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한일관계 악화시키는 역사왜곡 중단하라"
입력: 2024.03.25 16:29 / 수정: 2024.03.25 16:29

日 대사관 앞에서 일본 교과서 관련 성명 발표·기자회견
시정의견서 전달 시도했지만 '우편으로 전달하라' 거부당해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2024 채택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2024 채택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시민사회단체들이 25일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대해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는 역사왜곡을 중단하라"고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에 일본 정부의 입장이 과도하고 편항되게 반영돼 있다면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검정을 통과한 사회 교과서 18종 모두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실렸다.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라 적거나 '한국의 불법 점거'라고 기술했다. 한인 갈등 현안인 강제동원과 종군위안부는 부정·축소·은폐하는 서술이 담겨있다. 역사 교과서 8종에선 1940년대 조선인 강제 동원에 대해 '강제 연행' 표현을 쓰지 않거나 지웠다. 역사 교과서 2종에선 '종군 위안부' 대신 '위안부'로 적거나, "군과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일본정부의 입장을 기술했다.

◆ "일본 정부, 한일 관계 악화하는 역사왜곡 중단해야"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채택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은 "검정 결과를 종합하면 일본 문부성이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는 것과 일본의 시혜라는 내용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의 일본에 대한 국가와 개인청구권 모두 한일기본협정에서 해결됐다는 내용과 강제동원 배상문제는 한국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명기한 교과서가 모두 검정을 통과했다"며 "현재 한일관계를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이 같은 기조는 강제동원 문제를 근거없는 반일로 규정해 혐한정서를 부추기는 표현도 허용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독도를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주장과,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주장을 대부분의 교과서가 싣고 있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성명은 "전쟁과 식민범죄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고자 하는 일본 정부의 의도가 교과서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태"라며 "일본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한일관계 개선은커녕 더욱 격렬한 대립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역사를 왜곡하고 전쟁과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교과서를 검정 불합격시키고, 역사왜곡과 잘못된 역사인식을 하루 속히 바로잡으라"고 촉구했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일본대사관에 제출할 의견서를 들고 있다. / 뉴시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일본대사관에 제출할 의견서를 들고 있다. / 뉴시스

◆ "일본 역사왜곡, 윤석열 정부 저자세 대일외교 때문"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저자세 외교'가 일본의 역사왜곡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부가 일본의 자발적 선의에 기댄 채 '과거사 면죄부'를 준 탓에, 일본이 과거사를 올바로 직시하고 반성하려는 노력을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지난해 3월 '강제동원 해법'인 제3자 변제안을 내놨지만 일본은 아직까지도 '성의있는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공동상임위원장은 의견서 제출 배경에 대해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일관계 개선을 통해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범죄를 은폐하고 정당화하는 식으로 후손들을 가르치게 되면 일본 사회는 결과적으로 전쟁 범죄를 부추기는 역사관을 갖게 되고, 세계평화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반동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일제 전범 기업을 비호하고 일본 정부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대일 굴욕외교를 해 왔기 때문에 이런 사태로까지 발전했다"며 "윤석열 정부는 잘못된 대일 굴욕외교 자세를 시정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도 "1993년 고노 요헤이 일본 관방장관도 담화를 통해 강제 연행에 의한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와 처참했던 피해를 인정하고 역사 교육을 통해 기억하겠다고 한 바 있다"며 "그러나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관련 내용을 교과서에서 계속 축소하다 작년에는 급기야 종군 위안부에서 '종군'을 빼버리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줄이고 자발성을 배경에 슬쩍 깔아놨다"는 해석이다. 한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가 날마다 '지난 역사는 지워버리자'고 굽신거리니 일본이 더 기세 등등하게 역사 날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의 극우 세력도 날마다 피해자를 혐오하는 지경에 이르게 한 것은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과 한국 정부의 방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시민단체는 이날 회견 후 일본 대사관을 방문해 '2023 검정신청 일본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한국관련 기술에 관한 의견서' 제출을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일본대사관에서 수령을 거부하며 '우편으로 달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의견서에는 △한일청구권협정에 관한 과도한 해석을 담은 기술 시정 조치 △ 불법적인 강제동원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서술 필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역사성 폄하 및 근거 부족 기술 삭제 요청 △독도 영유권 주장 서술 수정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위원장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일본 대사관이 의견서를 받는다 해도 시정 의견을 반영해 교과서가 수정된다거나 하는 등 실질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는다"면서도 "이러한 의견이 전달됐다는 사실이 일본 외교 문서로 남게 된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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