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720일 만에 첫 영수회담
민생회복지원금·채상병 특검법 등 합의 주목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2시 영수회담을 갖는다. 2023년 10월 3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앞서 사전 환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는 윤 대통령. /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영수회담을 한다. 의제를 특정하지 않은 만큼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계속된 여야 대치가 '협치 국면'으로 전환될지 회담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민생 법안 합의 처리와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채 상병 특검법' 수용, 회담 정례화 등이 기대되는 주요 성과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담 형식으로 회담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720일만이다. 회담은 최소 1시간 이상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주말 기간 회담 준비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대면 소통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2022년 8월 이 대표의 당대표 취임 축하 인사 통화한 이후 주로 여러 국가 행사에 참석해 악수만 나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3월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만났다.
회담에는 양측에서 각 3명씩 배석한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함께한다. 이야기가 원활히 전개되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독대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영수회담으로 국정 현안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대통령실의 요청으로 구체적인 의제 조율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양측이 국정 주도권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다가 '빈손'으로 끝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 26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영수회담을 사전 의제 조율 없이 실시하기로 한 데 대해 "그렇게 만나면 될 것도 안 된다"며 "윤 대통령과 협의나 대화를 할 때는 의제를 명확히 설정하고 만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가감 없이 윤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도 대화 테이블에 나올 수 있다. 실무 협상 과정에선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민생지원금을 위한 재정 투입은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이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3%를 기록하며 수출과 내수가 균형잡힌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내수를 자극하는 재정 투입은 물가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등 특정 현안에 대해선 전향적인 결단을 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채 상병 특검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 시한을 다음 달 2일로 못 박은 상황이다. 해당 특검법에는 수사 대상으로 '대통령실 등을 비롯한 기관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로 두고 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 측이 요구하는 의제를 파악하고, 충분히 검토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정무수석은 지난 26일 3차 실무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민생 현안, 국민적 관심 사항들에 대해 대통령도 이 대표와의 만남 속에서 모멘텀(상승동력)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며 의제를 민생 현안에 국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영수회담에서 양측이 어떤 합의를 도출해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2022년 2월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두 번째 TV 토론회에 앞서 인사하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
대통령실은 민주당 측에 민생 법안 합의 처리와 차기 국무총리 인선 협조 등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그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공언했지만 관련 소득세법 등이 국회에서 막혀 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발생한 양도소득에 20~2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지원 강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기업의 일반 분야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를 한시적으로 높이는 기업 투자 활성화 법안 등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민생 입법 과제다. 현안인 의대 증원 문제와 연금개혁 등에 대해서도 지지와 협조를 구할 수 있다.
회담 후에는 공동 합의문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에서 나온 의제들을 정부와 여당이 추진할 업무, 야당 협조를 얻는 부분으로 나눠 실행력을 높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 정례화에도 뜻을 모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 "일단 만나 소통 시작하고 앞으로는 자주 만나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또 통화도 하면서 국정 논의하자"고 한 바 있다. 천 비서실장은 3차 실무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두 분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회담 정례화의)필요성을 확인한다면 자연스럽게 그런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계 원로'인 정대철 헌정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첫 영수회담에 임하는 두 사람을 향해 "첫째는 협치의 정신으로 서로 대화와 타협을 하는 기본자세를 가져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을 하고 시작을 해야 한다. 양쪽 모두 야당의 생각을 깊이 듣고 거기에서 타협점을 찾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윤 대통령에 대해선 "국민적 요청이 무엇인가를 살펴야 한다. 예를 들면 '채 상병 사건'에 대해서도 이 정권이 살아나라면 윤 대통령이 떳떳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서도 이번에 덮고 가면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나서도 드러난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힘이 없어서 (아들 구속을) 막지 못했겠나. 그걸 두둔하고 가면 권력 유지가 안 되고 국민적 지지를 못 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가능한 한 회담을 일회성이 아니라 소통 채널로 해야 한다. 국민과 대화하려면 야당과의 대화가 기본이 돼야 하므로 (영수회담을) 계속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