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원욱 "공천 때문에 탈당 아냐...'이재명 악순환' 끊어내야"
입력: 2024.03.02 00:00 / 수정: 2024.03.02 00:00

"점점 깊어지는 양극단 정치 해결하고자"
"정치 훌리건과 공생"...'팬덤 정치' 직격


이원욱 개혁신당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게 된 계기에 대해 공천이 아닌 이재명 대표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 의원. /이새롬 기자
이원욱 개혁신당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게 된 계기에 대해 "공천이 아닌 이재명 대표"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 의원.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정수 기자] 이원욱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월 10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하며 "방탄 정당, 패권 정당, 팬덤 정당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공천'이 어려울 것 같아 탈당했다는 시선도 있다. 이 의원도 동의할까.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만난 이 의원은 "민주당 탈당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공천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 자체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소를 잃지 않던 그가 유일하게 정색한 순간이었다. 이 의원은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정치 양극화의 책임도 이 대표에게 돌렸다. 정치 훌리건과 정치인의 공생 관계를 공고히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 의원이 수십 년 몸담았던 민주당을 박차고 나와 제3지대 소속으로 출마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 의원은 자신의 당선이 '팬덤 정치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시발점이라고 봤다.

이 의원이 민주당의 위기 신호를 감지한 때는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 무렵이었다. 당시 전략공천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 의원은 송영길 전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떠나 서울시장에 출마하려는 모습을 보고 '이 대표에게 계양을 주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 서울시장 공천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 공천 배제를 결정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대표가 계양으로 가더라. 방식은 똑같았다. 개딸들을 동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런 일만 없었다면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단언했다. 이 의원이 이 대표를 비판하기 시작한 때도 이때다. 당시 이 의원은 지방선거 개표 중간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며 "이 말에 내 친구 이재명의 답이 있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가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나 홀로 생환'한 점을 비판한 것이었다.

이 의원은 원칙과상식에 있을 때 지금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있는 많은 의원에게 (이 대표가) 안 살려주니 같이 하자고 했지만 다들 설마설마했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이 의원은 "원칙과상식에 있을 때 지금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있는 많은 의원에게 (이 대표가) 안 살려주니 같이 하자고 했지만 다들 설마설마했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그는 이 대표의 국회 입성과 동시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재명 방탄의 늪'에 빠져들었다고 직격했다. 이 의원은 이를 멈추기 위해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모임 반성과혁신, 민주당의길, 원칙과상식을 차례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원칙과상식에 있을 때 지금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있는 많은 의원에게 똑같이 이야기했다. (이 대표가) 안 살려준다. 당 대표는 이른바 '시스템'이라는 그늘에서 쓸 수 있는 수법이 수백 가지다. (이 대표가) 안 살려주니까 같이 하자고 했다. 그래도 다들 설마설마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또 "이 대표가 민주당 대표 때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면 저는 충분히 인정하겠다"라며 "왜 수십 년 전 성남시장 때 있었던 개인 비리를 민주당이 책임져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오늘날 민주당 내에선 정치 양극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팬덤 정치'를 손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 의원은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지지자들이 굉장히 양극화한 상황에서 각 당 지도부를 뽑을 때 극단적 용어를 쏟아내는 정치인들이 많은 환호를 받는다"며 "지도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지도부에 입성한 사람들이 '정치 훌리건'과 공생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른바 '이재명 사천 논란'의 진원지로 지적받는 친명(친이재명) 유튜버들과 당내 인사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거침없었다. 그는 "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 등을 낼 때도 김어준 씨가 공천하는 양상을 보이지 않느냐"라며 "김어준, 이동형, 박시영 씨 등의 유튜브 채널에 나가서 극단적인 용어를 쏟아내면 개딸을 비롯한 정치 훌리건들의 환호를 받게 된다. 정치인이 여기에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반성과혁신부터 원칙과상식까지 행보를 축적하지 않았다면 불출마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이 의원은 "반성과혁신부터 원칙과상식까지 행보를 축적하지 않았다면 불출마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이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개혁신당 소속으로 출마한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양당 체제가 가지고 있는 혐오의 문제는 제가 처음 국회에 입성했던 19대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반성과혁신부터 원칙과상식까지의 행보를 축적하지 않았었다면 불출마를 했을 수 있다. 하지만 불출마는 지금까지 있었던 제 말과 행동을 뒤집는 것으로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최근 들어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탈당 이후 지역 주민분들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이 심했다"며 "마음을 굳게 먹고 지역구를 찾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요즘에는 스스로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요즘 민주당 공천하는 걸 보니 제가 선견지명이 있다는 반응도 있더라"라며 "소신과 용기를 갖고 있는 모습이 멋지다는 문자도 많이 온다. 보여드릴 수 있다"고 미소를 보였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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