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이재명 대표를 예방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준호 비서실장, 이 대표, 조 대표, 신장식 대변인.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5일 총선 연대 논의에 나섰다. 민주당은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에서 조국혁신당이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자 연대 전략을 고심하는 분위기이다. 2019년 불거진 '조국 사태'의 중심인 조 대표가 다시 선거 국면에 나서는 데 당내 불편함이 감지되는 가운데, 차기 지도부직을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이 대표를 예방해 "민주당와 조국혁신당은 대한민국의 질곡을 헤쳐 나갈 동지"라며 "4월 총선에서 범민주진보진영의 승리 위해 협력과 연대하고, 윤석열 정권 검찰독재의 조기 종식을 위해 가장 앞장서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하는데, 그중에 조국혁신당이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며 범진보 연대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간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을 선거 연합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일관해왔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 연대를 강조하며 지역구 경쟁이 아닌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조 대표는 "민주당은 넓은 중원으로 나가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에 실망한 중도표와 합리적인 보수표를 끌어오고, 전국 지역구에 일대일 구도를 형성해 승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조 대표는 "범진보 진영 승리를 위해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고 지역구는 민주당을 찍어달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이재명 대표(왼쪽)를 예방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민주당의 이같은 거리두기에는 조국혁신당이 중도 민심 이탈로 인해 선거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 2019년 '조국 사태'로 인해 당이 두 쪽으로 쪼개졌던 전례가 있던 만큼, 조 대표가 가지는 정치적 상징성이 여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조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조 대표는 지난달 8일 '자녀 입시비리·감찰무마' 혐의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2년 형을 선고 받은 후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에서 해당 형이 확정된다면 조 전 장관이 원내에 입성하더라도, 직을 잃게 된다. 다만 조 대표는 "(조국혁신당이) 범민주·진보진영 파이가 커지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항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대표 본인의 사법 리스크가 계속 거론되는데, 조 대표와 연대할 경우 사법 리스크가 더블이 된다라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다"며 "사실 지금 친문들을 쳐내는 과정인데 친문의 상징인 조 대표와 연대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데다, (연대시) 공정에 관한 불공정 심판론이 또 불거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딜레마 속 민주당의 연대 전략 고심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공천갈등 잡음 속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광주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발표된 뉴스토마토 의뢰로 실시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투표를 어느 정당에 하겠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 조국혁신당은 21.0%로 조사됐다(국민의미래 39.4%, 더불어민주연합 25.1%, 개혁신당은 5.3%,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호남 지역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은 정권교체 가능성을 가장 중시하는 동네"라며 "이 대표가 이길 수 있었던 선거를 지금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선거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 대표보다 조 대표가 낫다는 여론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야권 차기 지도자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당장의 가시적인 연대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두 사람이 이미 차기 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관계로 들어섰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snow@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