부등본에는 2만주가 적시돼 있지만 실제로 주식을 발행한 적은 없다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오 후보자는 자신이 사내이사로, 배우자는 감사로 있는 회사의 주식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3일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오 후보자는 증권 재산이 모두 4769만5000원이라고 밝혔다. 오 후보자가 신고한 증권 내역은 △유한양행(1144만 원) △삼성중공업(520만8000원) △유비온(234만 원) △한화시스템(2102만1000원) △더네이쳐홀딩스(768만6000원) 등이다. 오 후보자의 신고 내용만 보면 이 외에 소유하고 있는 주식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 후보자는 2019년 12월 27일 A 주식회사를 설립, 1주당 500원에 총 2만주를 발행했다. 관계 법령은 비상장주식이더라도 주식 전체의 합계액이 1000만 원을 넘을 경우 이를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제4조(등록대상재산)에 따르면 후보자 본인의 경우 '소유자별 합계액 1000만 원 이상의 주식·국채·공채·회사채 등 증권'을 등록해야 한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증권 항목에 등록해야 하는 자산은 상장주식, 비상장주식을 포함하고 있다"며 "이를 다 합쳐 소유자별로 1000만 원 이상이라면 모두 등록 대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상장주식 900만 원, 비상장주식 200만 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합계 1000만 원이 넘기 때문에 상장·비상장 주식을 모두 신고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 후보자의 경우 상장주식만 4769만5000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비상장주식도 신고해야 한다.

오 후보자는 해당 회사의 존재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활동 중 실무실습 차원에서 회사를 한번 세워본 것으로 사업 활동을 한 적은 없었는 것이다.

오 후보자 측은 <더팩트>에 "변호사로서 기업, 세무 등과 관련된 변론 활동을 하면서 법인 설립 및 등기 과정 실무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실무실습 차원에서 소유 아파트를 주소지로 해 법인 등기 절차를 밟아본 것"이라며 "법인 등기는 했지만 사업자 등록을 하거나 사업활동을 한 적이 전혀 없어서 후보자는 법인 설립 등기 신청 이후 그 같은 사실을 잊어버린 상태였고 <더팩트> 질의를 받고 나서야 생각이 났다"고 해명했다.

오 후보자가 2019년 12월 27일 설립한 부동산 회사. 배우자 김 모 씨가 감사로 있다. 오 후보자 측은 발행주식 2만주에 대해 법인 설립 등기 신청 시에 필수적으로 기재하는 사항이라 후보자가 임의로 기재한 숫자일 뿐이고, 실제 주식 발행 절차를 거친 적이 없다며 주식 누락 의혹을 반박했다. /A 주식회사 법인등기부등본 갈무리
오 후보자가 2019년 12월 27일 설립한 부동산 회사. 배우자 김 모 씨가 감사로 있다. 오 후보자 측은 발행주식 2만주에 대해 "법인 설립 등기 신청 시에 필수적으로 기재하는 사항이라 후보자가 임의로 기재한 숫자일 뿐이고, 실제 주식 발행 절차를 거친 적이 없다"며 주식 누락 의혹을 반박했다. /A 주식회사 법인등기부등본 갈무리

이어 "후보자가 이 법인 등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공직후보자 재산신고 전에 등기를 정리했을 텐데, 법인 등기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던 탓에 미처 정리를 하지 못했다"며 "후보자는 공직후보자 재산신고 과정에 이러한 점을 면밀히 살피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며 해당 법인의 폐쇄 절차를 신속하게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자 측은 'A 주식회사의 지분구조'에 대해 "실무실습 차원이라 말씀드린 바와 같이 사내이사는 후보자 혼자이고, 지분을 나누거나 한 게 없다"며 "발행주식 '2만주'는 법인 설립 등기 신청 시에 필수적으로 기재하는 사항이라 후보자가 임의로 기재한 숫자일 뿐이고, 실제 주식 발행 절차를 거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전관 출신 법조인이 실무실습 차원에서 부동산 법인을 설립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았다. 한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변호사가 직접 등기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다, 통상적으로 판사 출신 변호사들의 경우 송무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기업자문 등의 분야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등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업송무나 조세 관련 송무사건이 실무적으로 많지도 않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해명은 매우 이례적이고 쉽게 수긍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 후보자는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로 굵직한 사건이 많았을텐데 단순히 등기 실무를 위해서 가족 법인을 설립해봤다는 해명은 석연치 않다"며 "특히 오 후보자가 법인을 설립한 때는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하던 시기여서 규제를 피하기 위한 법인 설립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오 후보자의 자질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 후보자 장녀(2000년생)는 20살이 되던 지난 2020년 8월 재개발을 앞둔 성남시 땅 약 18평과 건물을 4억2000만 원에 어머니 김 씨에게 구매했다. 김 씨는 2006년부터 해당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오 씨는 오 후보자에게 3억 5000만 원을 증여받아 4850만 원의 증여세를 내고 나머지 3억 원을 매매 대금으로 사용했다. 나머지 매매 대금 1억 2000만 원은 이주비 대출로 충당했다는 게 오 후보자 측 설명이다.

오 씨가 소유한 토지는 '산성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에 따라 3000여 세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산성구역은 서울과 인접해 재개발 관심도가 높은 지역이다. 오 후보자가 오 씨에게 재산을 증여한 후 딸이 부동산을 매입한 것을 두고 세금 절감을 위해 부동산 가격 인상 전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이라는 '부모 찬스'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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