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출육 '감점' 되지 않는 저출생·돌봄 정책 만들 것"
"당직 27년 경험…민주당과 소통, 흐름파악에 강점"
정춘생 조국혁신당 당선인은 "한동훈 특검법이 당 1호 법안인 건 차별화한 선명성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라면서 정치권 일각의 '민생과 무관하다'는 지적에 대해 "1호 법안과 별개로 모든 당선인들이 전문성을 지닌 각 분야에서 민생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 중인 정 당선인.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민생입법도 한다. 거대야당보다 더 빠르게 당론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당선인은 2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한동훈 특검법(정치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딸 논문 대필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이 당 1호 법안인 건 차별화한 선명성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검법은 민생과 무관하다'는 지적엔 "1호 법안과 별개로 모든 당선인들이 전문성을 지닌 각 분야에서 민생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직군, 다양한 지역 출신의 사람들이 많은 당들은 중요 정책과 법안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길 수 밖에 없어요. 그러나 우리 당은 일단 '검찰개혁은 확실히 하자'는 걸로 똘똘 뭉쳐 오신 분들 아닙니까.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저희 당에 표를 주신 이유기도 하고요. 12명이라 빠른 의사결정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건 강점입니다."
여성정책 전문가이자 여성 최초 더불어민주당 조직국장, 문재인 정부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지낸 정 당선인은 이날 열린 첫 당선인 총회에서 원내수석부대표로 선출됐다. 원내교섭단체만큼의 힘을 발휘하긴 어렵지만 정당 간 협상에서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중책이다. 정 당선인은 "원내대표를 제외하고 모두 초선인 상황에서, 국회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과분한 직책을 맡게 됐다"며 "당의 주요과제 입법화를 위해 민주당과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민주당 상당수 의원들을 잘 알고, 설득해 온 노하우와 경험을 적극 발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당선인의 중점을 두는 민생 법안은 출산·육아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저출생·돌봄 정책 수립이다. 워킹맘으로 당직자 생활을 했던 그는 "아이 키우며 직장생활 하는 게 너무 힘들고 아이 삶도 불행할 것 같은 사회에서 누가 아이를 낳겠느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그는 "50대 이상 남성이 대부분인 정책 결정단위에서 나오는 '돈 좀 더 주면 낳겠지'식 정책으론 앞으로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출산·육아에 인센티브(가점)을 주는 게 아닌 감점 요인을 제거하는, 저출생 정책의 재구조화를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이 임신·출산·육아로 겪는 직장 내 불이익을 없애고, 남성이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쓰면 눈치봐야 하는 조직문화를 바꾸는 게 우선이란 얘기다. 정 당선인은 "출산 후 자유로운 복직이나 남성 육아휴직은 일부 대기업이나 공무원 직군에만 해당하는 게 현실"이라며 "누구나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장애물을 제거하는 정책들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춘생 당선인은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더불어민주당 전신) 공채 출신으로 27년 간 민주당 당직자로 일했다. 지난달 조국혁신당에 합류한 그는 비례대표 9번을 받아 21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남윤호 기자 |
다음은 정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22대 국회 여성 당선인 비율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여성 국회의원은 계속 증가해왔지만 여전히 과소대표되고 있다. 전체 여성 당선인이 60명 그 중에 비례는 법적으로 의무화된 비례대표가 24명, 지역구가 36명이다. 전체 지역구 254명 중 14.2%에 불과하다. 지역구에서 여성 당선인이 나와야 여성 국회의원 총 수가 는다. 과소 대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민주당 당헌엔 '지역구에 여성 30%를 의무적으로 추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공직선거법(47조 4항)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를 추천할 때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이것도 아직 멀었다. 각 정당은 지역구에 배치할 여성 정치인들을 총선에 닥쳐 영입하기보단 평소에 발굴하고 양성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3월 창당해 아직 당헌당규를 만드는 중이다. 여성공천 비율을 어떻게 정해 당헌당규에 명문화할 지, 여성 정치인은 어떻게 발굴하고 육성할 지가 숙제다. 당내 여성 정치인 비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여성위원장 김선민 당선인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
-정당이나 지역구 여성 정치인이 뿌리내리기 어려운 이유가 있나.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문화나 인식이 많이 남아있다. 이번 국회 지역구 당선자 절반인 127명이 50대, 85.8%가 남성인 데서도 볼 수 있다. 새정치국민회의에 들어온 1998년 당시엔 당직자 대부분이 남성이었고, 고위직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엔 여성이 거의 없었다. 출산휴가, 육아휴직에도 눈치를 봐야 했다. 비례대표 홀수번에 여성 의무배정은 17대 국회(2004년 4월~2008년 2월)부터 반영이 된 건데 이 역시 여성 정치인, 여성 당직자들의 투쟁의 결과물이다. 엄청난 저항이 있었다. 지금은 당내에서 여성 의제가 논의되고 커리어를 상담할 수 있는 여성 정치인 선배가 있다는 것도 큰 변화다.
그러나 아무리 개선됐다고 해도 전반적으로 보면 여전히 어느 직급 이상으론 여성들이 보이지 않는다. 출산·육아로 경력단절, 질 낮은 일자리 진입으로 빚어지는 임금격차 문제도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 때는 공공기관 임원 비율을 의도적으로 확대하는 노력 등이 있었는데 현 정부엔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여성이 고위직에 진출한다는건 여성의 경험과 삶이 반영되는 정책이 실현될 수 있는 토대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춘생 당선인은 2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원내교섭단체 완화는 우리가 요구한 게 아니라 민주당이 던진 의제"라며 "원내교섭단체(의원 20명 이상)가 되기 위한 인위적 연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당선인은 "민주당과 협력할 수 있는 정당인 조국혁신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민주당엔 더 이익"이라고 설명했다./남윤호 기자 |
-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 해병 특검법'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 행사를 시사했다.
예견된 일이었다. 대통령과 거대야당 대표가 '영수회담'까지 했는데 다 거부할 순 없으니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내줘야 한다는 정부여당 간 동의가 있었던 것 같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영수회담을 통해 '채 해병 특검법엔 미동도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생각을 확실하게 읽었다고 본다. 영수회담은 이태원 특별법 합의처리, 김진표 국회의장을 압박해 이태원 특별법, 채해병 특검법 통과를 둘 다 해낸 범야권 승리로 평가한다. 조국혁신당도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당선인 총회에서 국회의장의 특검법 직권상정 결단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힘을 보탰다.
- 조국혁신당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나.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있더라도 21대 국회 내에 처리할 수 있는 기간이 있다. 오는 28일, 29일 본회의가 한번 더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서는 무기명 투표다. 최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찬성표를 끌어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금까지 그랬듯 '채해병 특검법 통과가 민심이니 거스르지 말고 받들라'는 메시지를 내며 압박할 것이다. 원내수석부대표로선 민주당 원내 전략 흐름이나 국회 의장실 분위기를 빨리 파악할 수 있기에 대응에 유리한 점이 있지 않을까.
- 국민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한민국은 삼권분립 국가다. 총선 민심도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대등하게 제 기능을 하며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여야균형이 맞지 않는 국회라도 민의의 전당이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행정부는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국회에서 통과한 법안에 대통령이 너무 쉽게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남발하는 데, 국회에서 추천한 인사의 임명을 방치하는 데 국회의 수장이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상황도 안타깝다. 차기 국회의장은 '할 말은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스스로 선택한 정치인들의 활동에 효능감을 느끼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