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민주 잔류에 '문명대전' 갈등 숨고르기…"지켜봐야 한다"
입력: 2024.03.05 00:00 / 수정: 2024.03.05 00:00

임종석 당 잔류 선택에 탄력 잃은 새미래
'문명대전' 큰 산 넘었나? 민주연합 움직임도 촉각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당에 남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진은 임 전 실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당에 남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진은 임 전 실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민주당 잔류를 택하면서 극단으로 치달았던 ‘문명(친문·친명) 갈등’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임 전 실장은 "당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재명 대표는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며 화답했다. 친문(친문재인)계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던 임 전 실장의 결단에 당 공천에 불만을 가졌던 친문 세력이 탄력을 잃은 모습이다.

22대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당 '뇌관'으로 꼽혔던 친문계 좌장 임 전 실장이 끝내 당을 택했다. 공천에서 배제된 후 당 지도부에 재고를 촉구했던 임 전 실장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7일 당으로부터 컷오프 통보를 받은 지 일주일 만으로, 당이 최악의 총선 국면에 놓이자 뒤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실장의 결단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대표는 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해 주신 것에 매우 고맙다"며 "정권 심판이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힘을 합쳐주시면 더욱 고맙겠다"고 했다. 임 전 실장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받은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은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수락해 주시면 선대위원장으로 모시고 함께 힘을 모아 원팀이 돼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임 전 실장 총선 역할론을 띄웠다.

임 전 실장은 탈당 후 새로운미래 합류 혹은 무소속 출마를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미래 측은 친문계 인사를 비롯해 임 전 실장 영입에 품을 들여왔다. 설훈 의원 영입 실패에 이어 임 전 실장의 합류마저 무산되면서 또다시 기세가 꺾인 분위기다. 친문 좌장 격인 임 전 실장이 새로운미래와 탈당파 세력에 힘을 실어준다면 총선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낙관론이 닫히게 된 것.

이낙연 대표는 4일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민주 세력의 확산을 위해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길을 넓히려 많이 노력했지만 이젠 더 이상 좌고우면할 수 없다"며 "직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임 전 실장의 탈당 및 광주 출마설로 인해 "민주세력의 결집과 확장을 위해 사전에 긴급히 해야 할 일이 생겼다"며 돌연 기자회견을 연기한 바 있다. 새로운미래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선거가 얼마 남지 않기 때문에 이 대표께서 말씀하신 대로 선거까지 좌고우면 하지 않고 직진할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 영입에 실패한 새로운 미래 측은 좌고우면 않고 나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이낙연 대표가 4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출마를 공식화하는 모습. /나윤상 기자
임 전 실장 영입에 실패한 새로운 미래 측은 "좌고우면 않고 나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이낙연 대표가 4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출마를 공식화하는 모습. /나윤상 기자

다만 새로운미래와 비명(비이재명)계 탈당파 '민주연대' 연합이 민주당의 또 다른 뇌관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연합에 참여하려는) 현역 의원은 많지 않지만, 무도한 공천에서 기회도 못 가져보고 억울하게 탈락한 분들이 많다"며 "민주연대는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홍 의원은 당내 공천 과정에 불만을 가진 이들과 민주연합을 구성해 새로운미래와 합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아울러 설훈 무소속 의원 역시 "이번 총선에서 당선돼 반드시 민주당으로 돌아가 진정한 혁신으로 민주당 정신을 되살리고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면서 새로운미래와 연합을 통한 민주연대 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이같은 움직임에 "설 의원, 홍 의원 등과 여러 대화를 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함께하게 될 경우에 당명을 어떻게 할지 아직 어떤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임 전 실장이 빠진 비명·친문계 탈당파 움직임이 선거에서 그다지 파급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친문계 좌장인 임 전 실장은 운동권 세력의 대표이기 때문에 세를 모아 탈당한다면 분당 수순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큰 변수였지만, 나머지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은 총선에서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곳곳에 놓인 공천 지뢰에 안심은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공천이 마무리된 시점까지 상황을 봐야 한다"며 "지금 컷오프된 분들의 행보를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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