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총선 참패 백서' 만든다...4년 전에도?
입력: 2024.04.24 00:00 / 수정: 2024.04.24 00:00

TF 위원장으로 서울 마포갑 조정훈 선임 "정당 체질 개선해야"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총회에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 /남용희 기자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총회에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이 4·10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하는 백서 작업에 착수했다. 위원장으로는 서울 마포갑에서 599표 차 신승을 거둔 조정훈 의원이 임명됐다. 백서는 2027년 대선과 2028년 총선까지 염두에 두고 당의 체질 개선과 개혁 방향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4년 전에도 백서를 만들었던 만큼 그 실효성에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당 안팎으로 분출되는 대통령실 책임론과 당정관계에 대한 내용이 담길지도 주목된다.

조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보고서 하나 쓰려고 단장 맡은 게 아니다. 저희가 뼛속까지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며"수도권의 목표 의석수가 '석권'이 아닌 3분의 1, 이래서는 절대로 수권 정당, 집권정당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이 가진 이미지는 '이대로 멈춤'"이라며 "2년 남은 지방선거까지 극복하지 않으면 그 1년 뒤 대선도 어려울 것이고 다음 총선도 해보나 마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지역에서 당선됐다, 낙선됐다 이럴 때가 아니라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백서에) 무슨 일이 발생했다는 건 당연히 적어야겠지만 5대 개혁 과제, 7대 개혁 과제와 함께 로드맵을 함께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의원은 '영남 자민련' 지적에 대해서도 "영남권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 사실"이라며 "그 길로 가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의 책임이냐 당 지도부의 책임이냐, 공천을 잘했냐 못했냐를 왈가왈부하기 시작하면 싸움박질만 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전날(22일) 총선 백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조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조 의원은 이번 총선 핵심 승부처인 '한강벨트'에서 생환했다. 조 의원은 총선 백서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총선이 끝난 뒤 처음으로 열린 16일 당선인 총회에서 총선 백서 필요성을 주장하며 집필에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 지도부는 조 의원에게 TF와 관련한 전권을 맡길 방침이다.

TF는 이번 주 내 위원 선임을 마치고 본격적인 실무 작업에 들어간다. 조 의원은 전당대회가 예상되는 6월 말 이전까지 백서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조 의원은 당권도전을 시사한 상태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제22대 총선 당선자들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 참석해 국민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제22대 총선 당선자들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 참석해 국민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백서 작업을 두고 당내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먼저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4년 전 총선에서 참패한 뒤 발간한 백서가 큰 효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선거를 준비하면서 지난 백서를 읽어본 사람이 있기나 하겠느냐"며 "4년 전 총선과 패배 원인은 거의 같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정양석 전 의원을 위원장으로,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부위원장으로 하는 특위를 구성해 208페이지 분량의 백서를 집필했다. 백서는 총선 참패 원인으로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 △효과적인 전략 부재 △40대 이하 연령층의 외면 △최선의 공천이 이뤄지지 못함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 등을 지목했다. △이념지형의 변화 △'퇴행적 보수' 이미지 △외연확장의 실패 △미래비전 제시 부족 등도 지목됐다. 이번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도 지목되는 요인들이다.

실제로 이번 총선 참패 원인을 두고 수도권·중도층·청년층 지지를 회복하지 못한 점이 꼽힌다. 이들을 공략할 전략이 부재한 채 이념 등 색깔론을 꺼내며 '지지층 다잡기'에만 몰입했다는 점도 패인으로 지목된다. 공천 과정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의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통령의 영향도 마찬가지다. 4년 전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 성과로 높은 긍정 평가를 받았고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다.

TF 구성과 시점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 의원이 왜 위원장이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조 의원은 우리 당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제 막 재선에 성공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막 총선이 끝나고 당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라며 "전당대회 전까지 냉정하고 깊이 있는 백서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백서는 두 달여에 걸쳐 출마자를 비롯한 당 관계자와 취재기자단,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와 지역 간담회를 거쳐 만들어졌다.

4년 전 백서 작업에 참여했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이번 총선 백서는 지난 총선 백서보다 중요하다"며 "4년 전 총선은 탄핵 여파 등 열악한 환경에서 치렀는데 이번엔 그런 환경이 없었는데도 참패했다. 정말 처절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지금은 백서를 만들기 이른 시점"이라며 "낙선인들도 감정을 추스르고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돌아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백서는 선거를 돌아보고 문제점을 처절하게 집어내는 것이지 방향성까지 제시하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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