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선 대통령'으로 화려한 데뷔했지만…尹, 조기 레임덕 수순  
입력: 2024.04.12 00:00 / 수정: 2024.04.12 00:00

與서도 '용산 책임론'…당내 지지 기반 약해  
국정 쇄신, 국면 전환 카드될까  


22대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로 집권 3년차에 윤 대통령의 레임덕이 사실상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3년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22대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로 집권 3년차에 윤 대통령의 레임덕이 사실상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3년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 본격화할 것으로 평가된다. 집권 3년 차에 입법부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해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한 탓이다. 여당 내에서도 이번 총선 주요 패인으로 '용산 리스크'를 꼽고 있어 윤 대통령과 친윤계의 정치적 입지는 줄어들게 됐다. 국정쇄신과 야당과의 협치, 배우자 의혹 정면돌파 등 조기 레임덕을 막기 위해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22대 총선 결과, 국민의힘은 총 108석을 얻어 국회 과반 의석에 한참 못미쳤다. 총 175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에 입법 주도권을 또 넘겨주게 된 것이다. 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집권 여당임을 고려하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큰 패배로 평가된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이후 '승자의 저주'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이번 공천 과정에 여러 차례 잡음이 터져 나왔지만 정권에 분노한 민심을 비껴가지 못했다.

집권당의 다수 의석 확보 실패는 대통령 레임덕을 초래하는 큰 요인이 된다.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예산안과 각종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기 위해선 재적 의원 과반인 150석 이상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산케이신문 등 외신들도 이같은 이유를 들며 윤 대통령이 향후 레임덕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역대 정권을 살펴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6년 20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122석을 확보하는 데 그치면서 콘크리트 지지율이 붕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헌정 사상처음으로 탄핵당했다.

여권 내에서 불거져 나오는 '용산 책임론'은 레임덕 현상에 불을 붙일 수 있다. 총선을 뛴 후보들은 각종 용산발 악재로 '정권심판론'이 거세지면서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만 하더라도 여당 후보들의 선거 판세는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과 출국,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의대 증원에 따른 의정갈등 장기화 등 굵직한 이슈들이 터지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중심으로 여당 후보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대통령실이 이 전 대사와 황 전 수석을 자진사퇴시키고 의대증원에 대해서도 '모든 의제를 열어놓고 대화하겠다'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 총선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어떻게 국정쇄신을 하느냐에 따라 조기 레임덕이 가속화하거나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관섭 비서실장과 이도운 홍보수석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4.10 총선 결과 입장 발표를 위해 브리핑룸으로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이 어떻게 국정쇄신을 하느냐에 따라 조기 레임덕이 가속화하거나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관섭 비서실장과 이도운 홍보수석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4.10 총선 결과 입장 발표를 위해 브리핑룸으로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자연스레 대통령의 당내 장악력도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 결과로 윤 대통령의 권위가 실추되면서 여당은 차기 대권주자를 찾아 떠나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참모 및 내각 총사퇴와 국정기조 변화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여당 내부에서 비윤계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 탈당 요구까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총선을 일주일을 남겨두고 '험지'에 출마했던 조해진·정운천 의원은 윤 대통령의 공개 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고 함운경 후보는 윤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당시엔 총선 직전 내부 분열을 막기 위해 일단락했지만 총선 참패 책임론을 두고 당과 대통령실이 떠넘기기를 하면서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여당 내 정치적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점,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레임덕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3개월여 만에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고 87년 체제 이후 최초로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 출신' 대통령으로 화려하게 정치계에 데뷔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콘크리트 지지층이나 당내 정치적 자산이 약하고 위기 대응 능력과 정무적 감각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김 여사를 둘러싼 야당 공세와 제2부속실 설치 문제 등 대통령이 레임덕 가속화를 막기 위해 결단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보통 레임덕은 임기 말에 오는데, 지금은 임기 중반에 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잘하면 헤쳐나갈 수도 있다"며 "한없이 낮은 자세를 보이고 내각이나 대통령실을 과감하게 쇄신해야 한다. 또 여야 협치를 무조건 해야 한다. '김건희 특검법' 등은 특검을 어떻게 할지 협상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레임덕보다 훨씬 더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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