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야당의 21대 국회서 쟁점 법안 처리 방침에 반대
본회의 일정·안건 등 마지막 회기 의사일정 합의 진통 가능성
여야가 쟁점 법안 처리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윤재옥(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회동에서 5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했다. /뉴시스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쟁점 법안 처리를 둘러싼 이견을 보이면서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임기 막바지에 접어든 21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인 5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협의 과정도 난맥상이다.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이번 국회에서도 여야의 대립과 정쟁 탓에 한가득 쌓인 각종 민생 법안은 막판까지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5월 임시회에서 쟁점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채 상병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전세사기피해 특별법 등이 대표적이다. 원내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21대 국회에서 쟁점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면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뤄선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두 차례 본회의를 열어 법안 처리를 벼르고 있다. 지난 23일 정무위원회를 열어 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예우를 위한 민주유공자법과 가맹점주단체 등록제와 협상권 도입을 위한 가맹사업법을 단독 처리했다. 18일에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 내용을 일부 수정해 본회의 부의 요구를 단독으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심을 앞세우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쟁점 안건은 쟁점대로, 비쟁점은 비쟁점대로 마무리하는 것이 국회의 책임"이라며 "총선이 끝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총선 민의에 따라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해야 한다. 마무리 국회를 열지 않는 것은 명백한 책임 방기"라고 못박았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 이태원참사 특별법 등을 21대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입법을 몰아붙인다며 반발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여당은 쟁점 법안인 만큼 숙의를 거쳐 처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총선 민심은 야당의 입법 폭주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면서 "여당과 합의 없이 한 달 남은 이번 국회에서 온갖 법안들을 통과하겠다는 (야당) 의중은 (여당을) 협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22대 국회에서 다루는 게 맞다"고 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총선 직후 본회의에 직회부된 양곡관리법과 민주유공자법, 가맹사업법은 하나같이 정치권과 현장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여 신중 검토를 요하는 쟁점 입법"이라며 "성급한 그리고 한쪽에 치우친 입법은 결코 좋은 법률이 될 수 없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밀린 숙제하듯 법안을 날치기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쟁점 법안 처리 여부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5월 임시회 본회의 일정과 안건 등 의사일정 합의에 진통이 예상된다. 전날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윤재옥·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회의가 끝났다. 여야 원내대표는 오는 29일 다시 추가 논의하기로 했는데 견해차가 크다는 점에서 쟁점 법안 처리에 대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은 작다.
여야의 정쟁 속 민생 법안은 외면받고 있다. 월세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나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강화하는 법안 등 발의된 1만6000여 건의 법안이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향후 여야 합의에 따른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일부 법안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들은 다음 달 29일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으로 폐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