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단톡방서 "연령 속이고 응답"
이혜훈 "처음 듣는다" 했지만
단톡방 초대-메시지 전송도…장동혁 "관계 여부 보겠다"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경선 과정 중 이혜훈 전 의원의 지지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연령을 속이고 여론조사에 응답하라는 지침이 안내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김세정·김정수 기자] 이혜훈 전 의원이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경선 과정 중 지지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이 만들어질 무렵부터 참여했고 직접 참여자 초대, 메시지 전송 등 활동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단톡방은 연령을 속이고 여론조사에 응답하라는 지침을 안내하는 거짓 응답 지시 등으로 논란을 부른 곳이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결선에서 패배한 하태경 의원은 당에 여론조사 원본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 전 의원을 중·성동을 후보로 의결했으나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중·성동을 경선 중 이 전 의원들의 지지자들 모인 '이혜훈 사랑' 단체대화방에는 연령대를 속이고 응답하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여러 차례 올라왔다. 이 전 의원은 전날(13일) 연합뉴스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처음 듣는다"고 했는데 취재진이 대화 내역 전체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대화방이 만들어진 지난 4일 오전 10시 13분에 이 전 의원이 바로 초대됐다. 방장 A씨는 "이혜훈 님의 찐 팬들을 초청해 주세요^^", "이혜훈 예비후보와 함께하시는 충청향우회 여러분 환영합니다. 우리는 원!팀!입니다" 등의 메시지와 이 전 의원의 뉴스 기사 등을 전송했다.
대화방이 만들어진 지난 4일 오전 10시 13분에 이 전 의원이 바로 초대됐다. 이 전 의원은 5일 이른 오전 다섯 명을 연이어 대화방에 초대하기도 했다. /독자 제공 |
이 전 의원은 5일 이른 오전 다섯 명을 연이어 대화방에 초대하기도 했다. 대화방에는 중·성동을 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400명 넘는 인원이 모였다. 이 전 의원은 6일 오후 1시 6분께 "모두들 부족한 사람 등 두드려 주셔서 감사드린다. 엄청난 힘을 얻고, 고지를 향해, 사력을 다해 달리겠다. 함께 해달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전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B씨는 1차 경선이 진행되던 8일 오전 "일반경선은 연령대별로 일정수의 표본을 추출해서 실시된다. 전화가 오면 처음에 유선이건 무선이건 다 연령대를 물어본다. 50대 이상은 응답률이 높기 때문에 자신의 나이를 사실대로 말하면 표본수가 다 차 참여할 수 없다는 응답이 돌아온다"라며 "저는 현재 60대이지만 과거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30대라고 하고 조사에 참여한다"라고 말했다.
10~11일 진행된 2차 경선을 앞둔 9일에도 B씨는 "저는 현재 60대이지만 과거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30대라고 하고 조사에 참여한다. 경선에 참여하시려면 처음부터 본인의 나이를 30대라 하시면 된다"라며 "물론 목소리에 자신이 있으시면 20대라 하시면 참여확률이 더 높아진다. 물론 40대라 하셔도 된다"라고 했다. 이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몇 차례 더 전송한 B씨는 "지인과 본인이 속하신 단톡방에 뿌려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6일 오후 1시 6분께 "모두들 부족한 사람 등 두드려 주셔서 감사드린다. 엄청난 힘을 얻고, 고지를 향해, 사력을 다해 달리겠다. 함께 해달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대화방은 연령을 속이고 여론조사 응답을 지시하는 글도 올라왔다. /독자 제공 |
B씨의 안내에 따라 참여자 C씨는 "방금 한 건 했다. 내 나이 52세로 다운됐다"며 연령을 속여 응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C씨는 구의원 출신으로 국민의힘 책임당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B씨는 "윤 대통령과 보수 그리고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선 하태경만큼은 절대로 국회의원이 되면 안 된다"라며 경쟁상대인 하 의원을 겨냥하기도 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14일 오 기자들과 만나 "나이를 다르게 하고 여론조사에 응하라는 것이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따로 연령별 비율이 정해지거나 가중치가 정해진 건 아닌 상황"이라고 설명했지만, 공직선거법 108조 11항 1호에 따르면 당내경선을 위한 여론조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다수의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성별·연령 등을 거짓으로 응답하도록 지시·권유·유도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대화방에는 당원 여론조사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전화번호를 소개하며 "책임당원이라고 답해야 참여할 수 있다", "당원이 아니라고 답해야 참여할 수 있다"고 안내하는 메시지도 올라왔다.
이 전 의원은 전날(13일) 연합뉴스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처음 듣는다"고 밝힌 바 있다. /독자 제공 |
하 의원과 이 전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3자 구도로 치러진 중·성동을 1차 경선 여론조사에서 하 의원은 46.01%를 기록했고 이 전 의원이 29.71%, 이 전 장관은 25.9%였다. 이 전 장관의 탈락 이후 양자로 진행된 2차 경선에서는 하 의원은 50.87%, 이 전 의원은 49.13%를 각각 얻었다. 하 의원은 약 4%P만 오른 반면 이 전 의원이 약 20%P 올라서 수치상 변화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하 의원의 주장이다. 여성 가산점 5%를 받은 이 전 의원은 최종 51.58%로 계산됐다. 하 의원은 로그와 로데이터, 음성파일, 안심번호 등이 포함된 원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
단톡방의 대화 내용이 13일 <더팩트> 보도로 알려지자 방장 A씨는 "죄송합니다. 이 방은 실시간으로 캡처되어 언론사에 제보되는 상황이다. 의원님 일정 이 방에 노출하지 말아주시길 바란다"며 "사실왜곡과 음해의 진앙지가 이 방에 계신 어떤 분이 행하는 스크린샷이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방에는 적어도 국민의힘 지지자분들이 초대돼 있다. 경선이 끝난 지금까지 동지들에게 이런 짓을 하시는 건 민주당 586과 뭐가 다르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해당 전화번호를 입력해 확인한 결과 이 전 의원의 이름이 나왔다. /김세정 기자 |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이번 경선과 관련된 신고를 받아 조사하고 있다. 신고자로부터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으며 문제 되는 증거 21건을 추출했다고 한다.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는 "수사기관에 넘긴 단계는 아니고 자체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조항 자체만으로 선거법에 위반되는데 위반된다고 해서 당내 경선에서 모두 자격을 박탈한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를 한 번에 고려해서 판단하겠다. 후보자가 직접 관여됐는지 여부부터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비공개 화상회의를 열고 이 전 의원을 중·성동을 후보로 의결했다.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번 사안을 이날 오후 회의에서 다룰 예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에 "일단 경선을 통과했으니 절차적으로 의결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제가 더 커져간다면 재논의할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지금은 그렇게 의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14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우리 지지자들 단톡방이 있는데 들어와달라면 제가 들어가는데 그런 단체방이 한 두개도 아니고 수십개다"라며 "거기서 무슨 말이 오갔느지 단체방을 하나하나 볼 시간과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에 메시지가 수천 개가 아니라 어떤 때는 1만 개도 온다. 그걸 어떻게 하나하나 볼 수 있겠나"라며 "(문제의) 단톡방에는 지역 구민들도 있지만 타 지역 사람들도 많이 들어와 있고 특성상 정확히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오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후보로 의결난 것도 알지 못한 채 하루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조차 몇 시간이 지나도록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체방에 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하나하나 파악하기에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