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대선·지선 표심 엇갈린 스윙보트
'환경변호사' 野이소영 '검사 출신' 與최기식 동행취재
"힘 있는 재선" vs "힘 있는 여당"
의왕·과천은 최근 선거 때마다 표심이 요동친 곳이다. 왼쪽은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후보, 오른쪽은 국민의힘 최기식 후보. /김세정 기자 |
[더팩트ㅣ의왕·과천=김세정 기자] 서울과 경기 남부를 잇는 관문인 의왕·과천은 최근 선거 때마다 표심이 요동쳤다. 지난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지만,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우세했다. 15대부터 안상수 전 의원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내리 4선을 지냈으나 19대부터 21대까진 민주당 후보가 연이어 깃발을 꽂았다. 어느쪽에도 쏠리지 않는 경기권의 대표적 스윙보트 지역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환경 전문 변호사이자 지역구 현역 의원인 이소영 후보가 수성에 나섰다. 국민의힘에선 검사 출신 변호사 최기식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더팩트>는 지난달 29일 오전 과천에서 이소영 후보를, 오후엔 의왕에서 최기식 후보를 만나 유세현장을 동행했다.
◆"힘 있는 재선 의원"…이소영, '지정타' 젊은 유권자 공략
이소영 후보는 "힘 있는 재선 의원이 되겠다"라고 말한다. /김세정 기자 |
이번 총선 의왕·과천 지역구에서 가장 눈여겨볼 지점은 과천의 인구 변화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과천의 총인구는 8만1743명이다. 21대 총선 당시인 2020년 4월에는 5만9687명이었는데 4년 사이 2만2000명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갈현동과 문원동 일대에 들어선 '지정타'(지식정보타운)가 인구 증가의 배경이다. 41만평 규모의 단지에는 다수의 기업은 물론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등이 들어서면서 3040 세대가 대거 유입됐다. 현 정권에 대한 심판 정서가 30대와 40대에서 비교적 높은 점을 고려해 민주당은 이곳의 표심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출근길 인사 준비 완료! 이 후보는 과천 푸르지오라비엔오 아파트 단지 앞에서 출근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인사했다. /김세정 기자 |
이소영 후보는 이날 이른 오전부터 지정타를 찾았다. 서울의 일터로 향하는 지역주민들에게 출근길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오전 6시 55분께 과천 푸르지오라비엔오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한 이 후보는 "아침부터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자신을 돕는 선거운동원들과 반갑게 악수한 뒤 유세차에 올랐다. 선거유세로 혹여 주민들의 아침잠을 방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유세노래는 틀지 않았다. 대신 "지정타 주민 여러분,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오늘 미세먼지가 심하네요. 건강 조심하세요"라고 잔잔하게 아침 인사를 건넨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던 덕에 이 후보를 먼저 알아보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날 과천에서 만난 40대 여성 A씨는 "지난 선거에서도 (이 후보에게) 투표했고, 이번에도 뽑으려고 한다. (이 후보에게) 크게 기대를 안 했던 게 사실인데 양평고속도로 때 다시 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몇몇 차량은 이 후보를 향해 경적을 울리며 엄지를 치켜올리기도 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유세 강행군에도 이같은 응원을 받으면 힘이 난다.
이 후보는 "많은 분들이 4월 10일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하신다"라며 정권 심판 정서가 강하다고 전했다. /김세정 기자 |
지역구 민심은 어떠하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몇 년간 이런저런 선거를 치러보면서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분위기가 가장 정확하다는 생각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4월 10일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재외선거 첫날 투표율이 지난 총선 때의 거의 3배에 달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열망이 정말 크다고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4년 전 과천 시민들이 뽑아주신 이소영, 이젠 힘 있는 재선 의원이 되겠다"라며 웃으며 화답했다. 의왕·과천에선 19대 때 송호창 전 의원, 20대 때 신창현 전 의원이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지만 모두 초선으로 의정활동을 마친 탓에 이에 대한 비판 정서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이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서 의왕·과천 발전을 위해 꾸준히 일하는 일꾼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이 후보는 "일 잘하는 것 하나는 인정받았다"며 "능력 있는 야당 재선의원 한명이 여당 초선의원 열명보다 낫다는 걸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김세정 기자 |
"우리 지역에서는 12년째 초선만 반복되고 있어요. 다수의 도시개발사업도 있고, 신규 철도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굵직한 지역 현안을 연속성 있게 추진할 재선의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지난 4년간 GTX-C 노선에 의왕역과 인덕원역을 정차역으로 추가시키는 큰 성과를 만들어냈고, 인동선·월판선 착공을 이뤄냈어요. 지정타를 비롯해 의왕 월암·초평지구 개선 등 지역 발전 초석도 세웠고, 지역에 도움 될 수 있는 많은 경험과 지식, 네트워크를 쌓았습니다. 지난 4년간 일 잘하는 것 하나는 누구보다 인정받았습니다. 능력 있는 야당 재선의원 한명이 여당 초선의원 열명보다 낫다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힘 있는 여당 의원"…최기식, '생활 밀착형' 시장 유세
기식 후보는 얼굴을 알리는, 밀착형 유세에 집중하는 편이다. 의왕 부곡도깨비시장 한 정육점에 방문한 최 후보. /김세정 기자 |
정치신인 최기식 후보는 얼굴을 알리는, 밀착형 유세에 집중하는 편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이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새벽 5시 전에 일어나 하루 종일 지역을 돌아다닌다. 이날 의왕 부곡도깨비시장의 한 정육점 안에서 최 후보를 만날 수 있었다. 가게 주인의 손을 꼭 잡은 최 후보는 "열심히 하겠다. 꼭 선택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간 시장을 여러 차례 방문했는지 먼저 최 후보에게 인사를 건네는 상인들이 많았다.
최 후보는 취재진에게 "이 가게 주인분이 상인회 회장이에요", "여기 손주가 공부를 엄청 잘해요", "얼마 전에 다리를 다치셨는데"라며 시장 곳곳을 상세히 안내했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B씨는 "지난번에는 아내분이 오고, 아들도 와서 인사하더니 오늘은 또 직접 왔네"라고 최 후보를 반기기도 했다. 최 후보는 대학생 큰아들이 휴학까지 하고 선거운동을 적극 돕고 있다며 미소를 보였다.
먼저 최 후보에게 인사를 건네는 상인들이 많았다. 상인과 인사하기 위해 건어물 전문점에 들어가는 최 후보. /김세정 기자 |
이날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최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이곳 도깨비시장을 찾기도 했다. 최 후보와 한 위원장은 사법연수원 동기로 나란히 검사 생활을 했다. 최 후보는 한 위원장을 보기 위해 수백 명 넘는 인원이 시장에 몰렸다고 전했다. 그는 "한 위원장이 법무부 검찰1과장을 해서 전체 검사들의 이야기를 다 알고 있지 않나. 저에 대해서 재미없는 사람이지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하더라. 진짜 일을 잘하는 일꾼, 괜찮은 사람이라고 평가해 줘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종섭 주호주대사 문제 등 정부와 여당에 생긴 악재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지지자들도 많았다.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C씨는 "아니, 오늘 그만뒀다는데 진작 그만두지. 그래도 지금이라도 다행이긴 한데 황상무도 그렇고 내가 얼마나 열받았는지 몰라"라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에 최 후보는 "더 잘하겠다"라고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최 후보는 새벽 5시 전에 일어나 하루 종일 지역을 돌아다닌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사법연수원 동기인 최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이날 도깨비시장을 찾기도 했다. /김세정 기자 |
최근 민심이 어떠한지를 묻자 최 후보는 "보수 지지자들께서 제게 (국민의힘이)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들 하신다. (어떤 지지자는) 선거에서 지면 발붙일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도 하셨다. 부담감이 크지만 분위기를 반전시켜 경기도를 탈환하기 위해 열심히 뛴다"라고 말했다.
최 후보는 힘 있는 여당 의원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검사 시절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며 추진력 있는 모습을 보여왔듯 의왕·과천을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한다. 주요 공약으로는 의왕초평까지 위례과천선 연장, 의왕역 복합환승센터 구축, 지정타 내 워터파크 건립 등이 있다. 후보로서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최 후보는 2006년부터 과천에 살면서 세 아이를 키운 점을 꼽았다.
"아저씨, 인스타 '맞팔' 해주세요" 지나가던 학생들의 요청에 걸음을 멈춘 최 후보. 그는 힘 있는 여당 의원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세정 기자 |
"20년 가까이 과천에서 오래 살았어요. 검찰에 오래 근무하면서 추진력도 많이 다졌습니다. 수사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집행력이고, 추진력이잖아요. 어떤 포지션에 있더라도 골을 넣을 수 있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힘찬 추진력을 저는 갖고 있어요. 그리고 정직하고, 깨끗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의 힘을 지역으로 가져올 수 있고, 지역의 요구를 또 중앙에 전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깨끗한 통로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