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화근이 됐다. 여당이 참패한 총선 결과를 두고 윤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협치'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제1야당대표와의 만남 가능성이 요구되는 탓이다. 사진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의석 과반을 차지한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16일 윤 대통령이 여당이 참패한 총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공개 회동 가능성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인다.
이 대표는 총선 승리 이후인 지난 12일부터 영수회담 가능성을 띄우고 나섰다. 영수회담은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가 만나서 하는 공개 회담을 뜻한다. 이 대표는 당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윤 대통령을)당연히 만나고 당연히 대화해야지 지금까지 못 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당 대표 취임 이후 지난 2년간 여러 차례 윤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이에 응답한 적은 전혀 없다.
민주당은 '민생'을 이유로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압박하고 나섰다. 정부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이유가 국정 운영 실책에 따른 '심판론'이 작용한 만큼,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에는 여야정 간 협치를 통해 정치를 복원해 민생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를 향해 "윤 대통령이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해 협력하기를 바란다면 민주당이 제시한 정책들을 수용하고 함께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며 "민주당은 정부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영수회담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영수회담 개최 및 민·의·당·정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시하며 "윤석열 정부는 진정성 있게 제안을 수용하고, 의료계 역시 국민과 환자를 위해 사회적 협의체에 조건 없이 참여하는 결단을 보여주어야 한다"(김윤 비례대표 당선인)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 정국을 지속해야 임기 3년 간 여야의 협치를 위해 영수회담을 요청할 것이라는 예측이 정치권에서는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그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모두 거절해 온 윤 대통령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남은 임기 3년 국정 운영을 위해선 야당과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국무회의에서 집권 여당의 참패에 관해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영수회담 가능성에 관해 "윤 대통령이 '국민들을 위해선 못 할 게 뭐가 있느냐'고 한 발언에 포함돼 있다"라며 "(다만) 현 국회가 5월 말 마무리되고 새 국회가 열리면 어떤 시점이 국회 야당과 소통하기에 적절한 시점인지 (봐야 한다) 또 야당과의 소통 때 늘 여당이 함께 해야 하는 측면도 있는데 여당 지도 체제가 완전히 갖춰진 게 아닌 거 같아서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영수회담이 성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도봉갑 김재섭 국민의힘 당선인은 1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중간평가로서의 총선에서 여당이 뼈아픈 패배를 겪었고 남은 국정운영 3년 동안 야당의 협치를 구하는 것이 불가피한 문제가 됐다"며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 자체가 우리 국민들께 보내는 분명한 시그널이 있을 것"이라며 영수회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실의 국무총리·비서실장 교체 등 인적 쇄신에 관해서도 의문을 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고민정 최고위원. /배정한 기자 |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실의 국무총리·비서실장 교체 등 인적 쇄신에 관해서도 의문을 표하며 국정 기조 전환을 향한 압박의 올가미를 걸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신임 대통령실 고위 인사로) 권영세 의원, 원희룡 전 장관 이런 분들이 거론되던데 반응을 보면 '나는 연락받은 적 없다'며 대부분 손사래를 친다"라며 "하려는 여당 인사들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일종의 레임덕 시작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