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누구의 힘이냐"…'친윤 핵심' 이철규도 밀려난 사연?
입력: 2024.03.23 00:00 / 수정: 2024.03.23 00:00

민주, 한민수 '벼락 공천'…"강북을 유권자 호구냐"
개혁신당 양향자 원내대표, 탈당 예고 뒤집고 잔류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왼쪽)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여당 비례대표 공천 과정이 불투명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 중 누군가 자신의 기자회견을 방해하려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남용희·배정한 기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왼쪽)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여당 비례대표 공천 과정이 불투명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 중 누군가 자신의 기자회견을 방해하려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남용희·배정한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누구의 힘이냐"...'친윤 핵심' 이철규도 밀려난 사연?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당을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던데?

-응. 이 의원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여당 비례대표 공천 과정이 불투명했다고 비판했어. 그러던 중 이 의원은 "(국민의힘) 공지방에 (제가) 사실관계를 밝히는 브리핑을 한다고 올렸다가 누구의 힘인지 모르지만 금방 삭제돼 버렸다"고 말했지. 앞서 이날 오후 3시 4분 국민의힘 공지 단체방에는 '이 의원의 기자회견이 오후 3시 30분에 있다'는 공지가 올라왔어. 하지만 이 의원의 설명대로 해당 글은 곧 삭제됐지. 취재진 사이에서는 기자회견을 한다는 건지 만다는 건지 혼란이 있었어. 그러다 오후 3시 22분에 익명의 누군가가 단체방에 들어와 이 의원의 기자회견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안내글을 다시 게재했지.

-이 의원 주장은 누군가 자기 기자회견을 막으려 했다는 건가?

-아무래도 그렇게 본 것 같아. 앞서 이 의원은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순번이 발표된 직후 페이스북에 '호남 인사와 당직자 출신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반면 한동훈계 사람들은 당선권에 진입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어. 사실상 한 위원장이 사천(私薦)을 하고 있다고 주장이었지. 한 위원장은 '사천 프레임은 우습다'는 취지로 반박하면서 갈등은 고조됐어. 이같은 상황에서 이 의원이 기자회견을 예고했다는 것은 그 내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 이 의원은 이를 방해하기 위해 누군가 훼방을 놨다고 생각한 것 같아. 이 의원은 "우리 당에서 이런 일이 있어서야 되겠나"라며 "누가 지우도록 했는지 책임을 물어줄 것을 당에 요청하겠다"고 밝혔어.

지난 20일 오후 3시4분 국민의힘 공지 단체방에는 이 의원의 기자회견 일정이 게재됐지만 곧 삭제됐다. 이후 3시22분 새로운 단체방 참여자가 이 의원 기자회견을 재공지했다. /국민의힘 공지 단체방 갈무리
지난 20일 오후 3시4분 국민의힘 공지 단체방에는 이 의원의 기자회견 일정이 게재됐지만 곧 삭제됐다. 이후 3시22분 새로운 단체방 참여자가 이 의원 기자회견을 재공지했다. /국민의힘 공지 단체방 갈무리

-이 의원이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무언가 뼈 있는 말인 것 같네?

-이 의원 기자회견 직후 당 안팎에서는 '친윤계 대 친한(친한동훈)계의 대결 구도'라는 해석이 나왔어. 이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한 위원장과 그 측근들에 대한 불쾌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거든. 특히 이 의원은 자신과 한 위원장이 비례대표 공천 문제를 놓고 고성과 말싸움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배후에 누가 있는지 기자들은 잘 알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곧 한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장동혁 사무총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어. 장 사무총장은 이 의원 기자회견 종료 약 2시간 뒤 입장문을 내고 "공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당내 잡음으로 공천 결과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그로 인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원과 국민들이 전혀 바라지 않는 일"이라고 반박했지.

-당내에서는 총선 20여 일을 앞두고 계파 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고 해. 비례 공천 갈등은 순번 조정으로 어느 정도 수습됐지만 수면 위로 드러난 세력 싸움은 갈등의 뇌관으로 남아있으니까. 국민의힘이 큰 잡음 없이 총선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자고.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서울 강북을 후보에 친명계 한민수 대변인을 전략공천했다. 사진은 한 대변인이 지난해 9월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앞에서 단식 중 건강 악화로 입원한 이재명 대표의 상태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서울 강북을 후보에 '친명계' 한민수 대변인을 전략공천했다. 사진은 한 대변인이 지난해 9월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앞에서 단식 중 건강 악화로 입원한 이재명 대표의 상태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공천 파동도 모자라 후보 두 번 바뀐 서울 강북을 "유권자는 무슨 죄냐"

-4·10 총선 민주당 강북을 후보로 결정된 조수진 변호사가 끝내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지.

-조 후보는 22일 새벽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들께서 바라는 눈높이와 달랐던 것 같다"면서 "제가 완주한다면 선거 기간에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후보직에서 사퇴했어. 지난 19일 강북을 지역 현역 박용진 민주당 의원과 재경선을 통해 후보로 확정된 지 사흘 만이야. 과거 성범죄 피고인을 변호하는 과정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급격하게 기울었어. 조 변호사가 "초등학생 4학년 여아 피해자는 아버지에게 당한 것" "피해자다움 부족" 등과 같은 논리로 성범죄 가해자 측에 선 게 문제가 됐지. 여성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놀라는 분위기더라.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아무리 수세에 몰려도 저런 얘기는 절대 안 하는 게 법조인들의 기본 상식"이라며 "재판부에서 괘씸하게 봤을 것"이라고 하더라.

민주당 비명계 박용진 의원이 끝내 4·10 총선 공천을 받지 못했다. /더팩트 DB
민주당 비명계 박용진 의원이 끝내 4·10 총선 공천을 받지 못했다. /더팩트 DB

-공천받은 강북을 민주당 후보가 여론 몰매로 결국 두 번이나 바뀌었네.

-이례적인 경우지. 정봉주 전 의원의 경우 "DMZ 지뢰 밟으면 경품 목발" 발언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됐잖아. 정 전 의원 공천 실패 이후에도 당은 차순위 후보인 박 의원을 공천하는 것이 아닌 재경선을 택했어. 박 의원의 패배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를 받은 박 의원은 30% 감점 페널티를 받았고, 조 변호사는 여성 신인 가점 25%를 받았거든. 박 의원 측 관계자는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와도 못 이긴다"며 허탈해하더라. 조 변호사 사퇴 이후에도 당은 또다시 박 의원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어. 22일이 후보 등록 마감일이기 때문에 당장 사람이 급한 데도, 박 의원은 절대 안 된다는 거야. 안규백 공천관리위원장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하위 20% 혹은 하위 10%를 받은 사람을 전략공천하기는 힘들다"고 했어.

-22일 친명(친이재명)계 한민수 대변인이 강북을에 전략공천을 받았네.

-한 대변인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선대위에서 공보 부단장을 맡았던 이 대표 최측근 인사야. 한 대변인은 정 전 의원이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되자, 후보자 공모에 참여했지만 탈락했어. 전북 익산 출신인 한 대변인에게 강북을과 인연은 딱히 없는 것으로 보여. 한 대변인은 2016년 국민일보 논설위원 시절 '황당한 선거구'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졸속 전략공천을 비판한 바 있어. 칼럼에서 20대 총선에서 송파을에 전략공천된 민주당 최명길 당시 후보를 두고 "하루아침에 날아온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 골목 번지수나 알고 있을까"라고 지적했어. 또 "정치권이 지역주민을 ‘장기판의 졸(卒)’로 여기는 게 아니라면 이럴 순 없다"고도 했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한 대변인 상황인 거지. 한 강북을 관계자는 "민주당이 지역 유권자들을 호구로 보지 않는 이상 이런 생쇼가 연이어 터질 수 있느냐"며 "강북을 유권자들은 대체 무슨 죄냐"고 분개했어.

비례대표 명단을 둘러싼 잡음으로 거취 표명을 예고했던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이준석 대표의 설득으로 당 잔류를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합당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와 양 원내대표의 모습. /배정한 기자
비례대표 명단을 둘러싼 잡음으로 거취 표명을 예고했던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이준석 대표의 설득으로 당 잔류를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합당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와 양 원내대표의 모습. /배정한 기자

◆개혁신당 비례대표 둘러싼 잡음…밤중 산책으로 극적 화해?

-개혁신당도 비례대표 명단을 확정했다지?

-20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1번부터 10번까지 순번을 확정했어. 1번은 이주영 전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응급학과 교수, 2번은 '천아용인'의 천하람 전 최고위원이야. 이준석 대표의 또 다른 측근 이기인 전 경기도의원이 6번에 이름을 올렸어. 개혁신당 내부적으로는 4~5번을 당선권으로 보는 것 같은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2~3번 정도까지 생각하는 것 같아. 천 전 최고위원은 당선 가능권으로 보이지.

-당 내부에서는 순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던 천 전 최고위원이 비례 명단에 이름을 올려서 뒷말이 나와. 이 대표의 입김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거지. 또 김용남 정책위의장이나 김철근 사무총장이 빠진 것도 의아하다는 반응이야. 김철근 사무총장은 명단 발표 직후 "저는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을 SNS에 올리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어.

-양향자 원내대표도 거취 표명을 예고했었어. 자신이 영입한 이창한 전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등이 비례 후보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야. 20일 SNS에 양 원내대표는 "반도체 중심 첨단과학기술 인재는 개혁신당에 없다"라는 글을 올리고 다음 날인 21일에 국회 소통관에서 거취 표명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했지.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는데 회견 직전 급히 취소했어. 아무래도 이준석 대표나 당 지도부의 설득 작업이 있었던 것 같아.

양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경안천을 걷는 뒷모습이 담긴 사진을 22일 SNS에 공개했다. /개혁신당 제공
양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경안천을 걷는 뒷모습이 담긴 사진을 22일 SNS에 공개했다. /개혁신당 제공

-21일 늦은 오후 양 원내대표는 SNS에 글을 올리고 "저는 개혁신당으로 이번 총선을 완주합니다"라고 밝혔어. 이준석 대표와 개혁신당의 색깔인 오렌지색 점퍼를 입고 경안천을 걷는 사진을 올리면서 "첨단일자리를 중심으로 주거, 교육, 의료, 교통, 문화의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그 약속과 진정성을 믿고 저는 어렵고 고통스러운 이 가시밭길을 함께 건너가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어.

-22일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도 양 원내대표는 "분열의 시대에 맞서기 위해 개혁신당은 탄생했다. 비록 그 길이 암흑천지일지라도 끝까지 싸워야 한다"며 "여기 있는 이준석 대표, 김종인 위원장, 금태섭·조응천 최고위원, 이원욱·양정숙 의원 모두가 하나 돼 끝까지 맞서 싸우자"라고 말했어. 일단 양 원내대표의 잔류 선언에 갈등은 일시적으로 봉합된 것으로 보여. 그래도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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