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열흘 앞두고 등판한 문재인 전 대통령
정부·여당 심판론으로 범야권 지지 호소
전 대통령 이례적 선거운동 영향은 미지수
문재인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등판하면서 화제다. /[숏팩트] 캡처 |
[더팩트|이상빈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현실 정치 등판이 화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열흘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직접 나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퇴임 후엔 "잊히고 싶다"던 그의 등장이 총선 변수로 떠올랐다.
전 대통령이 대선이나 총선 등 큰 선거를 며칠 앞두고 야당 편에 서서 정부·여당 심판을 부르짖는 일은 전례가 없다. 야당을 상징하는 색상의 점퍼를 입고 돌아다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일을 문 전 대통령이 하면서 전례를 만들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부산 사상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까지 챙겨 입고 배재정 민주당 후보의 유세를 도왔다. 2일엔 울산 동구를 찾아 김태선 민주당 후보와 만난 뒤 시민들과 악수도 했다. 3일과 4일에도 각각 부산, 경남 지역을 돌며 민주당 후보를 격려하고 유권자에게 투표를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도하다" "우리 야당들이 함께 좋은 성적 거둬서 이 정부가 정신 차리도록 해 줘야 한다" 등 정부·여당을 향한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현직과 달리 '정치적 중립' 의무에서 자유로운 전 대통령이지만 한쪽 진영에 서서 메시지를 내는 건 이례적이다. 그동안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둔 전 대통령들과도 비교가 된다.
문 전 대통령의 이례적인 지원 유세로 여당도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숏팩트] 캡처 |
문 전 대통령의 등판은 진보세가 약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민심을 돌리고 후보 리스크에 직면한 야권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친명횡재 비명횡사' 비판이 잦아들고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조국혁신당의 돌풍이 가세하면서 야권 상승세에 불이 붙는 듯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 남편의 전관예우 의혹과 민주당 공영운 화성을 후보 부동산 리스크, 김준혁 수원정 후보 막말 파문, 양문석 안산갑 후보 편법 대출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총선을 코앞에 두고 야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역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문 전 대통령의 깜짝 등판은 야권의 순풍을 기대하게 하는 데 반해 수세에 몰린 여당엔 반격할 빌미를 제공했다. 국민의힘은 전 정부의 부동산 등 정책 실패와 정권 교체 책임을 거론하며 문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들춰내고 있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에게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까지 꼬집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이 70년간 이런 정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제가 그 말 돌려드리고 싶다"며 "문 정부 시절 나라가 망해가던 것 기억이 안 나냐. 부동산이 폭등하고 살기 힘들었던 것 기억하지 않냐"고 되받아쳤다.
전 국가원수의 선거판 등장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문 전 대통령은 기조를 유지했다. 5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주민자치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투표해야 심판할 수 있다. 투표해야 바꾼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등판이 야권을 넘어 총선 전체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미지수다. 정권 심판일지, 힘 실어주기일지 판단과 결정은 유권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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