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전쟁 미화 넘어 '식민지 시혜론'까지
"해당 교과서 부적합 한일 전문가 공통 의견"
외교부, 日대사 초치 "즉각 시정 촉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했다. 대통령실은 통화 내용에 대해 "양국 정상은 지난해 일곱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쌓은 견고한 신뢰관계와 양국 간 긍정적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올해도 정상간·외교당국간 격의 없는 소통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일본 내에서도 가장 극우적인 것으로 꼽히는 교과서가 19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했다.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 뿐 아니라 일제의 식민 지배 피해와 침략전쟁 미화를 넘어 '식민지 시혜론'까지 담고 있는, 레이와서적의 중학교 역사교과서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 전화 통화로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한 지 이틀 만이다. 정부는 양국관계 발전 추세에 역행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日 극우 주장 그대로…레이와 교과서 뭐가 문제길래?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공동 운영위원장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해당 교과서에서 가장 큰 문제로 "식민지배에 대한 극히 비상식적이고 거짓된 기술"을 꼽았다. 교과서가 일본의 불법조약 체결이나 강제병합은 언급하지 않은 채 조선에 얼마나 많은 시혜를 베풀었는지에 대해 자세한 수치를 나열하며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2000년대 초부터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응해 온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에 따르면 이 교과서에는 "우리나라는 안전보장을 위해 조선반도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일본이 주도해 조선의 근대화를 진행하고자 했다", "사용빈도가 줄던 한글문자의 교육도 행했다"는 서술 등이 담겨 있다.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는 이날 성명을 내 "레이와 서적의 교과서는 말 그대로 교과서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한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교과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서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1944년 이후 사람들에 한정하고 있다. 또 '징용공에게는 임금이 지불됐다'고만 언급해 열악한 노동 상황이나 강제성도 제거했다.
성명은 "레이와 교과서는 전쟁에 나선 천황을 찬양하고, 일본군의 우수성을 자랑스럽게 기술한다"며 "아시아태평양전쟁을 '아시아해방전쟁'과 '대동아전쟁'으로 미화해 전쟁의 참상에 대해 느낄 수 없게 하고, 침략에 대한 반성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한일관계를 파탄내고, 청소년들의 미래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역사왜곡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외교부는 이날 레이와 교과서 검정 통과에 유감을 표하며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임영무 기자 |
◆외교부 "식민지배에 대한 거짓 기술 즉각 시정해야"
정부는 이날 레이와 교과서 검정 통과에 유감을 표하며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내 "정부는 일본 정부가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강제징용 문제, 식민지배에 대한 극히 비상식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거짓 기술을 포함한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즉각 시정을 촉구했다.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이 담긴 교과서를 일본 정부가 또다시 검정 통과시킨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주장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는 바"라면서다.
성명은 "과거의 과오에 사죄와 반성은 커녕 오히려 이를 미화하는 내용으로 가득한 교과서를 용인한 것은 양국관계 발전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가르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양국관계의 미래는 물론 일본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세대가 이처럼 편향되고 왜곡된 역사교육에 노출될 경우 갖게 될 편견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는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세대의 교육에 있어 보다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