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전형 60% 이상으로 대폭 확대"
"의료체계 정상화 방안 조속 마련"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 규모 대학별 배분 확정을 언급하며 "의료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뉴시스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정부의 2025학년도 대학별 의대 정원 배분이 완료된 것과 관련해 "의대 증원 규모가 대학별로 확정됨으로써 의료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의료계에서 전공의, 의과대학 교수들이 줄사직하며 의대 증원 규모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직접 '2000명 증원 계획'은 되돌릴 수 없다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제13차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늘어난 정원 2000명을 지역거점 국립의대를 비롯한 비수도권에 중점 배정하고, 소규모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해 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증원된 인력이 배출되려면 10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만큼, 나머지 의료개혁 과제들 역시 신속하게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늘어난 의료 인력은 지역에 집중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역 의대를 졸업한 경우,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높다"며 "해당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해당 지역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지역인재전형을 60% 이상으로 대폭 늘려, 누구보다 지역을 잘 알고, 그 지역에 생활 기반을 가지고 있는 지역인재들이 고향에서 존경받는 의료인으로서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의대를 졸업하고 수도권 병원으로 수련을 받으러 올 필요가 없는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며 비수도권 수련병원의 전공의 정원 비율을 의대 증원과 연계해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수요가 늘어난 의대 교육과 관련해선 재정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025학년도 입학생들이 본과 과정을 시작하는 2027년까지는 3년이라는 준비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필요한 시설과 기자재를충분히 지원하겠다"며 "대학별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4월 중에 '의학교육 여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파업과 의대 교수 사직 등으로 의료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정부의 의료개혁 관련 홍보 영상이 송출되는 장면. /이동률 기자 |
특히 이번 의대 증원을 기점으로 지역병원 육성에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역거점 국립대병원을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의 중추 기관으로 육성하고, 수도권 빅5 수준의 진료, 교육, 연구역량을 갖추도록 충분히 지원할 것"이라며 "필수의료 R&D 투자를 대폭 확대하여 지역의 진료역량을 끌어올리고, 보건의료 산업 발전의 기초를 탄탄하게 닦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2차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을 적극 육성하고, 지역거점 상급 종합병원과 2차 병원 간 진료협력 체계를 구축해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개혁의 또 다른 과제인 의료사고에 대한 사법리스크 합리화, 공정한 보상체계 확립 등 의료개혁 4대 과제를 조속히 실행해 나가겠다면서, 상급 종합병원의 과도한 전공의 의존 시스템을 전문의 중심으로 개선하고 연속근무 시간과 보상 체계 등 전공의수련환경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정부 정책을 거듭 설명했다.
또한 의료계에 대화 참여를 거듭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 달 발족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료계 등 각 계와 의료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겠다면서, 의대 교수진을 향해선 "의료개혁을 위한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달라. 그리고 제자인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의료진의 집단 사직 등 불법 행동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중 대응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부에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과 관련해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또 의료진을 향해 '엄중 대응'보다 '대화 참여'를 요구하면서 한층 완화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지난달 19일 본격적으로 시작된 의료대란이 한 달을 넘기면서 국민 피로도가 높아졌고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도 나오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의대 증원 조정도 협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날 '의대 증원 규모 철회 불가' 입장을 다시 천명하면서 의료계-정부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