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국정쇄신 신호탄' 영수회담 응할까
입력: 2024.04.16 00:00 / 수정: 2024.04.16 00:00

대통령실, 내부 정비 후 판단할 듯 
회동 의제, 대상 두고 충돌 가능성
16일 국무회의서 '협치' 메시지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공식 회동 제안에 응할지 주목된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공식 회동 제안에 응할지 주목된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2022년 3월 10일 당선 소감 中)

22대 총선 참패 이후 "국정 쇄신"을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회동을 신호탄으로 협치에 전향적으로 나설지 주목된다. 비서실장 교체 등 대통령실 참모 인선 작업이 마무리되면 회동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은 현재 추진하지 않고 있다.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 인선과 조직개편을 우선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임 비서실장이 임명되면 '영수회담' 관련 의견을 취합해 정무적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공식 만남이 성사된다면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2022년 8월 당대표 취임 직후부터 수차례 영수회담을 제안해왔지만 윤 대통령은 그때마다 거절해왔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간 공식 회동이 가장 늦게 성사된 김영삼 전 대통령(110일)때를 훨씬 넘긴 상태다. 두 사람은 그동안 이 대표의 당대표 취임을 계기로 통화했을 뿐 여러 국가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0월에는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 전 사전환담에서 만났으나 역시 별다른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당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국정기조 변화와 협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민생에 대한 국회 협조를 당부하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었다.

야당은 연일 윤 대통령을 향해 회동을 제안하며 압박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며 "공개회동 자리에서 예의를 갖추며 단호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회동을 요청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1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윤 대통령을)당연히 만나고 당연히 대화해야지 지금까지 못 한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한 바 있다.

역대 영수회담은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임했던 시절만 해도 꽉 막힌 정국을 타개할 최후의 카드였다. 대표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 의약분업으로 의료대란이 심각해지자 이회창 전 총재와의 영수회담을 통해 의약분업을 실시하되, 국회에서 약사들의 임의조제 근절을 담은 약사법을 개정하기로 담판 합의를 보면서 의약분업 시행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당정 분리를 본격화한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부터는 영수회담에서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다수였다.

이번 총선으로 남은 임기 3년도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운영을 해야 하는 윤 대통령으로선 야당과의 협치가 강하게 요구된다. 영수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예상되지 않더라도 국정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전향적인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야당과 협치하는 제스처를 취해 국면 전환을 꾀하는 차원에서 회동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023년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윤 대통령. /이새롬 기자
야당과 협치하는 제스처를 취해 국면 전환을 꾀하는 차원에서 회동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023년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윤 대통령. /이새롬 기자

회동에 응하더라도 방식과 대상,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불발될 것이란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특히 이 대표와의 단독 회담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 대신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는 3자 회동 방식을 선호한다고 밝혀왔다. 여당 지도부를 배제하고 야당 대표와는 만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KBS와의 신년 대담에서 '이 대표와 단독회담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저 역시도 정당 지도부와 충분히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도 "영수회담이라고 한다면 여당의 지도부를 대통령이 무시하는 게 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 대표의 '3자 회동' 제안에 대해 대통령실은 "여야 대표 회동이 먼저"라며 여당에 공을 넘긴 사례가 있다. 이 경우 여당 지도부가 새로 선출될 때까지 회동은 미뤄질 수 있다.

누구를 만날지, 어떤 의제를 논의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채 상병 특검법'과 이종섭 특검법,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을 줄줄이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조국혁신당이 회동에 참여할 경우 이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해 "협치는 만나서 차 마시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박정훈 대령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거나, 현재 꼬인 실타래를 풀어내기 전까지는 윤 대통령을 절대 만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등 새 정무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영수회담 성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서실장에는 이번 총선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이 대표와 맞붙었다가 낙선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김한길 국민통합위 위원장,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 이정현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당초 원 전 장관이 유력 검토됐으나 당 안팎에 부정 여론이 높아지면서 기류 변화가 읽힌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인 지난해 1월 "대통령이 범죄 피의자와 면담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와의 회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영수회담 추진을 위해선 윤 대통령의 '협치'에 대한 강한 의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를 통해 총선 관련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여기에 야당을 향한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통령실은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 신설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안 중 하나로, 민심을 제때 정확히 전달하고 정책 조정과 공직기강 등의 역할을 하는 조직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공직사회의 일하는 분위기와 공직기강을 다시 점검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공직기강을 위한 조직 신설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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