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내부 목소리 엇박자 표출
與 "보수 유권자 고려해야"…野 "탄핵 전 분위기와 유사"
대통령실은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참모 인선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일축했다. 다만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새롬·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총선 후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진 후임자 인선을 검토 중인 가운데, 문재인 정부 인사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카드가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변인실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여권 비판이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인물난에 빠지고 대통령실 내부서 엇박자가 나는 등 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조짐이 나타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17일 오전 기자단 공지를 통해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앞서 TV조선, YTN 등은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임에 박 전 의원을, 이관섭 비서실장에 후임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기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고, 당사자들도 대통령실 제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라고 보도했는데 이를 일축한 것이다. 대통령실이 부인하기 전 이른 오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실 관계자발로 이들을 유력 검토했다는 후속 보도도 뒤를 이었다. 대통령실 내부 엇박자가 그대로 표출된 셈이다.
대통령실이 조속히 진화에 나선 것은 여권의 거친 반응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경기 화성시을)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짜 이렇게 인사가 진행된다면 임기 초에는 MB계열 뉴라이트만 기용해 'MB아바타 소리 듣더니 이제는 '문재인 아바타'다"라며 "이제서야 왜 취임 초부터 보수 계열 인사들을 당내에서 그렇게 탄압하고 내쫓았는지 알겠다"라고 보수 지지층 여론을 환기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당선인(경기 포천시가평군) 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좀 당혹 스럽다. 만약 현실화 된다면 지지층 사이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권영세 의원(서울 용산)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그만큼 정부 입장에서 인적 쇄신을 위해 제한 없이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이라면서도 "보수 유권자층, 내부 생각도 고려해 세 카드를 동시에 하는 게 맞는지 일부라도 하는 게 맞는지 인사를 다루는 분이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선 보수 지지층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의견과, 여야 협치 차원에서 가능하다는 반응이 엇갈렸다.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윤 대통령이 박 전 장관과 양 전 원장 기용을 강행할 경우 파격 인사로 평가될 전망이다. 박 전 장관은 4선 의원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냈다. 양 전 원장은 문 전 대통령의 정계 입문을 권유했던 인물로,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윤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다고 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20대 총선 출마를 권유했었고 그 인연으로 문 전 대통령에게 윤 대통령을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문재인 정부 출신까지 인사 대상을 대폭 확대한 배경에는 향후 야당과 협치를 적극적으로 하려는 것도 있지만, 여권 인사 인물난도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지난 주부터 차기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권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임명 제안에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경기 하남갑)는 SBS 라디오에서 박영선·양정철 기용설에 대해 "박근혜 정부 탄핵 직전, 탄핵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무현 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씨를 총리 지명한 것과 유사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에서) 여러 분들이 거론됐지만 난파선의 마지막 순장조가 되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있는지 다들 썩 내켜하지 않는 것 같은 분위기"라고 대통령실 인물난을 짚었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선 방침에 대해 전날(16일) 기자들과 만나 "굉장히 중요한 인사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결정할 일은 아니고, 조금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면서, 특히 언론인이 기사를 통해 주는 피드백도 잘 감안하면서 판단 해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