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용산 참모' 24명 본선행…정권심판론 뚫어낼까
입력: 2024.03.25 00:00 / 수정: 2024.03.25 17:42

18명 전략 또는 단수 공천 받아 본선행
이종섭·황상무 리스크 타격 우려…인물론 부각


이번 22대 총선에서 용산 참모, 윤석열 정부 장차관 출신 인사 총 24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지난 1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참모 박수 속에 장관급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이번 22대 총선에서 용산 참모, 윤석열 정부 장차관 출신 인사 총 24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지난 1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참모 박수 속에 장관급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후보 등록으로 여야가 22대 총선 레이스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대통령실과 윤석열 내각 출신 인사들의 생환 여부가 벌써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공유한 이들이 다수 국회에 입성하면 집권 후반부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집권 3년 차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크다. 용산 참모와 장·차관 출신들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좌했던 만큼 '정권심판론'과 '정권안정론' 대결 구도에 따른 영향을 다른 여당 후보들보다 더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 결과, 용산 참모 출신으로 22대 총선에 도전한 총 38명 중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이들은 총 14명(36.8%)이다. 이들 중 단수 또는 전략 공천을 받은 후보는 총 9명이다. 5명(강명구·김기흥·김은혜·박성훈·신재경)만 경선을 치러 자력으로 본선 레이스에 합류했다. 윤석열 정부 내각 출신(현역 의원 포함) 15명 중 본선에 진출한 이들은 총 10명(66%)이다. 9명이 단수 또는 전략 공천을 받았고,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에 오른 인사는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뿐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24명 중 △경기도 6명 △서울·TK(경북대구) 각각 4명 △인천·충청권·PK(부산경남) 각각 3명 △강원도 1명 순으로 배치돼 있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에는 총 13명이 배치됐지만 우세 지역은 한 곳도 없다. 왼쪽부터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경기 용인시갑),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인천 계양을), 김은헤 전 홍보수석(경기 성남분당을). /이원모·김은혜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이동률 기자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에는 총 13명이 배치됐지만 우세 지역은 한 곳도 없다. 왼쪽부터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경기 용인시갑),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인천 계양을), 김은헤 전 홍보수석(경기 성남분당을). /이원모·김은혜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이동률 기자

◆수도권서 '혈전' 예고...인천 계양을 최대 격전지

경기 지역에서는 가장 많은 6명이 지역구 탈환에 나선다. 경기 북부를 보면 전희경 전 정무비서관이 의정부갑에서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호 박지혜 변호사와 맞붙는다. 이곳은 지난 28년간 민주당이 독식해 보수 진영에선 텃밭 중의 텃밭으로 꼽힌다. 전 후보는 "의정부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온 의정부 토박이"임을 강조하고 있다. 고양시갑에선 경북 상주 공천을 신청했다가 컷오프 후 이곳으로 재배치된 한창섭 전 행정안전부 차관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김성회 정치연구소 와이소장, '대선 주자'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과 3파전을 치른다.

경기 남부로 내려오면 안산 상록갑에서 장성민 전 대통령미래전략기획관과 '친이재명계' 양문석 민주당 후보의 맞대결이 눈길을 끈다. 이곳은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곳으로 국민의힘 열세 지역이다. 양 후보의 최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폄훼 발언' 논란이 지지층 표심에 영향을 미쳤을지 주목된다.

대통령의 입이었던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자리 잡은 성남 분당을은 상대적으로 해볼 만한 곳이다. 분당을은 이전까지 보수 지역이 우세했지만 20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빼앗긴 곳으로, '경기도지사 후보 출신' 김 전 수석이 이재명 대표 측근인 '재선' 김병욱 민주당 의원과의 대결에서 재탈환을 노린다.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기 수원병에서 '재선' 김영진 민주당 의원과 맞붙는다. 두 곳 모두 친명계 핵심 의원이 현역으로 있다는 점에서 '이재명 대 윤석열' 대리전 구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용인시갑에선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이 나선다. 19대부터 21대 총선까지 보수 정당이 승리한 곳이지만 직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손을 들었던 곳으로 격전지로 꼽힌다. 이 전 비서관이 당초 서울강남을에 공천 신청했다가 전략공천으로 재배치돼 뒤늦게 합류하면서 지역 기반이 다소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상식 전 부산경찰청장과의 '검경 구도', 반도체 벨트인 만큼 '삼성 고졸신화' 양향자 개혁신당 의원과의 3파전이 관전 포인트다.

인천 지역에 배치된 총 3명 중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전한 계양을은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다. 17대 총선 이후 한 차례를 제외하고 민주 진영 정당이 줄곧 승리한 '험지'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원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KBS 기자' 출신 김기흥 전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인천의 강남'이라 불리는 인천연수을에서 '정통 관료 출신' 정일영 현 의원과, 신재경 전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지역 언론인' 출신 이훈기 후보와 맞붙는다.

충청권과 영남권에는 각각 3명, 4명이 국회 입성을 노린다. 수도권 지역보단 우세 지역이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왼쪽부터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조지연 전 행정관. /각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충청권과 영남권에는 각각 3명, 4명이 국회 입성을 노린다. 수도권 지역보단 우세 지역이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왼쪽부터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조지연 전 행정관. /각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충청·PK도 안심 못 해...영남 텃밭에선 무소속과 대결도

충청권과 PK 지역에는 용산 참모 및 장차관 출신이 각각 3명씩 배치돼 있다. 충청권에선 우선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양승조 전 충남지사와 양자 대결을 펼친다. 홍성·예산은 충남의 TK(대구·경북)라고 불릴 정도로 보수 진영에 유리한 곳으로, 제13대 총선(1988년) 이후로 30년 넘게 보수정당이 터를 잡아왔다. 민주당에서 4선 중진에 충남지사를 지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양승조 후보를 전략공천하면서 충청권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역시 보수 세가 강한 청주청원에선 서승우 전 자치행정비서관이 당초 경선에서 탈락했다가, 정우택 의원이 '돈봉투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되면서 부활했다. 민주당에선 2년여 동안 지역구를 다져온 이강일 전 지역위원장이 나서면서 '정치 신인' 간 대결이 어떤 결과로 끝날지 주목된다. 서 후보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관료 출신으로, 충북도 행정부지사와 행정안전부장관 비서실장 등을 지낸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충남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천안갑에서 현역 문진석 민주당 후보와 리턴 매치를 벌인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 49.34% 대 47.92%의 초접전이 이번 재대결에서도 재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주호주대사 임명 건으로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이 연일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점은 당시 차관이었던 신 후보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지역은 상대적으로 보수 진영의 양지로 분류된다. 특히 '친윤 핵심'으로 불리는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출마한 부산해운대갑은 양지 중의 양지로 꼽힌다. 하태경 의원이 '험지 도전'을 선언하고 일찌감치 자리를 비운 이곳에 지난 1월 대통령실에서 나와 지역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민주당 후보로는 홍순헌 전 해운대 구청장이 나오면서 '중량감 있는 원외 인사' 대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총선부터 신설된 부산 북을에는 부산진갑에 도전했다가 컷오프된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이 경선 승리로 본선 기회를 얻어냈다. 민주당에선 '약사' 출신 정명희 후보가 나왔다. 정 후보는 부산대 약대를 나와 부산 중구약사회장 등을 역임하다 부산시의원으로 정계에 입문, 2018년부터 4년간 북구청장을 지냈다. 집권 여당의 추진력과 국정운영 경험을 강조하는 박 후보와 지역내 높은 인지도와 지역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 정 후보 중 지역 민심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과거 '부산의 정치 1번지'로 꼽혔던 부산 중·영도도 비슷하다. 이곳은 국민의힘 출신 황보승희 자유통일당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조승환 후보가 풍부한 행정 경험과 정책개발 능력을 앞세우고 있고, 지역위원장으로 기반을 다져온 박영미 민주당 후보는 지역 밀착형 인재임을 부각하고 있다.

TK 지역은 보수 진영의 '텃밭'으로 국민의힘 후보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임종득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제2차장(영주시·영양군·봉화군), 조지연 전 대통령실 행정관(경북 경산),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경북구미을),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성군)이 당내 치열한 공천권을 따내고 본선에 진출했다. 다만 경북 경산에선 친박 좌장으로 불렸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강원 원주을에는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전략공천을 받아 '재선' 송기헌 민주당 의원의 아성 깨트리기에 나섰다.

전국을 강타한 이종섭 임명 및 출국,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발언 논란으로 수도권 중심으로 여론이 악화했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후보들은 인물론을 내세워 승부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전경. /박숙현 기자
전국을 강타한 이종섭 임명 및 출국,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발언 논란으로 수도권 중심으로 여론이 악화했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후보들은 인물론을 내세워 승부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전경. /박숙현 기자

◆용산 리스크로 '수도권 위기론 확산'..."이슈로 부정적 영향 느껴져"

4·10 국회의원 총선거를 10여 일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 내에선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및 출국 논란,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언론인 회칼테러' 발언 등이 중도층 민심을 뒤흔드는 총선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대통령실 홍보수석 출신 김은혜 후보조차 지난 17일 두 현안이 급부상하자 "이종섭 즉시 귀국, 황상무 자진 사퇴가 국민 눈높이"라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이후 대통령실은 황 수석의 자진사퇴를 수용하고 이 대사를 귀국 조치했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뒤늦은 수습에도 이미 여론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을 뛰는 선거 캠프 실무진 사이에선 안 그래도 격전지인데 더 쉽지 않은 싸움이 됐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용산 참모 출신 후보의 선거 캠프 관계자는 "아무래도 선거 결과는 대통령 지지율을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번에 이슈가 터지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우리에게 오는 게 좀 느껴질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그래도 오히려 저희는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돼야 한다, 예산 폭탄을 터트리겠다는 콘셉트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며 "아직도 외벽 현수막도 그대로고 윤 대통령과 같이 찍은 사진을 크게 걸어놓고 있다"며 선거운동 과정에서 용산 출신임을 여전히 부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관 출신 후보의 한 선거 캠프 관계자도 "열심히 뛰고 있는 상황인데 사실 맥은 좀 빠진다"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그런 것 신경 쓰지 않고 우선은 열심히 하고 있다. 또 장관 출신이기 때문에 이 정부를 대표해서 심판해야 한다는 정서도 거의 못 느껴봤다. 오히려 인물로 비교해주는 분들이 많다"고 긍정적인 기대를 드러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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