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국민이에요"...아이들 말에 '진땀' 흘린 與野 어른들
입력: 2024.03.12 00:00 / 수정: 2024.03.12 00:00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아동 공약 전달식
"선거 때마다 제안했는데"...흠칫한 여야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아동복지 전문기관 초록우산이 마련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아동 공약 전달식에 참석해 아동 대표들의 공약을 제안받았다. /중구=김정수 기자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아동복지 전문기관 초록우산이 마련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아동 공약 전달식'에 참석해 아동 대표들의 공약을 제안받았다. /중구=김정수 기자

[더팩트ㅣ중구=김정수 기자]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한 명의 국민으로서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아동기본법이 지난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놀이 문화 시설을 만들 때 아동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 주면 좋겠다. 아동들은 언제든 의견을 전달할 준비가 돼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초·중·고 학생들이 4·10 총선을 앞둔 여야 지도부에 전달한 메시지다. 학생들의 예상치 못한 날카로운 지적에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아동 정책의 당사자지만 선거권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배제당했던 이들은 일목요연한 정책 제안으로 '어른'들을 더욱 곤란하게 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아동복지 전문기관 초록우산이 마련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아동 공약 전달식'에 참석해 전국 아동 2만4000여 명이 제안하고 국민 1만1523명이 지지한 아동 공약을 제안받았다. 행사는 서울, 대구, 부산, 제주 등에서 살고 있는 학생 대표 6명이 여야 지도부에게 △학교·교육 △놀이·문화 △복지 △아동 참여와 의견 존중 △폭력 △안전 등 6대 분야 18개 공약을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민주당에서는 홍익표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첫 발표를 맡은 전서현(13·대구) 양은 중학교 진학 이후 처음으로 순위 경쟁이라는 벽에 부딪히게 됐다며 교육의 목적은 경쟁이 아니라 학습과 경험을 통한 성장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양은 "성적으로 줄 세우기 보다는 각자의 강점과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진로 교육을 마련해달라"며 "좋은 성적을 받는 것만이 저희 꿈이 되지 않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시는 데 힘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어유민(13·서울) 양은 구체적인 수치를 들며 아동의 건강한 발달과 놀거리를 보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어 양은 "전국에 있는 놀이시설은 8만여 곳인데 8곳 중 1곳만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며 "가정의 경제적 상황, 장애의 유무, 살고 있는 지역과 상관없이 아동이라면 누구든지 편하게 쉬고 놀 수 있는 문화공간이 다양하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멀리 제주에서 온 양가현(15·제주) 양은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아동기본법이 지난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한 해외에서는 아동 관련 정책 담당 기관이 신설됐다고 설명했다. 양 양은 "최근 일본에서는 아동과 관련한 정책을 총괄하는 새로운 중앙행정기관으로 어린이가정청이 설립됐다"며 "22대 국회에서는 이런 내용들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통과돼 우리나라의 아동 권리도 잘 지켜지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학생들의 정책 설명을 듣고 "아동기본법이 21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느냐 지적하시는데 뜨끔했다"며 "사실 잘 몰랐는데 21대 임기 중에 안 되면 22대 국회에서 제가 당선된다는 전제로 대표발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주셨던 노는 공간, 아동 관련 조직도 함께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동 대표들이 11일 아동 공약 전달식에 참석해 6대 분야 18개 공약을 제안하고 있는 모습. /중구=김정수 기자
아동 대표들이 11일 아동 공약 전달식에 참석해 6대 분야 18개 공약을 제안하고 있는 모습. /중구=김정수 기자

임현지(16·제주) 양은 아동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고 이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관련 조직과 소통 채널을 확대해달라고 주문했다. 임 양은 "사회에서의 아동들은 의견을 내는 주체가 아니라 보호돼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제일 잘 알고 표현할 수 있다. 아동 의견이 반드시 경청되고 또 반영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여 학생 가운데 가장 어렸던 임태민(부산·10) 군은 아동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군은 "나이 어린 사람을 놀리기 위해 잼민이(어린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라는 표현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며 "나이와 관계 없이 아동도 어른도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키즈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아이들을 소란스럽고 불편한 존재로 인식하는 대신 안전장치를 설치하거나 예절교육을 해주시는 등 모두가 안전하고 배려받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발표를 맡은 조서진(13·부산) 양은 통학로 안전 환경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며 아동들이 정책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양은 "매번 선거 때마다 저희가 빠지지 않고 제안했던 공약이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지금도 국가에서 아동의 안전을 위한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동들이 직접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 답변과 관련된 자리를 여러 차례 가져봤는데 오늘처럼 긴장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며 "아동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대학생 모의국회'와 같이 지방정부와 의회가 협력 프로그램을 늘려 아동과 지자체 공무원들이 질문과 답변을 해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확대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어 "노키즈존을 사회적 협의를 통해서 풀어야 한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사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문제가 있다. 이 문제도 잘 포함하도록 하겠다"며 "안전의 경우 직접 통학로를 걸었던 기억이 나는데 주정차된 차들 사이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가급적 어린이 보호구역을 확대해서 주정차를 금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 대표 6명이 여야 지도부에게 제안한 18개 세부 공약은 다음과 같다.

△시험 및 입시를 위한 경쟁 위주의 제도개선 △전반적인 교육 시간 축소 및 쉬는 시간 확대 △학교 내 다양한 교육 및 예체능 수업 확대 △놀이공간 문화 확대 △안전하고 쾌적한 놀이터 환경 △놀거리 확대를 위한 제도화 및 인식개선 △취약계층 아동 지원 확대 △아동 정책을 위한 전담 기관 설치 △아동 마음 건강 지원 강화 △아동 의견 정책 반영 △아동 참여 조직 및 소통 채널 확대 △아동 참여 인식 개선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대책 강화 △아동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문화개선 △아동학대 예방 및 근절 대책 강화 △통학로 안전 환경 조성 및 관리·감독 강화 △청소년 마약 근절을 위한 대책 강화 △재난 시 아동에 대한 국가적 대책 마련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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