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21일 공물 바쳐…각료 2명도 참배
정부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 보여달라"
일본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이하 야스쿠니 모임)'이 23일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国) 신사에 집단 참배했다. 사진은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이 지난해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집단 참배하고 있는 모습. / AP.뉴시스 |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일본 여야 의원들이 23일 야스쿠니(靖国)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춘계 예대제(春季例大祭· 봄 제사)를 맞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 공물을 바친 데 이어 여야 국회의원들의 '집단 참배'가 이뤄진 것이다.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식민지 시혜론'까지 담은 역사교과서가 검정 통과하는 등 일본 내 우경화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정부는 이날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회원 90여명은 이날 오전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집단 참배했다. 집권 자민당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총무회장, 자민당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간사장 대행 등이 함께 했다.
야스쿠니 모임 부회장인 자민당 아이사와 이치로(逢沢一郎) 중의원(하원) 의원은 참배 후 기자들에게 "대다수 일본 국민이 전후(2차 세계대전 후) 출생으로 새로운 시대가 됐다"며 "전쟁의 비참함, 평화의 귀중함을 가슴에 새기고 후세에 전한다는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참배했다"고 설명했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도조 히데키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A급 전범 14명과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 중 사망한 군인·군속(군공무원)·정치인·민간인 등 246만6000여명이 합사돼 있다. 이들 중 대다수인 213만3000여명은 태평양전쟁(1941년 12월~1945년 8월) 때 사망한 이들이다.
일제 군국주의의 피해를 입은 한국·중국 등이 일본 정치인들의 신사참배나 공물 봉납을 과거 침략 전쟁에 대한 미화·정당화 의미로 해석한다. 반면 일본 정치인들은 신사 참배나 공물 헌납을 전몰자를 추도하는 의례적 행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기시다 총리도 2021년 10월 취임 이후 춘계와 추계 예대제, 8월 15일 패전일 때마다 공물을 봉납해왔다. 참배한 적은 없다. 우익 성향으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경제재생상은 이번 예대제 기간에 맞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외교부는 21일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이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의 중요한 토대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