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한강벨트' 격전…민주당 36년 아성 국민의힘이 무너뜨리나
정통 민주당 강세 vs 부동산 민심이 선거 지형 바꿔
4선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떠난 서울 마포갑 지역구 승자는 누가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마포갑은 노 의원이 4선, 그리고 그의 부친 노승환 전 의원이 5선 등 부자가 9선을 했을 정도로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결과가 주목된다. 22대 총선 마포갑에 도전장을 낸 민주당 이지은 후보(왼쪽) 국민의힘 조정훈 후보. /설상미 기자 |
[더팩트ㅣ마포=설상미 기자] 서울 '한강벨트'의 중심인 서울 마포갑이 22대 총선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은행 출신의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와 총경 출신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박빙 승부가 점쳐지는 곳이다. 마포갑 주민들은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손을 들어줬지만, 이후 치러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모두 국민의힘에게 힘을 실어줬다. <더팩트>는 13일 22대 총선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마포갑에서 민심을 들어봤다.
민주당의 강세 지역으로 꼽혔던 마포갑은 4선의 노웅래 민주당 의원과 그의 부친 노승환 전 국회의장이 도합 9선에 성공한 지역구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구의 부동산 폭등 및 보유세 인상으로 민심이 급격히 보수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21대 총선 당시 노 의원이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 강승규 전 의원에게 압도적인 표차로 이겼지만,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54.23% 득표해 이재명 당시 후보(41.95%)를 두 자릿수 격차로 따돌렸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12년 만에 마포구청장 탈환에 성공했다.
윤석열 정부 중간 평가 성격을 띤 총선을 28일 앞둔 13일 오전, 마포갑에 도전장을 낸 두 후보의 일정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오전 7시 50분 대흥역에서 조 후보는 연신 웃으며 "좋은 아침 되세요"라고 시민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출근을 위해 바삐 지나갔지만, 조 후보를 알아보고 먼저 악수를 청하는 몇몇 시민들도 보였다. 조 후보는 "우리 지역에 7개의 역이 있는데, 매일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대 이 후보는 아현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마친 후 인근 아현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학부모들과 밝게 인사를 나눴다. 이 후보는 "제가 조금 늦게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보니, 2~3배로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격려와 응원이 많다"며 "민주당이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현장 분위기는 예상보다 좋은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총경 출신인 이지은 마포갑 민주당 후보(영입인재 11호)는 지난달 26일 전략공천을 받았다. 지난 1월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영입인재 환영식에서 이재명 대표와 악수 중인 이 후보. /배정한 기자 |
두 후보 모두 재개발 이슈와 교육 정책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들을 공략한 공약을 발표했다. 조 후보는 "강변북로 지하화 조기 착공과 마포구 교육특별구 지정을 공약으로 준비했다"며 "마포의 개발을 약속한 것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마포에 K팝 복합 공연장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한다"며 지역구를 한류 문화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양당의 영입인재인 두 후보 간 경쟁자를 향한 견제도 본격화하고 있다. 조 후보는 "이 후보는 '검찰독재 종식'을 위해 영입됐는데, 마포가 검찰이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며 "더군다나 마포에 필요한 것은 경제와 교육이지, 사법이나 치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저는 윤석열 정권의 경찰 장악에 대해 반대하다 좌천돼서 민주당 후보로 나온 반면, 조 후보께서는 민주당 위성정당 몫으로 국회의원이 된 후 국민의힘으로 가셨다"고 비판했다.
◆노웅래 부자(父子) 세습 지역…새 인물 환영 분위기
40년에 걸친 노웅래 의원 부자(父子)의 세습 덕일까. 마포갑 지역구 내에서는 '새 얼굴'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아현시장에서 50년 간 가방 가게를 운영했다고 밝힌 한 80대 남성은 "여긴 노 의원의 부친이 오래하다 노 의원에게 물려준 지역구이기 때문에 누가 나와도 상대 후보가 노 의원을 이기기 어려웠다"며 "힘 있는 새로운 인물을 뽑자는 분위기가 강한데, 새로 나온 두 후보 모두 괜찮다는 평가가 있다"고 전했다.
두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 역시 호의적였다. 공덕동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민주당 지지자인데, 이번에 나온 후보가 경찰 출신인 만큼 청렴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고 말했다. 도화동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은 "지나가다 조 후보를 봤는데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며 "스마트한 인상이라 눈길이 갔다"고 평가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는 강변북로 지하화 조기 착공 및 마포 교육특별구 지정을 22대 총선 공약으로 내놨다. 사진은 조 후보. /조정훈 캠프 제공 |
◆뿔난 부동산 민심 vs 윤석열 정권 심판
지역 발전이 더딘 데 불만으로 국민의힘을 뽑겠다는 시민들도 보였다. 아현시장에서 고깃집을 운영해온 한 60대 남성은 "2015년 아현 뉴타운 개발 이후 시장이 어려워졌고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낙후됐다"며 "망원시장은 오히려 살아났는데 여기는 점점 죽어간다. 노 의원 집안이 오랫동안 (의정활동) 했는데, 변한 게 없어서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다른 후보를 뽑을 생각"이라고 했다. 35년 간 마포에서 거주했다고 밝힌 한 60대 여성은 "마포는 한 정당만 밀어주지 않는다"라며 "저번에 또 믿고 민주당을 찍었는데, 지역이 여전히 발전된 게 없어 이번엔 국민의힘에 찍겠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이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계속 민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60대 남성은 "과일값 등 물가가 너무 비싸다"라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양평 주민 가지고 장난질을 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가족들 수사도 필요하고, 야당으로서 민주당이 정부 견제가 필요하니 민주당에 표를 찍겠다"고 밝혔다. 공덕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한 40대 여성은 "평생 민주당을 찍었다"며 "윤석열 정권이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이번에도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마포갑 선거는 부동산 민심이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갑 내 아현·염리·도화동은 국민의힘 우세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이 지역은 아현뉴타운 개발 등으로 인해 고가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표밭이 보수정당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였다. 아현동 내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한 70대 여성은 "평생 마포에서 살아서 집 한 채 갖고 있는데, 작년에 종부세만 1000만원 가까이 냈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오고 나서 종부세가 300만 원 정도로 줄었다. 늙은 사람들이 집 팔고 세 살이를 해야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부세, 상속세 등 세금 정책 때문에 국민의힘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