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류 영남·비주류 수도권, 총선 참패 원인 두고 갈등
입력: 2024.04.23 00:00 / 수정: 2024.04.23 00:00

윤상현 "영남당으로 굳어진 당의 한계, 체질을 지적하는 것"
권영진 "또 영남 탓...경우없고 모욕적"


국민의힘이 4·10 총선 참패 이후 당 수습 방안을 놓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제22대 총선 당선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 참석해 국민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국민의힘이 4·10 총선 참패 이후 당 수습 방안을 놓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제22대 총선 당선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 참석해 국민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이 4·10 총선 참패 이후 당 수습 방안을 놓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근간에는 총선 패배에 대한 시각차가 있다. 비주류 수도권 당선인과 낙선인들은 '영남당'의 한계와 수도권 전략의 부재를 지적한다. 수직적인 당정관계가 중도층 중심의 수도권 유권자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류인 영남 당선인들이 이같은 주장에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수도권과 영남 인사들 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수도권 당선인 및 낙선인들은 지난 3번의 선거 모두 수도권에서 패배한 만큼 수도권 중심의 혁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도권 5선 고지에 오른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이날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토론회를 열고 "영남이 보수의 심장이라면 수도권은 보수의 팔다리다. 싸움은 팔다리로 하지 않나. 그 싸움에서 대패한 것"이라며 "영남에도 큰 자부심이 있지만, 영남인이 바라는 것은 수도권으로, 중원으로 외연을 확장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여름부터 수도권에서의 위기를 여러 차례 말했다"며 "그러나 수도권에 맞는 인물 배치나 공약, 메시지 등 전략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 민심을 느끼는 감수성이 약한 지도부의 한계도 있었다"며 "이런 얘기를 하면 영남을 모독한다고 발끈하는 분이 있다. 생뚱맞은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저는 영남당으로 굳어진 우리 당의 한계, 체질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지금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도 수도권은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광진을에서 낙선한 오신환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저희가 얘기하는 것은 수도권 민심에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것을 영남 탓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심각한 오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개인의 지역구가 어디든 간에, 당 전체가 세 차례 연속으로 수도권 참패를 했다. 또 40~50대로부터 저주에 가까운 외면을 받고 있다"며 "이런 참담한 결과에 대해 모두가 성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시청 후 대부분 소속의원들과 당 관계자들이 자리를 떠난 모습. /남용희 기자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시청 후 대부분 소속의원들과 당 관계자들이 자리를 떠난 모습. /남용희 기자

반면 영남 당선인들은 동의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경남 양산을에서 생환한 김태호 의원은 당선인 총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당대표·원내대표의 지역별 안배 의견에 대해 "옳은 시각이 아니다"라고 반대했다. 그는 "나도 낙동강 최전선에서 겨우 살아왔다"며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집권당이고 물밑에서 치열한 논쟁을 통해 하나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그냥 대통령과 맞짱뜨는 것처럼 하면서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는 형태는 옳지 않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누는 것도 분파적이고 냉소적인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홍석준 의원(대구 달서갑)은 22일 페이스북에 수도권 패배에 대해 "수도권 선거 준비의 문제이지 영남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렇게 되면 우리 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영남 유권자들의 화만 불러일으킨다"며 "총선의 공천과 선거지휘를 했던 한동훈 위원장과 장동혁 사무총장이 영남 출신도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권영진 당선인(대구 달서병)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또 영남 탓이냐"며 "선거 때만 되면 영남에 와서 표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무슨 문제만 생기면 영남 탓을 한다. 참 경우 없고 모욕적이다"라고 했다. 그는 연일 혁신을 요구하는 윤 의원을 겨냥해 "이번 선거의 패배가 구조적으로 영남당이라서 당 지도부나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못 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주장한다"며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은 수도권 출신 당의 중진의원으로서 지난 2년 동안 무엇을 하셨나"라고 반문했다.

최수영 평론가는 통화에서 "지금은 국민에게 국민의힘이 달라진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혁신은 경쟁하는 권력에서 나온다"며 비주류 수도권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봤다. 이어 최 평론가는 "차기 지도부에서 전당대회 룰 개정과 백서 발간 등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수도권 122석 중 절반이 채 안 되는 35석이 기준이 됐다"며 수도권 패배가 고착화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남당의 한계를 벗어나야 다음 대선과 지선, 총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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