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DMZ 목발' 정봉주 공천 취소…전국에 '막말 금지' 당부
이재명 전국 행보 연설에 당내에선 '설화'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막말 논란'을 일으킨 정봉주 후보를 공천을 취소했다. 당 내부는 후보자들의 '설화'를 조심하는 분위기지만, 전국을 돌며 표심을 호소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는 연일 '센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지도부 지침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DMZ 목발 경품'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서울 강북을 정봉주 후보에 대한 공천을 취소하며 '막말 리스크' 차단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앞으로도 후보들의 설화 논란이 있을 경우 엄정 조치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최근 전국에서 '정권심판론'을 외치며 윤석열 정권을 향해 더 강도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내에서는 자칫 이 대표의 어법이 중도층의 역풍을 부를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4일 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정 후보가 '거짓 사과' 논란으로 문제가 됐으며 지역구 후보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정 후보의 '공천 무효화'를 선언했다. 정 후보는 2017년 당시 한 유튜브에서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2015년 DMZ 수색 작전을 펼치던 군 장병 2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다리와 발목 등을 잃은 사건을 조롱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 후보는 방송 직후 영상을 삭제했고, 당사자에게도 사과를 했다고 밝혔지만 피해 장병이 '사과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은 더 커졌다.
민주당은 정 후보의 '막말 리크스'를 신속 처리해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 공천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은 당 지도부가 지난 13일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재명 대표, 당 최고위원회의)"이라며 '설화 경계령'을 내린지 하루 만의 일이다. 이외에도 지도부는 총선 후보자들에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삼갈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구설수 차단을 신신당부했다.
당 지도부는 민주당의 공천이 '막말 군단'을 가진 여당의 공천보다는 낫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공천 과정에서 '비명(이재명계)횡사' 논란이 있었지만, 공천 결과를 놓고 보면 시스템 공천을 한 민주당이 더 공정하게 후보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또 설화의 경우에도 국민의힘이 성일종 의원의 '이토 히로부미' 발언 논란, 도태우(대구 중·남구) 전 후보의 '5·18민주화운동' 발언 논란, 조수연(대전 서구갑) 후보의 '일제강점기 옹호' 논란, 장예찬(부산 수영구) 후보의 SNS 막말 논란 등으로 더 심각하다는 게 민주당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특히 장 후보는 과거 SNS에 남긴 막말들이 계속 쏟아지는 상황이지만, 본인의 사과 외에 자진 사퇴나 공천 취소 등의 조치는 없어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 후보가 남긴 내용들은 '매일 밤 난교해도 전문성 있으면 존경·서울시민 저급·'아이가 타고 있어요' 운전석 스티커 지능 미달·책값 아깝다는 대학생들 한심' 등이 있다.
이 대표의 일부 거친 발언을 두고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배정한 기자 |
여당이 막말 논란으로 민심이 돌아서는 양상을 보이자 당 지도부가 '설화 경계'를 단단히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최근 전국을 돌며 민심을 호소하고 나선 이 대표의 입은 점점 거칠어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을 '심판의 날'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부의 5대 실책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 故 채 상병 사망 사건,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주가조작 의혹)'를 연일 외치며 거리에 나서고 있다. 그는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 투표장에 나서는 것을 '회초리·몽둥이질'에 비유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그러나 이 대표가 광폭 행보를 펼칠 수록, 일부 발언이 '설화 논란'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감정 섞인 발언이 오히려 중도층에게는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세종특별시를 방문했을 당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정치 잘했다, 나라 살림 잘했다. 살 만하다, 견딜 만하다 싶으면 가서 열심히 2번(국민의힘)을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에 박정하 국민의힘 선대위 공보단장은 "이 대표는 여전히 국민을 갈라치는 전쟁 같은 증오 정치를 멈출 생각이 없나 보다"라며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한병도 총선전략본부장은 민주당이 오는 총선에서 지역구 130~140석을, 비례대표는 13석 이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새롬 기자 |
이 대표는 지난 8일에는 자신의 지역구 인천 계양을 선거 운동 도중 한 식당에서 식사하는 남성을 향해 "설마 2찍, 2찍 아니겠지?"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2찍'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뽑았던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로 쓰인다. 이 대표는 비판 여론이 높아자 사과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관련해 "총선 후보들은 막말 논란이 터지면 후보 자격을 박탈하면서, 대표가 구설에 오른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전국의 선거를 위해이 대표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 지도부는 오는 총선에서 지역구는 130~140석을, 비례대표석은 13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15일 당 총선전략본부장인 한병도 의원은 여론 지형과 관련해 민주당이 뚜렷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또 한 의원은 "(민주당은)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당은 역대급 공천 참사로 '한동훈 한계론'에 봉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