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진영' 꿈꾼다?…빨간 점퍼 입은 '野 중진' 김영주
입력: 2024.03.05 00:00 / 수정: 2024.03.05 00:00

민주 탈당 후 국민의힘 전격 입당
'꽃길만 걸었다' 지적엔 "처음에 비례대표 39번 받아" 부인


더불어민주당의 하위 평가 20% 통보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국회 부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입당식에서 입당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하위 평가 20% 통보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국회 부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입당식에서 입당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현역 평가 하위 20%에 대한 반발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진영 전 행정안전부 장관처럼 김 부의장도 제2의 도전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인사들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노동계 대모로 불리던 김 부의장의 갑작스러운 선택에 의아하다는 반응도 뒤따른다.

국민의힘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김 부의장의 입당식을 열었다. 김 부의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정치인은 국가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를 뽑아준 영등포구민과 4선까지 만들어준 대한민국을 위해 일해왔듯 앞으로도 생활정치 등의 발전을 위해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직접 영입 의사를 밝혀왔던 한 위원장은 김 부의장에게 빨간색 당 점퍼를 입혀주고 "김 부의장은 상식의 정치인이고, 합리성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저와 국민의힘 생각과 같다"라고 화답했다.

김 부의장은 노동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농구선수 출신인 김 부의장은 서울신탁은행에 스카우트 돼 선수생활을 이어갔지만 부상으로 운동을 접고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에서 여성 차별을 경험하면서 노동운동에 발을 들였고, 여성 최초로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금융노련) 부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199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듬해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공천받았으나 당선되지 못했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18대에서 한 차례 낙선 뒤 19대부터 21대까지 서울 영등포갑에서 내리 3선을 지냈다.

이후 김 부의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에 발탁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 최고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1대 후반기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민주당의 대표적 중진 의원이다. 지난달 19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포함됐다고 통보받자 김 부의장은 "모멸감을 느낀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재명 대표에 따르면 김 부의장은 '신한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해 50점 만점인 공직자 윤리 항목에서 0점을 받았다고 한다.

김 부의장의 국민의힘 입당은 장관 출신 중진 인사의 새로운 선택이라는 점에서 과거 진영 전 장관의 사례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던 진 전 장관은 17대부터 서울 용산에서 내리 3선을 지냈다.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에 이어 박근혜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에 올랐다. 이후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컷오프를 결정하자 탈당했고,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에 의해 민주당에 입당, 용산에서 4선에 성공했다. 2019년에는 문재인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에 임명되는 등 당적 변경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김 부의장의 입당은 과거 진영 전 장관의 사례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사진은 2016년 새누리당 탈당 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할 당시 진영 전 장관의 모습. /뉴시스
김 부의장의 입당은 과거 진영 전 장관의 사례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사진은 2016년 새누리당 탈당 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할 당시 진영 전 장관의 모습. /뉴시스

다만 진 전 장관은 기초연금 공약 문제로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 6개월 만에 복지부 장관직을 던졌고, 이후 친박 공천 파동의 대표 희생자가 됐다는 점에서 김 부의장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는 어렵다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김 부의장이 장관과 부의장을 지내는 동안 민주당에서 큰 시련을 겪은 적이 없기에 반대 성향의 정당으로 향할 명분은 크게 없다는 것이다. 평소 민주당 안에서 쓴소리를 내왔던 이상민 의원의 사례와도 다르다는 평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에 "(김 부의장의 국민의힘 입당은)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 20년 동안 민주당에서 사랑을 받으면서 국회부의장까지 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처럼 공천은 억울하게 탈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노선 차이보다는 이익을 택한 것인데 전체 총선 분위기에 도움이 될까 본다면 한계는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 꽃길만 걸었다'는 지적에 김 부의장은 "처음 비례대표 39번을 받았고, 18대 총선에서 전여옥 당시 한나라당 후보와 1.2%포인트밖에 지지 않았다"며 "국민들의 응원과 영등포 주민들께서 절 지지했기에 그랬다고 생각한다. 국회부의장도 추대받지 않고 경선에서 이겼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김 부의장을 현재 지역구인 영등포갑에 전략공천할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부에선 김 부의장의 입당이 당 외연 확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모습이다. 나아가 격전지로 꼽히는 한강벨트 판세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김 부의장이 오면서) 외연이 넓어지고, 우리가 더 유연하고, 더 많은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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