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성 갖는 기구 없어 협상 어려워"
대통령실은 "보건의료에 관한 인력수급 문제는 정부가 결정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대학원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대통령실은 "보건의료에 관한 인력수급 문제는 헌법이나 법률상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할 사안"이라며 2000명 증원 방침을 고수했다. 또 간호사, 한의사 등 보건의료 다른 직역 간 업무 조정은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중장기 과제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과대학 증원 인력이 연간 350명 수준이 적정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의에 "(의료계의) 의견을 들을 수는 있겠지만 합의하거나 협상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27일) 윤석열 대통령도 중앙지방협력회의 마무리발언에서 "의사를 얼마나 증원할거냐 하는 건 국가가 국민 관점에서 판단해서 결정할 문제"라며 "그건 타협의 대상 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응해 투입하고 있는 PA(진료보조 간호사·Physician Assistant) 등에 대한 법제화는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7부터 PA 간호사 등의 업무 범위를 각 병원에서 협의해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PA 간호사는 수술·처치·처방·환자 동의서 작성·회진 등 전공의와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지만, 현행 의료법상 엄격히 따지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에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 고소·고발 등 법적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이다. 하지만 법적 책임이 완전히 면책된다는 보장이 없어, 정부가 불법진료행위를 밀어붙이고 방치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간호 업계에선 윤 대통령이 지난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간호법 제정'을 재추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중증응급, 필수의료가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실제로 그 업무를 대체하고 있거나 그것을 메꿔주고 있는 PA 간호사 같은 직역에 대해서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협의를 해 가지고 하면 면책하는 것을 발표했다"면서도 "간호사와 의사 간에 직역의 구분 같은 것을 이번에 대폭적으로 개편하겠다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직역 간의 업무 영역의 문제이기 때문에, 또 의료법에 의료행위는 의사가 담당한다고 명시돼 있어서 (직역 업무 조정은) 중장기적으로 생각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간호사는 물론 약사, 한의사 등 다른 보건의료 직역 간의 업무 범위도 의료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의사들이 하고 있는 의료행위의 일부 영역을 다른 직역과 구분해서 제도화하는 문제는 지금 검토하고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이것은 중장기 과제로서 직역 간의 의견도 들어봐야 되고, 현실과 맞는 대안인지도 살펴봐야 되고, 국민 입장에서도 안전에 위협을 받으면 안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내용들을 지금 검토해서 지금 내놓겠다는 입장은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의료계와의 협상에 대해선 대화 채널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하겠다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지난주부터 의대 교수, 주요 병원장, 전공의 대표들을 물밑 접촉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의협(대한의사협회)은 대표성을 가지기가 좀 어렵다. 대표성 있는 기구나 구성원과 얘기해야 책임있게 실행할 수 있을 텐데 (지금처럼) 각자 접촉하는 방식으로는 굉장히 (협상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성을 갖춘 구성원들을 의료계 내에서 중지를 모아서 제안해 주십사라고 물밑 접촉을 하면서 계속 요청을 드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쪽의 합의를 전달받지 못했고, 같이 모여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