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탐방] 부산 북을 도전장 내민 '북구 전문가' 정명희
입력: 2024.04.09 10:00 / 수정: 2024.04.09 10:00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후보 동행 취재
주민과 울고 웃은 4년의 소중한 경험으로 열심히 일하겠다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북을)가 4일 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부산=조성은 기자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북을)가 4일 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부산=조성은 기자

[더팩트ㅣ부산=조성은 기자] "제가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핸드폰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부산 북구 만덕동 한 마트에서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북을)를 만난 한 주민은 육교 아래 가로등 빛이 약하다고 얘기했다. 구청에 민원을 넣었는데도 아직 그대로라는 말에 정 후보는 "구청이 여러 일들을 하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수 있다"면서 이같이 대답했다. 휴대전화 메모장에 민원 내용을 꼼꼼히 메모한 뒤 다시 "꼭 연락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를 만난 북구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는 듯 민원을 넣는다. 쌈지길 산책로에서 만난 한 60대 남성은 "만덕초등학교 앞을 재개발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정 후보는 지난 2014년부터 두 차례 북구청장을 지냈다. 구청장 재임 시절 악명높은 구포 개시장을 철거한 것으로 유명하다. 골목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그늘막을 가리키며 "이게 생겨서 참 좋다. 정 후보가 구청장 때 일을 참 잘했다"고 칭찬했다.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북을)가 4일 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북을)가 4일 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사전투표가 시작된 5일, <더팩트>는 부산 북구 만덕동 일대에서 정 후보를 동행취재했다. 정 후보는 지난 2014년 부산시의원을 거쳐 2018년 북구청장으로 재임했다. 동네에는 정 후보를 알아보는 주민이 많았다. 그래도 정 후보는 바쁘게 돌아다니며 주민 한 명이라도 더 만나려고 노력한다. 앞서 화명1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했다는 정 후보는 점심도 거른 채 거리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안녕하세요. 정명희입니다. 오늘부터 사전투표인데 투표하셨을까요? 아직 후보를 못 정하셨나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 좀 잘 봐주십시오."

정 후보가 출마하는 북을은 이번 총선에 신설된 지역구다. 이전 북·강서갑의 만덕1동과 북·강서을의 화명 1·2·3동 및 금곡동이 합쳐졌는데, 만덕1동은 민주당이, 화명동과 금곡동은 국민의힘 우세지역이어서 전체 판세를 예측하기가 힘들다. 세 차례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와 상대인 박성훈 국민의힘 후보는 오차범위 내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부산일보>와 부산MBC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2일부터 부산 북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에서 정 후보는 48.7%로 45.2%를 얻은 박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 중이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정 후보는 46.6%, 박 후보는 46.8%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북을)가 4일 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북을)가 4일 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이날 정 후보는 만덕동의 한 대규모 아파트단지 앞 점포를 방문하며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발걸음에 망설임이 없는 게 여러 번 와본 듯했다. 문이 굳게 잠긴 한 옷 가게 앞을 지나며 정 후보는 "어디 여행 가신다고 했다"고 했다. 60대 여성 상인 A 씨는 정 후보가 온다는 소식을 듣자 가게 앞에 나와 정 후보를 반겼다. 그리고는 가게 안의 손님들에게 정 후보를 소개했다. 과거 전재수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에 속했던 동네였던지라 '민주당 후보'라는 말보다 '전재수와 같은 당'이라는 말이 더 친숙하게 들렸다.

60대 남성 상인 B 씨도 마찬가지였다. 문 앞에서 정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B 씨는 정 후보와 인사를 나눈 뒤 <더팩트>에 "젊은 사람들이 정 후보를 참 좋아한다"고 했다. 북을의 지지 성향은 연령대로 갈린다. 50대까지는 정 후보 지지율이 높았다. 60대 이상은 박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다. 30대 남성 상인 C 씨는 "저는 무조건 1번"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 옆의 20대 남성 D 씨도 "민주당 파이팅"을 외쳤다.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북을)가 4일 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지역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북을)가 4일 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지역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정 후보는 멋쩍은 듯 "어르신들은 저를 별로 안 좋아하신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만덕동에서 만난 주민들은 연령에 관계없이 정 후보에게 호감을 드러냈다. 제과점 앞에서 만난 한 80대 여성은, 정 후보가 이같이 말하자 "나는 정명희가 좋다. 사전투표도 하고 오는 길"이라며 "주변에 정 후보를 찍으라고 얘기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최근 들어 '잘하라'고 당부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응원한다', '지지한다'였는데, 지금은 '꼭 이겨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윤석열정부에 대한 분노가 목 끝까지 찬 것이죠. 이런 분들이 정말 많으세요. 민주당이 부산에서 어르신 지지율이 낮았는데 요즘엔 어르신들도 저에게 '1번 찍을 테니 잘하라'고 하시고요.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잘해야겠다는 큰 책임을 느낍니다."

4일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북을) 유세 현장에 한 시민이 대파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4일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북을) 유세 현장에 한 시민이 대파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이날 정 후보가 만난 상인들이 가장 많이 한 얘기는 '물가'였다. 70대 여성 상인 E 씨는 "물가가 너무 비싸다. 사람들이 사과가 너무 비싸니까 잘 안 산다"며 "사과뿐 아니라 채소가 전반적으로 너무 올랐다"고 전했다. 30대 남성 상인 F 씨는 "사는 게 팍팍하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정부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는 정 후보와 야당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떡집을 운영하는 상인 G 씨는 정 후보가 "당선되면 떡 주문하러 오겠다"고 하자 "떡 주문 안 해도 되니까 꼭 당선돼라"고 당부했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정부 2년 차에 치러지는, 윤석열정부에 대한 평가입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윤석열정부가 국정운영 방향을 바꾸고 민생을 제대로 챙기고 국민을 위해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게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요. 그런 열망을 제가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북을)가 4일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한 공원에서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북을)가 4일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한 공원에서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정 후보의 목표는 북구를 '일상이 예술이 되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정 후보는 "북구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명품 도시이지만 외부에서 봤을 때 이사오고 싶고 살고 싶어 하는 도시는 아니다"라며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의 공약은 그런 철학에서 나왔다.

북구를 잘 아는 정 후보는 상대인 박 후보를 '낙하산'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박 후보는 처음 해운대갑에 출마한다고 했다가 대통령 측근인 주진우 후보에게 밀렸다. 진갑으로 옮겨갔으나 거기서는 경선에서 탈락했다. 밀리고 밀려서 우리 북구에 왔다"면서 "그분은 '당을 위해 희생하기 위해 북구에 왔다'고 하지만 북구는 당을 위한 곳이 아니라 주민을 위한 곳"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지역에 대한 애정과 경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는 북구청장을 지냈고 지역을 구석구석 잘 알아요. 지역주민과 4년 동안 울고 웃으며 성과를 만들어간 소중한 경험이 있으니까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북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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