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盧 비하' 양문석 후보 공천 의견 대립
與, 장예찬·도태우 공천 취소…악재 차단 총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양문석 후보의 거취에 관해 "국민께서 판단할 것"이라며 사실상 공천을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여야가 4·10 총선을 앞두고 '막말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부 후보의 과거 막말과 망언이 봇물 터진 듯 알려지면서다. 정치인들의 막말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더라도 민감하고 특수한 선거철이라는 점에서 여야가 총선 판세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를 두고 파열음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을 '불량품'이라고 주장한 칼럼이 뒤늦게 알려진 데 이어 민주당 의원들을 비난했던 글도 드러나면서 양 후보에 대한 공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막말 논란으로 공천 취소된 정봉주 전 의원과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다.
양 후보의 막말 논란이 당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빨리 논란을 종식하고 (양 후보의) 여러 가지 선당후사의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일부 외부위원이 양 후보의 도덕성에 거의 최하점을 줬고, 경선 자격 여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양 후보의 공천을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진행된 현장 기자회견에서 양 후보의 거취와 관련해 "양 후보 발언은 지나쳤고 사과해야 한다, 또 사과도 했다. 그 이상 책임을 물을지는 국민께서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 후보에 관한 추가 질문에 "그 얘기는 그만해도 될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양 후보 막말 논란 등 민주당 공천 잡음이 지속되는 데 대한 우려가 감지된다. 수도권 한 후보 측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에서 발생한 여러 논란이 유권자에게 안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 염려된다"며 "최근 우리 당에 대한 공천 관련 보도를 보면 자칫 민주당이 제 기능을 못 하는 무능한 공당으로 왜곡되는 오해를 살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선 장예찬·도태우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며 악재 차단에 나섰다. 사진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배정한 기자 |
국민의힘도 막말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과거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장예찬(부산 수영)·도태우 후보(대구 중·남)의 공천을 취소하는 강수를 뒀다. 대신 공석이 된 지역구 후보 자리에 정연욱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김기웅 전 통일부 차관으로 채웠다. 논란의 인물들과 선을 그은 것은 민심 이반을 막으려는 조처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성일종 의원의 '이토 히로부미' 발언 논란, 조수연 대전 서갑 후보의 '일제강점기 옹호' 논란 등으로 야권의 공세에 시달렸다. 나아가 국민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역사관 논란이라는 측면에서 비난 여론이 컸다. 당시 일부 후보들의 잇따른 논란에 당 지지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진영별 지지층의 결집이 공고해지는 상황에서 실언이나 설화 리스크는 중도층 유입의 걸림돌이라는 게 여야의 공통된 인식이다. 초반 총선 레이스 경쟁에서 말실수는 당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 악재라는 판단이다. 특히나 이번 총선 판세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전 양상이라는 점에서 여야가 입단속에 신경 쓰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과거 선거 과정에서 국민 정서에 반하는 주장이거나 상대를 지나치게 깎아내리는 비방은 오히려 나비효과를 불러왔다"였다며 "실언 하나가 상대 진영의 공격 빌미가 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당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치르다 보면 순간적으로 언행을 조절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런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