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빈손' 영수회담…추가 소통 '협치' 불씨는 살려놔
입력: 2024.04.29 18:59 / 수정: 2024.04.29 19:08

尹, 민생회복지원금·이태원특별법 사실상 거부
민주 "민생 회복·국정기조 전환 의지 없어 보여"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연금개혁과 의대 증원 문제 해결 등 일부 현안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으나 민감한 쟁점 현안에 관해서는 시각차만 확인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태도 불변을 비판하면서 이번 회담을 두고 만남 자체에 의미를 뒀다. 다만,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앞으로도 소통하기로 하면서 '협치'의 불씨는 살려놨다.

사전 의제 설정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22대 총선에서 제1야당에 175석을 준 민의를 강조하며 채 상병 특검법 수용 등 갖가지 정국 현안에 대한 민주당의 요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작심 발언의 연속이었다. 별도의 의제가 정해지지 않은 회담 자리에서 할 말을 다 했다. 윤 대통령은 15분간 이어진 이 대표의 발언을 경청하며 일부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반응을 보였다.

29일 대통령실과 민주당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영수회담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720일 만에 처음으로 양자회담이 열린 것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2시부터 4시 15분까지 2시간 15분 동안 차담 형식으로 민생 현안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관심사였던 독대는 없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고, 민주당에서는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자리했다.

이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민생문제와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는 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둘 수 있다"며 "민생문제에 대해 깊이, 솔직하게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고 총론적·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했다"고 평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갈등이 첨예한 정국을 정상화해 정치를 복원하고 여야 간 협치를 위해 선의와 성의를 갖고 회담에 임했다"며 "소통과 협치가 지속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평가는 달랐다. 박 수석대변인은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 특히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총평했다. 이 대표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두어야겠다"고 말했다고 박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다만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 수석대변인은 사실상 우회적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받아들이라는 이 대표의 요구에 윤 대통령이 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정말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시기를 바란다"며 덕담을 건네면서도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을 요구했다. 특히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 주시면 좋겠다"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해 주시면 참으로 좋겠다.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태원참사 특별법 처리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독소조항이 있다는 말씀으로 이 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사실상 거부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 주시면 좋겠다"는 이 대표의 요청에 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표는 "과도한 거부권 행사, 입법권을 침해하는 시행령 통치, 인사청문회 무력화 같은 조치들은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할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일 수도 있다"며 "행정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에서 거부권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민주당 측의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첫 영수회담이 열린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첫 '영수회담'이 열린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이 대표는 민생의 어려움을 우려하면서 총선 공약인 '민생회복지원금'을 수용해달라고 요청했다. 비공개 회담에서도 "민생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대통령께서 민생회복긴급조치에 대해 직접 결단해주셨으면 한다"고 거듭 부탁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물가와 금리, 재정상황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이 대표의 제안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민생협의체에 대한 추가 논의도 없었다.

이 대표는 R&D(연구개발) 예산 복원과 전세사기특별법의 관심도 부탁했다. "정부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서 중징계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보도를 이유로 기자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매우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언론 탄압에 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밖에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하고,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대화·협력과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전환 등을 요구했다.

또한 이 대표는 현 정부 핵심 공약인 연금개혁에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은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로 하는 개혁안을 선택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며 공감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 대화와 조정을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며 민주당이 해법 마련을 위해 제안한 국회 공론화특위에서의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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