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채비에 정신없는 여야…1.6만개 법안 폐기 위기
입력: 2024.03.11 10:00 / 수정: 2024.03.11 10:00

21대 국회 임기 만료 임박…여야는 법안 처리 뒷전
법안 남발 여전…민생·경제 등 법안 먼지만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1만6000여 건이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여아가 총선 채비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정한 기자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1만6000여 건이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여아가 총선 채비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제21대 국회는 임기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5월 29일까지인 임기가 채 석 달이 남지 않았다. 여야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 채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일하는 국회'를 자처한 이번 국회는 임기 만료와 동시에 계류 중인 법안은 모두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지난 4년간 모두 2만5768건(정부안 포함)의 법안이 제출됐다. 이 가운데 9452건이 처리됐고, 1만6316건이 계류 중이다. 현재까지 법안가결률은 36.7%다. 향후 남은 임기 동안 임시국회에서 각 상임위원회에 묶인 여러 법안을 처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한정적인 만큼 비율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1대 국회 퇴행 가능성…법안 남발만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출범한 21대 국회는 정쟁으로 얼룩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 교체기 전후로 여야는 사사건건 대립했고, 국민이 바랐던 협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입법부의 생산성은 필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가장 최근만 보더라도 여야는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비쟁점 법안 67건(법률안 포함)의 안건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국회에 계류된 의안 통계(6일 오후 1시 기준). 총 2만5768건의 법안이 제출된 가운데 9452건이 처리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누리집 갈무리
국회에 계류된 의안 통계(6일 오후 1시 기준). 총 2만5768건의 법안이 제출된 가운데 9452건이 처리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누리집 갈무리

여야는 늘 쟁점 법안을 두고 첨예하게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당인 시절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회는 마비 상태가 될 정도였고,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재해법',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큰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일하는 국회를 표방했던 21대 국회는 과거보다도 퇴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대 국회에는 지난 4년간 제출된 2만4141건의 법안 가운데 8799건만 처리(가결·부결·대안의결 등)했다. 20대 국회 법안가결률은 37.2%. 이마저도 임기 막판 본회의를 열어 130여 건의 법안을 무더기 처리한 결과다. 1만5342건의 법안은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정량적 부분보다 더 문제는 내실이 떨어지는 법안이 허다하다는 점이다. 소위 '쪼개기 법안', '복붙(복사+붙여넣기)' 법안이다. 단어 몇 개만 바꾸거나 사실상 같은 내용 법안이 발의된 경우가 많다. 지난 1월 국회 문턱을 넘은 이른바 '개 식용 금지법'의 경우 비슷한 내용의 법안 10여 개가 발의됐고, 결국 상임위에서 통합조정한 대안을 마련해 의결한 게 대표적인 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시급성과 의미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우리 국회의 법안 발의는 문제가 있다"며 "사회 발전과 민생 안정 등 현시대에 발맞춰 법안을 발의해야 하지만, 실제 대다수 법안의 내용들이 우리 시대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법안 쪼개기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소위 쪼개기 법안, 붙복(복사+붙여넣기) 법안, 사실상 같은 내용을 법안이 발의된 경우가 많아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배정한 기자
소위 '쪼개기 법안', '붙복(복사+붙여넣기)' 법안, 사실상 같은 내용을 법안이 발의된 경우가 많아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배정한 기자

◆민생·경제법안 먼지만…행정력·자원 낭비

여야는 다가오는 총선에 시선을 두고 민생 법안 관심 밖이다. 세제 지원 확대를 통해 월세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자는 취지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다수의 서민을 대상으로 한 전세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특정재산범죄에 대해 가중 처벌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특정경제범죄법 개정안도 현재 관계 상임위 소위에 계류 중이다.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발생했을 때 학교장 이외 피해교원 등도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해당 사실을 알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교원지위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또 지방의 의료 인프라 확충과 필수 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의대법은 본회의 직전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나마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주목받아온 일부 민생경제법안을 처리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 한국수출입은행 법정자본금 한도를 현행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늘려 원활한 수출을 지원하도록 하는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양육비 채무의 신속히 이행하도록 하는 관련 법도 개정했다.

또한 이번 국회는 만 18세 청소년이 정당추천후보자로서 전국 단위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법 개정했다.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의결, 우주항공기술 확보와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토킹 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안과 사이버 침해사고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법안 등 범죄 관련 법안도 다수 처리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이 법안을 남발하면서 행정력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주요 선진국 의회 못지않은 급여 수준과 의정활동에 있어 많은 지원을 받는 국회의원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게 보편적인 국민 시각이다. 과거처럼 21대 국회에서도 여야의 쟁쟁이 극심해 상임위가 자주 파행됐고, 이 영향으로 법안 심사도 번번이 밀렸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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