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의대증원 고수? 변경?…아리송한 尹 '51분 대국민담화'
입력: 2024.04.06 00:00 / 수정: 2024.04.06 00:00

한덕수 총리, 깜짝 사전투표 참여
與김성원 유세현장서 10대들 '연호'


서울 한 대학병원 의사가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대국민담화 TV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서울 한 대학병원 의사가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대국민담화 TV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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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조채원 기자]

◆尹 '50분 대국민 담화', 문해력 평가 시험?…"취조서인 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어. 약 51분간의 긴 내용이었어. 그런데 이 담화만 봐선 기존 입장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던데?

-취재진도 마찬가지 반응이었어. 그도 그럴 것이 '2000명' 의대 증원의 필요성과 당위성, 의료개혁계획을 마련을 위해 했던 대통령실과 정부의 노력에 대한 설명과 의료계 불법 집단행동은 엄단하겠다는 기존 입장이 담화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야. 또 윤 대통령은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결코 그렇지 않다"라거나 "(면허정지 행정처분은) 3회까지 재발송해야 하고, 그래도 송달을 거부할 경우에 공시송달을 할 수 있다"라고 하는 등 의료계에 날을 세우는 발언도 여러 차례 했어. 담화문 직후 각 매체들의 보도를 살펴보면 모두 '강경 기조 유지'라는 해석을 내놨지.

-그런데 담화가 끝나고 몇 시간 후쯤 대통령실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왔어. 윤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의료계에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부분이 결정적인 메시지였다는 거야. 실제로 담화문 발표 당일 저녁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방송에 출연해 "정부는 2000명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의대 증원 규모를 포함해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밝혔어.

-하지만 이 얘기도 새로운 내용은 아니야. 지난달 18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미 "지금이라도 대화의 장을 열고 그 주제에 상관없이 논의하겠다"며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오픈이 돼 있다"고 대통령실 분위기를 전했어.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하기로 한 건 '의대 증원 규모 조정이 가능하다'는 확실한 기조 변화를 드러내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던 이유야. 그런데 그런 내용은 담겨 있지 않으니 취재진은 '기존 입장과 다를 게 없네'라고 느꼈던 거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박단 대한전공의협회 대표와 140분 비공개 만남을 가졌지만 의대 정원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진 못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박단 대한전공의협회 대표와 140분 비공개 만남을 가졌지만 의대 정원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진 못했다. /뉴시스

-취재진 사이에선 '문해력 평가 시험에서 나는 빵점', '타당한지 누가 판단하나. 말장난 아닌가' 등의 반응도 나왔어.

-대통령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느낀 건 취재진 뿐만이 아니었어. 야당은 "기존의 일방적 주장만 한 시간 가깝게 전달했다"고 지적했고, 대한의사협회도 "담화문 내용에서 이전의 정부 발표와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어. 특히 여당에서 나온 반응이 압권이었어. 여당 한 의원은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해 한 언론에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혜성을 보면서 멸종을 예감하는 공룡들의 심정"이라고 토로했고. 함운경 국민의힘 서울 마포을 후보는 윤 대통령 담화를 보고 공개적으로 '탈당'을 요구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지. 함 후보는 담화 내용을 다 듣지 않고 내린 성급한 판단이었다고 말했는데 담화를 다 들었어도 본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싶네(웃음).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를 여러 차례 직접 수정했다고 하는데, 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라 '취조서' 쓰듯 쓴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어.

-그래도 이번 담화를 계기로 윤 대통령과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 간 만남이 성사됐어.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박단 전공의협 대표와 140분 비공개로 만났지. 윤 대통령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에 관해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말했지만 박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한 줄 평을 남겼어. '의대 증원' 의제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여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 같네. 대통령실이 앞으로는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내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길 바라.

◆"갑자기 짬이 나서"…한덕수 총리, 깜짝 사전투표 참여

-한덕수 국무총리가 일정에 없었던 '깜짝 투표'를 했다면서?

-맞아. 국무총리실은 5일 오전 11시쯤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11시 20분 삼청동 주민센터 1층에서 22대 총선 사전투표를 할 예정"이라고 공지했어. "원래는 중앙대책본부 회의 후 내부 보고가 하나 잡혀 있었는데 잠깐 짬이 나 투표 하러 가게 됐다"면서야. 총리실은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 미리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했어.

한덕수 국무총리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기표한후 기표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기표한후 기표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5일이 사전투표 첫날이니만큼 한 총리도 '투표 독려 분위기'에 합류한 것 같지?

-아무래도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공식 일정차 부산을 찾았는데 강서구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방문해 한표를 행사했거든. 김진표 국회의장, 여야 주요정당 대표들도 사전투표에 참여했어.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주민센터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사전투표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전 중구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했어.

-사전투표는 선거인이 별도의 신고 없이 사전투표기간 동안에 읍·면·동마다 설치되는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해. 유권자의 투표편의를 개선해 투표참여를 높이기 위한 것이지. 사전투표는 2013년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 처음,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실시됐어. 본투표일인 10일엔 주소지에 따라 지정된 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하지만, 사전투표는 투표소가 설치된 전국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야.

-5일 공개일정을 봤더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전투표를 하던데?

-그렇더라고. 선거 주무부처가 행정안전부이다 보니 더 신경쓰는 느낌이지. 기자의 담당 부처인 외교부·통일부에는 장관의 사전투표 참여 여부를 문의해봤는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일정상 본투표에 참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조 장관은 나토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출장(3,4,5일) 일정을 마치고 6일(한국시간) 저녁 귀국할 예정이거든. 통일부에선 "관련해 확인해드릴 내용 없음"이라는 답변을 받았어.

◆與 김성원 인기 실감? 유세 현장에서 '소리친' 10대들

-김성원 국민의힘 동두천·양주·연천을 후보 유세 현장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고?

-응. 김 후보는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동두천 지행역 앞 광장에서 선거 유세를 벌였어. 당시 지지자와 시민들을 포함해 수천 명(경찰 추산)의 인파가 광장을 중심으로 몰려들었지.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유세 차량 뒤편으로 줄지어 있었는데 그중에 10대 학생들이 있더라고. 유세 현장이 신기해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모인 이유가 궁금해서인지 한참 자리를 떠나지 않았어. 그러다 광장에서 '김성원'이라는 연호가 들리자 학생들이 손을 들고 김 후보 이름을 따라 외치더라고.

교복을 입은 10대 학생들이 김성원 국민의힘 동두천·양주·연천을 후보 유세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이들은 김성원이라는 연호가 들리자 손을 들고 김 후보의 이름을 따라 외쳤다. /김정수 기자
교복을 입은 10대 학생들이 김성원 국민의힘 동두천·양주·연천을 후보 유세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이들은 '김성원'이라는 연호가 들리자 손을 들고 김 후보의 이름을 따라 외쳤다. /김정수 기자

-김 의원이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건가?

-학생들은 '김성원'을 연호한 뒤 자기들끼리 천진난만하게 까르르 웃었어. 김 후보 이름을 외친 이유가 궁금해서 한 번 물어봤는데 학생들은 김 후보가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 김 후보가 학교에서도 인기가 많다며 엄지를 치켜세우더라고. 분위기를 보니 학생들은 김 후보를 낯선 정치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 실제로 이들 외에도 김 후보와 사진을 찍는 학생들이 곳곳에 보였거든.

-김 후보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인가 봐?

-김 후보 SNS에는 학생들과 소통하는 동영상이 올라와 있었어. 김 후보가 차량 유세 중 손을 흔들면 이를 지켜본 학생들이 크게 호응하는 식이었지. 10대 청소년들이 정치를 낯설어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선거권이 만 18세로 낮아진 점이 영향을 준 것 같아.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는 만 18~19세 청소년 89만여명이 투표하게 된다고 해. 출생일이 2006년 4월 11일 이전에 태어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올해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이 대상이지. 청소년의 정치 참여 환경이 확대된 만큼 관심도 더 높아지는 것 같아. 다음 23대 총선에서는 10대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네.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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