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86 청산' 외치던 한동훈, '임종석 컷오프'엔 "이상해"
입력: 2024.03.02 00:00 / 수정: 2024.03.02 00:00

친문 핵심 임종석, 중·성동을 컷오프에 '울분'
'40년 둥지' 떠난 설훈…무소속 출마여부 '관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은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공천 배제(컷오프)한 데 대해 이재명 대표가 당권의 잠재적 경쟁자를 숙청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배정한·이동률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은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공천 배제(컷오프)한 데 대해 "이재명 대표가 당권의 잠재적 경쟁자를 숙청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배정한·이동률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친문(친문재인) 핵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더불어민주당 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서 배제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를 두고 "민주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상한 일은 이재명 대표 개인 사익을 기준으로 보면 다 투명하게 해석된다"고 비꼬았다. 임 전 실장은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 운동권 정치인의 상징적 인물이다. 사실상 '86 청산'을 총선 슬로건으로 세운 한 위원장이 임 전 실장을 공천 배제한 이 대표에게 "이상하다"하니 되레 의아하단 반응이 나온다.

-숨 가쁜 여야 공천 과정에 갑자기 배우 차은우가 소환됐다. 서울 도봉갑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전략공천된 안귀령 대변인 발언이 화제가 되면서다. 안 대변인은 과거 한 방송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차은우 중에 누가 더 이상형에 가깝냐"는 질문에 이 대표라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 논란을 겨냥해 "저희 당에서 제가 차은우보다 낫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공천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꼬았고, 안 대변인은 "말싸움에 골몰하기보다 국민과 민생을 위해 신경 써달라"고 맞받았다. 여야의 날 선 공방에 차은우만 희생양이 된 모양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표가 잠재적 경쟁자를 숙청하려 한다고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비판했다. /배정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표가 잠재적 경쟁자를 숙청하려 한다"고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비판했다. /배정한 기자

◆'운동권 청산' 외치던 한동훈, 임종석 공천 배제하니

-민주당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성동갑에 임 전 실장이 아닌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했어. 임 전 실장 공천 배제(컷오프)가 국민의힘에서도 화제였다며?

-민주당 공천이 모두 이재명 대표 뜻에 따라 진행된다며 목소리를 높였지. 컷오프 소식이 나오자마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상한 일은 이 대표의 개인 사익을 기준으로 보면 다 투명하게 해석된다"고 비판했어. 이 대표를 향해선 "정치를 참 이상하게 한다"고 직격했지.

-한 위원장의 말에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던데?

-맞아. 한 위원장이 이번 총선 시대정신으로 '86 운동권 청산'을 내세웠잖아?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 임 전 실장은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으로 선출돼 학생운동을 주도했어. 이후 정치권에 입문해 해당 지역구에서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이번 총선에서 16년 만에 국회 재입성을 노렸었지. 한 위원장이 지목했던 '청산 대상 정치인'에 부합했던 인물이야.

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공천 관련 질문에 이 대표는 당권을 이용해 잠재적 경쟁자인 임종석을 무리하게 찍어내고 있고, 저는 계양을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한 위원장과 원 전 장관. /남용희 기자
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공천 관련 질문에 "이 대표는 당권을 이용해 잠재적 경쟁자인 임종석을 무리하게 찍어내고 있고, 저는 계양을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한 위원장과 원 전 장관. /남용희 기자

-한 위원장은 임 전 실장을 겨냥한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어. 1월 29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선 "임종석과 윤희숙 중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냐"며 중·성동갑에 도전하는 윤희숙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지. "자기 손으로 땀 흘려서 돈을 벌어본 적도 없고, 오직 운동권 경력 하나로 수십 년 기득권을 차지하면서 정치인들을 장악해 온 분들이 민생경제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임 전 실장을 강하게 비판했어.

-민주당이 임 전 실장을 컷오프 했으니, 사실상 청산(?)한 거라고도 볼 수 있잖아? 그런데 한 위원장이 이번엔 이 대표에게 "정치를 참 이상하게 한다"고 하니까 조금 황당하게 들리기도 해. 누리꾼들은 '운동권 청산은 이재명이 대신 하나', '청산하라고 해 대신 해줬더니 왜 화났냐' 등의 반응을 보였어.

-한 위원장도 이런 반응을 읽었는지 29일 비대위 회의에서 "임 전 실장을 편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분도 청산돼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이 대표는 대표 권한을 이용해 정적인 임 전 실장을 무리하게 찍어내고 있다"라고 말했어. 같은 날 출근길에서도 "이 대표는 잠재적 경쟁자를 숙청하려 한다. 자기 당권을 이용해 임 전 실장을 무리하게 찍어내고 있다"라고 밝혔지. 임 전 실장 컷오프로 운동권 청산 프레임이 먹히지 않는다는 주장도 반박했어. 진보당과 연합하는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을 겨냥해 "나쁜 놈 빠지니 더 나쁜 놈을 넣겠다는 것이다. 운동권이라는 툴을 통해 결집하고 기득권을 잡고 야합·연명하려는 세력을 청산해야 한다. 오히려 강고해졌다"라고 주장했지.

-한 위원장 타깃이 임 전 실장에서 위성정당으로 옮겨간 셈이구나. '운동권 청산'이 시대정신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다가오는 총선에서 효과가 있을지 궁금해지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한 헬스장에서 간담회 전 런닝머신을 하던 중 당 지도부의 컷오프 결정에 반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모습이 담긴 TV화면을 보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한 헬스장에서 간담회 전 런닝머신을 하던 중 당 지도부의 '컷오프' 결정에 반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모습이 담긴 TV화면을 보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컷오프' 임종석 헬스장에서 만났다?

-지난달 28일, 이 대표 '민생 행보' 중 웃지 못할 사진이 찍혀 화제가 됐다고?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 간담회를 가졌어. 간담회 전 이 대표가 트레이너에게 운동을 배우는 시간이 있었는데, 근력 운동을 끝내고 유산소 운동을 하려고 러닝머신에 올라탔지. 그런데 러닝머신에 거치된 TV 화면에 임 전 실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담긴 뉴스 화면이 뜬 거야. 사진기자들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고(?) 찍었지. 임 전 실장은 같은 날 당 지도부(전략공관위)의 서울 중성동갑 '컷오프' 결정에 반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거든.

-이 대표는 임 전 실장 포함해 당내 공천 반발, 탈당자가 생기는 등 파열음이 커지는 것에 대해 의연한 반응이야.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변화에는 반드시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반발하고 항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가는 것처럼 세대교체도 있어야 하고 새로운 기회도 있어야 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선수 선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어.

-반면 임 전 실장은 기자회견에서 울분을 토했어. 그는 "'양산 회동'에서 이 대표가 굳게 약속한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과 용광로 통합을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참담할 뿐으로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했어. 임 전 실장은 최고위의 답을 듣고 거취를 논하겠다며 이날 저녁 서울 왕십리역에서 시민과의 인사에 나섰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저녁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저녁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임 전 실장의 유세 행보에 불만을 가진 민주당 지지자들도 있었던 듯하네.

-한 언론사가 임 전 실장의 저녁 인사 장면을 생중계했어. 친문계 홍영표·윤영찬·송갑석 의원이 지원 유세를 나왔지. 그런데 한 중년 남성이 임 전 실장을 향해 "실장님 성동에 말뚝 박았습니까? 성동에 말뚝 박았어요?"라며 크게 항의하는 장면이 생중계됐어. 임 전 실장은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남성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이번엔 다른 쪽에서 목소리가 나왔어. 누군가 "당신들 윤석열 정권에 싸움 한 번 제대로 안 한 사람들이 다 나와 민주당 얘기하고 있나.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했던 사람이 그러면 되나"라고 소리치는 장면도 방송을 탔지. 이분들은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말했던 이른바 '전 정부 책임론'에 동의하는 지지자들인 듯 해.

-총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여야 할 것 없이 공천 잡음이 나오고 있지. 특히 의석수도, 컷오프된 현역 의원 수도 많은 민주당 파열음이 더 큰 듯 해. 당 지도부가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비책이 필요할 텐데, 지금으로썬 이 대표가 이른바 '새순론'과 '입·탈당 자유론'을 펼치는 것 말고는 딱히 대책이 있어 보이지 않네.

김대중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인 동교동계 막내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하위 평가를 받은 데에 반발해 지난달 28일 탈당했다. 설 의원이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인 '동교동계 막내'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하위 평가를 받은 데에 반발해 지난달 28일 탈당했다. 설 의원이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울고 싶다" 40년 둥지 떠난 설훈…결국 무소속 출마?

-'동교동계 막내' 설훈 민주당 의원이 결국 당을 떠났네.

-40년간 민주당에 몸담았던 5선 중진의 설 의원이 지난달 28일 결국 탈당했어. 설 의원은 현역 의원 하위 10% 통보를 받은 데에 '보복 평가'라며 반발해 왔어.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로 찍혔던 만큼, 본인이 당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판단한 거야. 특히 이 대표 체포 동의안 정국에서 당의 대표적 '가결파'로 지목되면서,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큰 지탄을 받기도 했잖아. 그동안 마음고생이 상당했다고 하더라. 설 의원은 27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고별사를 통해 "민주당을 살리고 이 대표도 살려면 대표직을 내려놓고 총선 불출마하고 민주당 사무총장, 사무부총장이 함께 물러나야 한다"고 했어.

-설 의원의 거취는 어떻게 되는 거야?

-설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을 할 당시 비통한 얼굴로 "울고 싶은 심경이지만, 울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총선 완주 의지를 보였어. 오랫동안 지켜온 부천에서 또다시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거야. 문제는 당적인데, 이낙연계로 꼽히는 설 의원은 탈당 전부터 새로운미래로부터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아 왔거든. 탈당과 동시에 새로운미래행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의외로 무소속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더라. 설 의원은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라면서 조만간 당적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야.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에게 입장 발표를 기다려 달라고 말한 후 장고에 들어간 상태야.

-설 의원 지역구 분위기는 어때.

-설 의원 측이 지역 정가 관계자들과 거취에 대해 논의한 결과 새로운미래보다는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해. 설 의원의 지역구인 부천은 호남세가 강한 민주당 텃밭으로 꼽혀. 민주당 아닌 다른 당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지역 내 반감이 있는 거지. 설 의원 측은 "지역 정가에 새로운미래 당원들이 거의 없고, 수도권에 있는 호남 사람들은 민주당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어.

-설 의원 역시 시도 의원들에게 "당을 떠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하더라. 민주당에 애정이 큰 만큼 새로운 당적을 가지는 데 부담이 크긴 한가 봐. 선거철 정치는 '생물'인 만큼 설 의원이 어떤 결정을 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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