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선거 뒤집혔다…與野 막말 후보 공천 취소 초강수
입력: 2024.03.15 00:00 / 수정: 2024.03.15 00:00

정동영 노인 비하, 김용민 '성폭행' 발언...선거 뒤집었다
총선마다 돌아오는 막말 논란에 여야 모두 공천 취소 초강수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강북을 국회의원 후보의 막말 논란에 당이 공천 취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재명 대표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강북을 국회의원 후보의 막말 논란에 당이 공천 취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재명 대표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막말 논란 후보들의 공천을 취소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말 한 마디로 총선 판세가 뒤집혔던 트라우마로 인해 리스크를 끊어내고 선거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보인 셈이다. 역대 선거에서 빠짐없이 불거진 막말 논란은 수도권과 같은 박빙 지역구의 총선 판세를 뿌리채 흔드는 대형 악재로 꼽혔다.

14일 국민의힘은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도태우 후보(대구 중남구)의 공천을 취소하기로 의결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도 후보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의 부적절한 발언은 계속해 드러났고 여론이 나빠지자 공천 취소를 결정한 것이다. 당 공관위는 "도태우 후보의 경우 5.18 폄훼 논란으로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린 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고 취소 사유를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당내 막말 리스크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장예찬 전 최고위원 역시 '난교 발언', '서울시민 비하'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장 전 최고위원이 2014년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지 않을까"라고 적은 게 도화선이 됐다. 장 최고위원은 '치기 어린 마음'이라고 해명했으나, 민심은 싸늘한 상태다.

민주당 역시 정봉주 민주당 후보(서울 강북을)의 막말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다 끝내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는 경선을 1위로 통과한 강북을 정봉주 후보가 '목함지뢰 피해용사'에 대한 거짓사과 논란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바 당헌당규에 따라 해당 선거구의 민주당 후보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2017년 유튜브 방송에서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거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했다.

이는 지난 2015년 8월 파주에서 수색 작전을 하던 우리 군 부사관 두 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팔로 인해 다리와 발목을 잃은 사건을 웃음거리 소재로 삼은 것이다. 정 후보는 당사자들에게 사과했다고 밝혔으나, 당사자들은 "사과나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혀 논란은 증폭됐다. 정 후보자는 "피해 용사에게 직접 사과한 듯한 표현으로 두 분께 또 다시 심려를 끼치고 상처를 드렸다"며 거짓 해명을 인정했지만, 거센 몰매를 맞아야 했다.

여야 모두 막말 논란으로 인한 악몽이 재현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차명진 당시 경기 부천시병 후보의 막말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는 모습. /더팩트 DB
여야 모두 막말 논란으로 인한 악몽이 재현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차명진 당시 경기 부천시병 후보의 막말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는 모습. /더팩트 DB

이 같은 당 지도부의 결단은 후보의 설화가 선거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역대 선거에서 양당 모두 막말로 인한 패배 트라우마가 있는 만큼,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후보의 '노인 폄하' 발언이 대표적이다.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하는 취지에서 "60,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선거대책위원장직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직에서 사퇴했으나, 민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민주당은 또 2012년 총선에서는 김용민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로 당이 총선 참패를 당했던 악몽이 있다. 김 후보가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부 장관을 성폭행하자", "피임약을 최음제로 바꿔서 팔자"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드러나면서다. 해당 발언 논란으로 인해 민주통합당은 수도권에서 30~40석을 날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정태옥 자유한국당 전 후보의 "멀쩡한 사람이 서울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는 '이부망천' 지역 비하 발언이 선거 판세를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후 21대 총선에는 차명진 미래통합당 전 후보가 세월호 유족 비하 발언을 해 수도권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자당 후보발 막말 논란으로 인해 선거를 준비 중인 후보들 역시 선거 악재로 작용할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한 후보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호남 지역과 같은 민주당 우세 지역을 제외하고, 막말 논란은 유권자들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당에 치명적"이라며 "당 차원에서 더 강하게 경고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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