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공천'에 입 닫은 與 예비후보들
美 트럼프 돌아오나?…정부, 한미 방위비 협상 속도
윤석열 대통령이 주호주대사에 임명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채 상병 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해 임명 당시 출국금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023년 9월 15일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 대화 나누고 있는 윤 대통령과 당시 이 장관.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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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이종섭 출국금지' 몰랐다는 대통령실, '칸막이 없는 소통' 구멍?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특임공관장으로 주호주대사에 임명됐어. 그런데 임명 당시 출국금지 상태였다고?
-이 전 장관은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이야. 경찰에 이첩된 해병대 수사단 수사 기록을 회수하도록 지시하는 등 직권 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됐어.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일 외교부가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에 임명했다고 밝혔어. 야권은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키는 행위"라며 '출국금지'를 발동해야 한다고 따졌는데, 알고 봤더니 이미 지난 1월 공수처 요청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는 거야.
-출국할 수 없는 사람을 해외로 보내는 우스운 상황이 돼버렸네. 특임공관장은 외교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용하는 거잖아. 이 사실을 대통령실은 아예 몰랐던 거야?
-그렇다고 해명했어.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7일 "대통령실이나 대통령께서 공수처의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물을 수도 없고 답해 주지도 않는 법적으로 금지된 사안이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알 길이 없었을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했어.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대통령실 해명이 납득이 가진 않아. 수사당국의 수사 상황에 대해선 당연히 대통령실이 묻거나 간섭할 수 없지. 하지만 출국금지 조치 여부를 파악하는 게 수사의 독립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지도 잘 모르겠어. 또 대통령실은 "출국금지는 본인에게도 고지되지 않는다"며 인사검증 과정에서 파악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심사하고 인사검증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해명도 와닿지 않아.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안일한 인사 검증이 아쉬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법무부 장관 시절 야당이 법무부의 부실 인사검증을 꼬집자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자료 수집을 하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판단하는 구조로 진행됐다"고 해명한 바 있어. 또 대통령은 평상시에도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라"라면서 정부의 원활한 소통을 강조해 왔어. 인사 문제는 더 그래야 하겠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해명에 대해 "이게 사실이라면 국가 기관과 국가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라고 지적했어.
-논란이 일자 8일 호주 시드니로 떠나려던 이 전 장관의 출국이 결국 연기됐어. 호주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주재국 동의)도 받고 부임 시기도 확정했는데, 이 문제로 국가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법무부는 "별다른 조사 없이 출국금지가 수차 연장되어 온 점, 최근 출석조사가 이뤄졌고, 본인이 수사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어. "대통령이 피의자의 해외 도피를 방치했다"는 야권 공세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게 되면서 여당 내부 반응이 엇갈린다. 박 전 대통령의 꼬리표인 국정농단 관련한 논란이 총선 중에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팩트DB |
◆"관심 꺼줘요"...돌아온 '박근혜'와 복잡한 與 속사정?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들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게 됐다지?
-맞아. 박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유영하 변호사와 형사 사건 변호를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가 후보 자격을 얻게 됐어. 유 변호사는 대구 달서갑에 단수공천을 받았고, 도 변호사는 경선을 거쳐 대구 중구·남구에 출마하게 됐지. 이들이 출마하는 지역은 보수 세가 강한 TK(대구·경북)라서 이변이 없는 한 국회 입성은 시간문제인 것 같아.
-아무래도 박 전 대통령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가 있을 텐데, 당내 분위기는 어때?
-겉으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는데 내심 복잡한 심경도 있는 것 같더라고. 우선 탄핵이라는 사건 자체가 시간이 오래 지나기도 했고, 박 전 대통령과 관계된 사람들이 대거 공천받은 건 아니기에 특별한 영향은 없을 것이란 시각이 있었어. 다만 수도권 선거를 두고는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는 것 같아. 박 전 대통령하면 떠오르는 국정농단 사태나 탄핵 등에 대한 거부감이 혹여 수도권 민심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은 거지. 수도권은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로 꼽히기도 하니까.
-그래서일까. 수도권 선거를 뛰고 있는 예비후보들 중에는 일부러 질의를 피하려는(?) 사람도 있었어. 한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박 전 대통령 최측근의 공천이 수도권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지'에 대해 "잘 모르겠고 중앙당 대변인에게 문의해달라"고 하더라고. 박 전 대통령 하면 떠오르는 인사여서 질문해 봤는데 아쉽게도 특별한 답변을 듣지 못했어. 그러면서 그는 "굳이 저한테 멘트를 달라고 하지 말아 달라"며 "앞으로 떠올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더라고.
-총선이 다가올수록 조마조마하다는 반응도 있었다며?
-선거 운동 과정에서 혹여나 탄핵을 부정하는 발언이 나올 경우 이번 '박근혜 사람들' 공천과 맞물려 더 큰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지금이야 여야 공천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잠잠한 편이지만 본격적인 유세 기간에는 어떤 리스크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걱정이었지. 또 탄핵이 오래됐다고는 하지만 잊혀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더라고. 전국적으로 부정적 여론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시각이었어. 어찌 됐든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가기로 결정한 것 같네. 앞으로 어떻게 될지 한번 지켜보자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근 경기 하남갑의 경선을 결정하면서 여론조사 1위로 나타난 이창근 전 하남 당협위원장의 공천배제(컷오프)를 결정했다. 이 전 위원장은 하남을로 재배치된 가운데 김도식 전 서울시 부시장과 경선을 치르게 됐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4·10 총선 경기 하남갑 후보가 되기 위해 3자 경선을 치른다. /국회사진취재단 |
◆'여론조사 1위' 후보의 지역구 이동…'친윤' 이용 때문?
-국민의힘 공천 심사에서 여론조사 1위 후보가 공천배제(컷오프)되고 지역구를 옮겼다고?
-맞아. 경기 하남갑에서 일어난 일이야. 하남갑은 최근 3자 경선이 결정됐는데 지역에서 활동을 오래 해왔고 또 여론조사에서 1위였던 것으로 알려진 이창근 전 하남 당협위원장이 컷오프됐어. 물론 여론조사 1위 후보를 배제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지. 당 지지율보다 낮거나 2위 후보와 격차가 크지 않다거나. 장동혁 사무총장도 "여론조사는 지역 활동을 오래 하면 높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본선 경쟁력 등 다른 여건도 고려된다고 했어.
-그런데 뒷말은 왜 나오는 거야?
-경선에 오른 3명 중 한 명은 '윤석열 대통령의 입'을 자처하는 '찐윤' 이용 의원(비례)이거든. 반면 이 전 위원장은 서울시 대변인 출신인데, 비윤석열계인 오세훈계라 할 수 있지. 일각에서는 이 전 위원장의 공천배제가 이 의원의 공천을 위한 수순 아니냐는 말이 나와. 이번 공천에서 강민국·유상범 의원 등 친윤계 초선의원들이 대부분 공천이 확정됐다는 점에서 그런 의구심이 나오는 것 같아.
-이 전 위원장은 어떻게 됐어?
-일단은 옆 지역구인 하남을로 재배치됐어. 같은 서울시 출신인 김도식 전 서울시 부시장과 경선을 치르게 됐지. 다만 하남갑은 하남에서도 보수 세가 강하지만 하남을은 험지야. 경선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 전 위원장은 꽤 불리한 상황에 놓인 것 같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대선 결과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천문학적 방위비 증액 압박이 되풀이될 수 있어 우리 정부는 이르게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단을 구성했다. /뉴시스 |
◆트럼프 재집권하면 '폭탄' 맞을라…한미 방위비 조기 협상 '시동'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곧 시작된다고?
-맞아. 정부는 지난 5일 오는 2026년부터 적용될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을 위해 이태우 전 시드니총영사를 협상대표를 임명하고 대표단 구성에 들어갔어. 대표단은 외교부를 비롯해 국방부, 기획재정부, 방위사업청 등 소속 관계관들로 구성될 예정이야. 미 국무부도 4일(현지시간) 정치군사국의 린다 스펙트 안보협상·협정 선임보좌관을 미측 대표로 임명했지.
-SMA는 뭐야?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서 한국이 부담할 금액을 규정하는 협정을 말해. 한미는 1991년부터 인건비와 군사건설 및 방위증강사업비, 군수지원비 등 일부 비용을 한국이 부담토록 해왔고 주기적으로 분담금 규모를 정하기 위해 협상했어. 마지막 방위비 협상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1년 타결됐던 11차 협상이었고 2020년에서 2025년까지 6년간 적용되는 것이었지.
-사실 SMA 협상은 기한 만료 1년 정도를 앞두고 개시되는 게 통상적이래. 그런데 지금 SMA 종료 기한을 2년가량 남겨둔 상황인데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거잖아.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땠길래?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이뤄진 제11차 SMA 협상 때 약 9602억 원이었던 기존 방위비 분담금의 5배에 달하는 50억 달러를 한국이 분담해야 한다고 압박했거든.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주한 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이 무급 휴직에 사태까지 있었지. 결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야 한국 국방 예산 상승률에 연동하는 수준에서 방위비 분담 문제가 봉합됐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어. 대선 결과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천문학적 방위비 증액 압박이 되풀이될 수 있는 거잖아? 북한의 고도화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한국의 고심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야. 지난 7일 외교부 '2024 주요정책 추진계획 합동브리핑'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왔어. 조태열 장관은 '현 한반도 정세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옛날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전략자산 전개와 연계시켜 협상이 좀 복잡하게 된 점은 있지만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답변했어.
-'조기 협상' 해석에 대해서는 "보통 (협상에) 1년 이상 걸리지 않느냐. 내년 말에 종료하게 돼 있는데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해야 설사 협상이 개시되더라도 우리의 준비 상황이 더 제대로 갖춰질 것이라 판단한다"고 말했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올해 외교가의 주요 이슈가 될 것 같아. 외교부가 국민들 우려를 잘 아는 만큼 철저히 준비하는지 계속 지켜보자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