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선 노장' 이상민 vs '연구원' 황정아, 유성을 민심은?
입력: 2024.04.04 10:00 / 수정: 2024.04.04 10:00

'파란색에서 빨간색' 이상민 향한 엇갈리는 민심...배신감과 안정감
'정치신인' 황정아...기대감과 함께 '누구냐'는 반응


제22대 총선 대전 유성을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이상민 후보 정치신인 민주당 황정아 후보의 대결로 주목된다. /대전=조성은 기자
제22대 총선 대전 유성을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이상민 후보 정치신인 민주당 황정아 후보의 대결로 주목된다. /대전=조성은 기자

[더팩트ㅣ대전 유성=조성은 기자] 갑옷을 바꿔 입은 노장은 지역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대전 유성을(노은2·3동, 신성동, 전민동, 구즉동, 관평동)은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이상민 후보가 앞서 다섯 번 당선된 곳이다. 자유선진당으로 입성한 2008년 18대 총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주당계 정당 소속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연구원 출신의 항공우주 전문가 황정아 후보를 맞수로 내세웠다.

유성을은 대덕연구단지를 끼고 있어 젊은 지식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진보성향이 강한 곳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이상민이 아니어도 민주당이면 누구나 당선되는 곳"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지역구 20년 성과는 당적을 뛰어넘는다"고도 한다.

1일 <더팩트>가 유성을 지역에서 만난 연구원 출신의 60대 남성 A 씨는 "대전 유성을은 전국의 인재가 모이는 곳이다. 지역색이 강하다기보다는 수도권과 분위기가 가깝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구원이 많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민감하다"며 "이 후보에게 유리한 지형은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1일 대전 유성구 송강 근린공원 사거리에서 열린 이상민 국민의힘 후보의 유세 현장. 유승민 전 의원이 참석해 이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대전=조성은 기자
1일 대전 유성구 송강 근린공원 사거리에서 열린 이상민 국민의힘 후보의 유세 현장. 유승민 전 의원이 참석해 이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대전=조성은 기자

이날 송강 근린공원 근처에서 열린 이 후보 유세현장을 <더팩트>가 찾았다. 이 후보는 빨간색 점퍼를 입고 휠체어에 타고 등장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유세차에는 오르지 못했다. 대신 바닥에서 유권자들을 올려다보며 일일이 눈을 맞추고 인사했다. 이 후보를 알아보고 악수를 청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이 후보는 "윤석열정부가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일할 기회를 주시라"고 호소했다.

유세현장에는 비윤계 유승민 전 의원이 함께했다. 유 전 의원도 "이 후보에게 다시 기회를 달라"며 "과학기술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이상민 뽑기를 잘했다'는 말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이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이상민 후보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반응은 반반이다. 부정적인 반응은 이 후보 개인에 대한 것보다는 정부의 예산 삭감에 대한 것으로 보였다. 40대 여성 B 씨는 "이 후보가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성과가 많다"면서도 "R&D 예산 삭감이 타격이 컸다. 여당에 부정적인 정서가 강하다"고 했다.

반면 이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던 50대 여성 C 씨는 "주변에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면서도 "지역에서 오래 한 사람들은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 후보는 깨끗하고 소신이 강한 사람이다. 소신 때문에 탄압당한 사람"이라며 "저런 사람이 국회에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적 변경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50대 남성 D 씨는 "당적은 상관없다. 이 후보같이 소신이 강한 사람은 뜻이 있어서 당적도 바꾼 것"이라고 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50대 남성 E 씨는 "30년을 살면서 이 후보에게 계속 표를 줬다. 배신감이 크다"며 "이재명 싫다고 간 게 윤석열이냐"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1일 대전 유성구 엑스포코아 사거리에서 열린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 현장. /대전=조성은 기자
1일 대전 유성구 엑스포코아 사거리에서 열린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 현장. /대전=조성은 기자

이어 엑스포코아 사거리에서는 이 후보에게 도전하는 '정치신인' 황 후보의 유세가 열렸다. 벽보에는 '세 아이 엄마'와 '항공우주 전문가'라고 적혀 있었다. 파란색 야구 점퍼에 파란색 모자를 쓴 황 후보는 유세차에 올라 연신 "윤석열정부 심판"을 외쳤다. 횡단보도에서 인사하는 그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며 사진을 요청하는 시민도 있었다. 자동차를 타고 가던 시민은 경적을 울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지나가기도 했다.

황 후보 지지자들은 R&D 예산 삭감 사태가 연구원 출신인 황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듯했다. 앞서 이전 선거에서 이 후보를 도왔다는 한 캠프 관계자는 "황 후보가 젊고 여성이다. 연구원 출신인 데다 세 아이의 엄마라고 해서 기대가 크다. 이곳 주민들을 대표하기 가장 적절한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이 후보가 지역에서 오랫동안 당선됐는데 지역보다 중앙에서 자기 정치만 했다는 비판의식이 크다"고 지적했다.

40대 남성 E 씨는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후보들을 잘 모른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잘못하고 있다. 개혁신당을 지지하는데 이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아서 아쉽다"면서도 "투표는 꼭 할 것"이라고 말했다.

28년째 거주 중인 60대 남성 F 씨는 "민주당 지지자"라며 "그동안 이 후보를 뽑아왔는데 이번에는 황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30년 넘게 거주하고 있다는 50대 여성 G 씨도 "그동안 이 후보를 뽑아왔다. 국민의힘으로 간 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물가부터 민생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투표로 반드시 윤석열정부를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황 후보는 <더팩트>에 "처음에는 저를 잘 알아보지 못하셨는데 지금은 점점 알아보시고 많이 지지해 주신다. 정권에 대한 분노, 정권 심판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그는 "저의 대표 공약은 R&D 예산을 국가 총지출의 5% 이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저는 20년 이상 현장 전문가로 일을 했기 때문에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고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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