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관급 줄줄이 낙천…주진우·이원모 전략공천
국민의힘 공천 결과, 대통령실 출신 인사는 현재 9명 공천을 확정 지었다. 2023년 11월 30일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왼쪽 두 번째)과 김은혜 전 홍보수석(왼쪽 세 번째). /뉴시스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국민의힘 총선 공천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 출신들의 공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 등 '찐윤' 참모들은 전략공천으로 본선에 직행했지만, 현역 의원과 맞붙은 다수의 행정관급 참모들은 고배를 마셨다.
28일 기준 국민의힘은 전체 253개 지역구 중 155곳(61%)의 본선 진출자를 확정했다. 이들 중 현재 본선행을 확정지은 대통령실 출신 예비후보는 9명이다.
국민의힘 2차 경선 결과,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김민수 당 대변인을 꺾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김 예비후보는 21대 국회에서 분당갑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으나 지난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에 출마하며 배지를 내려놨다. 이후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자 바로 옆 지역구인 분당을로 출마 방향을 틀었다. 분당을은 지난 8년간 민주당이 지키고 있는 격전지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과 가까운 '찐윤' 인사들은 당내 경선 없이 양지에 공천됐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검찰 출신'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은 부산 해운대갑에 단수공천됐다. 해운대갑은 1992년 14대 총선 이후 보수 정당이 계속 당선돼온 양지로 꼽힌다.
역시 검찰 출신인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은 당초 서울 강남을 공천을 신청했다가, 김대남 전 시민소통비서관 대행과의 교통정리를 통해 경기 용인갑에 우선추천(전략공천)됐다. 이곳 역시 19대 총선 이후 국민의힘 전신 정당이 모두 승리한 곳이다. 양향자 개혁신당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 후보와 3파전이 유력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주진우(왼쪽) 전 법률비서관과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도 각각 부산 해운대갑, 경기 용인갑에 단수공천, 전략공천됐다. /주진우·이원모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은 현역 홍문표 의원이 경선을 포기하면서 양지로 꼽히는 충남 홍성·예산에 단수공천됐다. 윤 대통령의 정계 입문 때부터 가까이 보좌한 것으로 알려진 조지연 전 행정관은 윤두현 의원이 불출마한 경북 경산에 단수 공천을 받았다. 보수 강세 지역이지만 이곳에서 4선을 한 최경환 전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험지에 공천을 받은 이들도 있다. 전희경 전 정무1비서관이 단수공천 받은 경기 의정부갑은 2000년 16대 총선 이후 국민의힘이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곳이다. 또한 이승환 전 행정관, 장성민 전 미래전략기획관이 각각 단수공천을 받은 서울 중랑을(박홍근 의원), 경기 안산상록갑(전해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중진들이 버티고 있다.
신재경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은 인천 남동을에서 고주룡 전 인천시 대변인을 꺾고 자력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반면 컷오프(공천 배제)나 경선 탈락으로 공천 고배를 마신 대통령실 출신 인사는 현재 13명이다. 1,2차 경선 결과, 수도권에서는 당이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을 단수공천하면서 권오현(서울 중·성동갑) 전 행정관이 컷오프됐고, 김성용(송파병), 여명(서울 동대문갑) 전 행정관은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 외 지역에서는 김찬영(경북 구미갑), 성은경(대구 서구) 최지우(충북 제천단양), 이동석(충북 충주) 전 행정관은 모두 경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성회 전 종교다문화비서관(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과, 이창진(부산 연제구) 전 선임행정관, 김유진(부산진구을)과 이병훈(경북 포항시 남구울릉군), 이부형(포항북구) 전 행정관, 전 행정관 등은 컷오프됐다.
이 외에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인 곳도 있다.
부산사하을에선 정호윤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5선 조경태 의원에 맞서 대결 중이다. 청주 청원에선 서승우 전 자치행정비서관이 김수민 전 국회의원과 경선 경쟁에 들어갔다. 김포갑에서 김보현 전 대통령비서실 부속실 선임행정관과 박진호 전 당협위원장이, 구리에서 전지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나태근 전 당협위원장이 경선을 벌인다. 인천 연수을에서 김기흥 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민현주 전 연수을 당협위원장과 경쟁한다. 경기 수원무에선 김원재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행정관과 박재순 전 수원무 당협위원장이, 충남 천안병에선 신진영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이창수 전 중앙당 인권위원장이 맞붙는다.
'양지'로 분류되는 영남 지역 일부는 공천 방식·경선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구 북갑(양금희 의원 vs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 △구미을(김영식 의원 vs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 vs 허성우 전 국민제안비서관) △부산 서구·동구 (안병길 의원 vs 김인규 전 정무수석실행정관) △경남 창원 의창(김영선 의원 vs 배철순 전 정무수석실 행정관) 등 모두 현역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다. 또한 최춘식 국회의원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한 포천·가평 선거구에는 허청회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을 지낸 권신일 예비후보, 김성기 전 가평군수와 내부 경쟁 중이다.
용산 참모 출신이 예상과 달리 고전한 데는 정치 신인임에도 총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지역에 내려가 지역 기반을 제대로 다질 여유가 없었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또 현역 의원이 버티고 있는 양지에 다수가 도전하면서 현역 의원과의 경쟁력에서 밀렸다는 분석도 있다. 예전처럼 '대통령 프리미엄'이 작용하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참모들의 총선행에 대해 지난 7일 KBS와의 신년대담 방송에서 "총선 출마하러 나가겠다는 걸 막을 순 없지만 특혜라는 건 아예 기대도 하지 말고 공정한 룰에 따라서 뛰라고 했다. 대통령실 후광은 불가능하다"라고 한 바 있다.
총선에 도전장을 내민 장·차관 출신(현역 의원 포함) 17명 예비후보의 성적표도 예상보다 초라하다. 윤종진 전 국가보훈부 차관과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은 각각 김정재·송언석 의원과의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기순 전 여성가족부 차관도 세종을에서 패배했다. 한창섭 전 행정안전부 차관(상주문경)과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부산 진갑)은 컷오프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국민의힘 계양을 후보가 지난 23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계양산전통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장차관 출신들도 공천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험지 출마로 단수공천을 받아 본선행을 확정한 전직 장관들도 다수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현역으로 있는 인천 계양을에 자처해 출마했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당초 현 지역구인 서울 강남을 출마를 희망했지만 당의 요청으로 출마지를 변경해 서울 서대문을로 단수공천을 받았다. 이곳은 재선 김영호 민주당 의원이 버티고 있다.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김영진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경기 수원병으로 배치돼 탈환에 도전한다. 또 강원 원주을에는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차관, 천안갑에서는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각각 단수공천을 받았다.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대구 달성)과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서울 용산)은 본인의 현 지역구에 단수공천됐다.
경선을 중도 하차하는 경우도 나왔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낸 박민식 전 장관은 서울 영등포을 지역 경선을 최근 포기했다. 박 전 장관은 당초 경기 성남 분당을 출마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은혜 전 수석이 오면서 영등포을로 출마지를 옮겼다. 이후 박용찬 전 영등포을 당협위원장과 맞붙게 됐지만 중도 포기한 것이다.
치열한 내부 경쟁도 진행 중이다.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 중·성동을에서 하태경 의원, 이혜훈 전 의원과 3파전을 벌이고 있다. 황보승희 의원이 탈당해 불출마한 부산 중·영도는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경쟁하고 있다.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충남 천안을에서 이정만 전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장과 경선 중이다. 임종득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공천 신청한 영주영양봉화(울진)은 공천 방식이 미정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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