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김철근 '공개 반발'…개혁신당 '비례 순번' 잡음
입력: 2024.03.21 15:09 / 수정: 2024.03.21 15:09

양향자, '반도체 인재' 비례 미포함에 반발
기자회견 예고했다 긴급 취소
"저는 여기까지" 김철근도 탈당 시사


4·10 총선을 3주가량 남겨두고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둘러싼 개혁신당의 내홍이 분출되고 있다. /배정한 기자
4·10 총선을 3주가량 남겨두고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둘러싼 개혁신당의 내홍이 분출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4·10 총선을 3주가량 남겨두고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둘러싼 개혁신당의 내홍이 분출되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측근인 천하람 전 최고위원은 비례 순번 2번을 받았지만, 김철근 사무총장과 김용남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양향자 원내대표까지 불만을 드러내면서 잡음은 이어질 전망이다.

개혁신당은 앞서 20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비례 순번을 확정했다. 1번에는 이주영 전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응급학과 교수가, 2번에는 천하람 전 최고위원이 배정됐다. 이어 문지숙 차의과대학 바이오공학과 교수와 곽대중 대변인, 이재인 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이 각각 3, 4, 5번에 이름을 올렸다. 이준석 대표의 또 다른 측근 이기인 전 경기도의원이 6번을 받았다. 이어 정지현 변호사, 보건사회정책전문가 곽노성 교수, 박경애 전 공군 소령, 조성주 세번째권력 공동운영위원장이 7~10번이다.

이같은 순번에는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명단 확정 후 이 대표는 "대승적으로 공관위의 안을 큰 틀에서 준용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발표하게 됐다"며 공관위가 결정한 대로 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김철근 사무총장, 김용남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는 제외된 반면 순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 오던 천 전 최고위원이 당선권으로 점쳐지는 2번에 배치된 점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김철근 사무총장은 "저는 여기까지다. 김성열 부총장도 여기까지란다"라는 짧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종인 위원장이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 하겠다고 나서는 건 처음 봤다"라고 하자 김 사무총장은 "나이 드셔서 기억력이 없으신 것 같다. 제3당 대부분 사무총장은 비례로 입성했다. 박선숙 의원이 그랬고, 이태규 의원도 그랬다"라고 반박했다.

양향자 원내대표는 반도체 산업 인재가 후보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거취 표명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도체 중심 첨단과학기술 인재는 개혁신당에 없다"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이 영입한 이창한 전 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과 삼성디스플레인 출신 정보경 사무부총장이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서 제외된 점을 거론하며 "저도, 반도체 업계도 분노한다"고 밝혔다. 한국의희망을 창당한 양 원내대표는 현역 의원 신분으로는 처음 개혁신당에 합류했다.

정치권은 양 원내대표의 탈당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2차 분당 사태도 전망하고 있다. /나윤상 기자
정치권은 양 원내대표의 탈당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2차 분당 사태도 전망하고 있다. /나윤상 기자

정치권은 양 원내대표의 탈당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2차 분당 사태도 전망하고 있다. 다만 양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가 회견 직전 급히 취소하면서 갈등이 일부 봉합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개혁신당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심경의 변화, 비례대표 순번에 대한 설득이나 설명이 있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천 전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전략적 판단 때문에 자신이 비례대표 앞번호에 배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를 이끌 인지도 있는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양 원내대표의 반발에 대해서 천 전 최고위원은 "요구하는 거를 조금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분위기다. (과학기술 인재도) 사실 있다. 3번 문지숙 교수는 바이오공학자다. 양 원내대표 쪽 이신두 공관위원이 강력 추천해서 들어가신 분이라고 한다. 양 원내대표 쪽의 의견을 받아 바이오 공학자를 포함했는데 갑자기 왜 이러나 다들 조금 당황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개혁신당이 총선 전 비례 순번을 다시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낮다. 개혁신당의 경우 최고위에서 기존 원안을 부결한 후 다시 공관위 재논의를 거치고 최고위에서 재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천 전 최고위원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최고위에서 부결시키면 다시 공관위로 가야 하는 구조다. 내일(22일) 당장 등록해야 되는 상황에서 다시 최고위 소집 후 부결하고 다시 공관위로 갔다가 최고위에서 승인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불가능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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