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이종섭 사태에 물러난 용산…위기관리능력 도마 위  
입력: 2024.03.20 13:11 / 수정: 2024.03.20 13:11

황상무 사의 수용·이종섭 조기 귀국 가닥
2차 尹·韓 갈등 수습 국면…사태 악화 반복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이 요구한 이종섭 주호주대사 조기 귀국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퇴를 사실상 받아들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한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이 요구한 이종섭 주호주대사 조기 귀국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퇴를 사실상 받아들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한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이 제기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사의를 전격 수용했다. 이종섭 주호주대사도 조만간 조기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4·10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위기론'이 재부상할 정도로 두 현안이 여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 터져 나오면서 윤 대통령이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정면충돌 양상 없이 갈등은 수습된 모습이다. 하지만 늑장 대응으로 사태를 키우는 일이 반복되면서 용산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20일 오전 윤 대통령이 황 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황 수석이 지난 14일 일부 대통령실 기자들과 점심 식사 자리에서 1980년대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해 논란이 생긴 지 엿새 만이다. 황 수석은 전날(19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여권에선 한 위원장을 비롯해 수도권 출마 후보 중심으로 황 수석의 자진 사퇴를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황 수석 발언이 현 정부의 국정철학과 맞지 않은 부분은 있지만 경질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요구가 이어지자 국정운영에 더는 부담을 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2023년 9월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야당은 이 대사 해임까지 요구하고 있어 이슈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이 2023년 9월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야당은 이 대사 해임까지 요구하고 있어 이슈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제공

이 대사 조기 귀국 요구도 사실상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이 대사는 오는 25일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일정 계기에 일시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입국해 공수처의 소환을 기다리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로 바뀐 것이다. 이 대사는 해병대 '故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난 4일 주호주대사에 임명돼 호주에 체류 중이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가 이 대사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는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 대사의)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이 대사 출국을 둘러싼 의혹은 더 확산했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사의 주호주 대사 임명과 출국 과정 전반을 밝히기 위한 특검 법안도 당론 채택해 총선 최대 이슈로 급부상했다. 이를 두고 여당은 당사자가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며 이 대사 조기 귀국을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하지만 이틀 만에 입장을 꺾은 것이다.

대통령실이 여당 요구를 모두 수용한 것은 '당정 간 잡음이 커지면 총선 필패'라는 엄중한 상황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정 갈등은 수습 국면에 접어든 양상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첫 선거대책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2차 당정갈등' 우려에 대해 "총선을 20일 남겨놓고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는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게 해야 폭주하는 이재명 사단과 통진당 종북 세력이 이 나라의 주류를 차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저는 그것만 생각한다"고 답했다.

논란이 제기되고 사태가 악화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대통령실의 위기관리대응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년 대담 사전 녹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논란이 제기되고 사태가 악화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대통령실의 위기관리대응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년 대담 사전 녹화 모습. /대통령실 제공

하지만 논란이 제기되고 사태가 커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용산의 위기관리능력이 미흡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여권 내에서 나온다. 김경률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방송에서 황 수석의 자진 사퇴와 대통령 수용을 환영하면서도 "정치적인 판단의 고도성을 비춰본다면 즉각 이루어졌어야 됐다"고 했다.

또 이 대사 임명도 대통령실은 출국금지 상태를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서도 법무부를 통해 조치를 풀어 출국시키면서 '도피성 부임'이라는 야당 프레임을 공고히 시킨 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으며 오히려 공수처의 수사권 남용이 문제라고 맞대응했다. 또 이 대사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일부 여권 인사를 향해선 "정신 차려야 한다"는 경고성 발언까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대통령실 대응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지난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논란' 때는 대통령실이 '몰카 공작'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고, 한 위원장과 대응 방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다 당무 개입 논란까지 번지면서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김 여사 논란은 더 부각됐었다.

야당은 이 대사 해임까지 요구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사 해임 필요성에 대해 한 위원장은 즉답을 피하며 "저희는 민심에 순응하려고 노력하는 정당이고 민주당은 민심을 거부하는 정당"이라며 "그 차이를 이런 상황들이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만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최근 2차 당정 갈등에 대해 "사고가 터지고 수습부터는 '약속대련'으로 진행된 게 아닌가 싶다. 결국 한 위원장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끝난 그림"이라며 "(정권심판론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종섭 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위기관리대응이 굉장히 서툴렀다는 게 확인됐다. 정무적 판단도 그렇고 처리 과정도 그렇다"고 평가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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