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첫 영수회담의 난관인 의제를 선정하지 않고 일단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난항을 겪던 영수회담이 급물살을 탔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성사될 전망이다. 대통령실과 민주당 측이 의제 조율에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걸림돌인 의제를 선정하지 않고 서둘러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실무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르면 이번 주말쯤 영수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랜만에 하는 영수회담이라 의제 정리와 사전 조율이 녹록지 않은 것 같다. 복잡한 의제들이 미리 정리됐으면 좋았을 텐데 쉽지 않은 것 같다"면서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하게 만날 일정을 잡도록 하겠다"며 되도록 빨리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화답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이 대표의 뜻을 환영한다면서 일정 등을 확정하기 위한 실무 협의에 바로 착수하겠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생각이 맞다"며 "통 크게 만나고, 서로 국정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오전에 3차 실무회동을 한다. 장소는 비공개다. 이후 오후 2시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회동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 대표가 영수회담의 관건인 의제를 선정하지 않고 일단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공언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실무회동에서 날짜와 회동 방식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영수회담 준비를 위한 대통령실과 민주당 측의 2차 실무회동은 40분 만에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민주당은 회동 이후 브리핑에서 "사전에 조율해서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제시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안한 이후 의제를 둘러싼 기 싸움이 이어지면서 진전이 없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접점을 못찾는 의제 조율은 접어두고 신속히 만나자고 제안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일정 등을 확정하기 위한 3차 실무 협의에 바로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그동안 민주당은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해병대원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해 왔다. 또한 언론탄압과 방송장악 행태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의 분명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도 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위원장의 해촉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철회가 거론되기도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의제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명품백 문제도 그렇고 사과 한마디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해선 안 된다"면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하시고 특검 등을 통해 명백하게 밝혀야 김 여사가 정상적인 영부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앞세워 다양한 의제 선점에 열을 올렸지만, 대통령실은 물론 여당에서도 과하다는 인식을 내비치며 여러 의제에 대한 확답을 피했다. 의제 조율이 지연되면서 애초 이번 주 예상됐던 영수회담이 다음 주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소통을 계기로 한껏 올라간 협치 기대감이 서서히 줄어드는 분위기였다.

지지부진했던 영수회담이 급물살을 타자 범야권에서 사전 의제를 선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협의나 대화할 때는 의제를 명확히 설정하고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범야권에 드린다"며 "의제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고 우선 만나자는 분위기로 흘러가는데, 제가 윤 대통령과 여러 번 그런 식으로 만났지만 그렇게 만나면 될 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사견임을 전제로 "대표님이 윤 대통령과 만나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국민께 약속한 만큼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는 자체가 의미 있지만 첫 영수회담에서 국민에게 무언가 성과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hincomb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