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명문정당→멸문정당'으로?…親文 고민정, 최고위 사퇴
입력: 2024.02.28 00:00 / 수정: 2024.02.28 00:00

임종석 전 비서실장, 서울중성동갑 컷오프…전현희 전략공천
친명 vs 비명 공천 내홍 심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공천을 진행할 수록 당내 사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현역 하위 평가를 받은 비명계 의원들은 향후 탈당 후 이낙연 전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로 떠날 것이라는 정치권 내 소문도 확산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공천을 진행할 수록 당내 '사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현역 하위 평가를 받은 비명계 의원들은 향후 탈당 후 이낙연 전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로 떠날 것이라는 정치권 내 소문도 확산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불공정 공천' 갈등이 폭발했다. 비명(이재명)계 의원은들은 27일 문재인 정부 인사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컷오프(공천 배제)되자 '명문정당'이 '멸문정당'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친문계 고민정 최고위원은 같은 날 공천을 둘러싼 당내 불신이 쌓였다며 당직 사퇴를 선언했다. 민주당을 탈당해 이낙연 전 대표 주도 '새로운미래'로 입당하는 등 불공정 공천 논란이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를 향하면서 당내 불만이 최고조에 이른 모습이다.

27일 민주당 전략공천위원회는 임 전 실장이 공천을 신청한 서울 중성동갑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친문계 대표 인사로 꼽히는 임 전 실장은 16, 17대 국회에서 중성동갑 국회의원을 지냈다. 임 전 실장은 그간 22대 총선에서 중성동갑에 출마하겠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지도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지도부는 전 전 위원장을 포함해 추미애 전 법무무 장관과 이언주 전 의원을 이른바 '여전사 3인방'으로 지칭하며 수도권 전략공천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지도부 내에서도 공천을 둘러싼 논란에 문제제기를 하며 직을 던진 최고위원도 나타났다. 앞서 지난 26일부터 최고위 회의 불참 의사를 밝힌 바 있는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당 지도부가 불공정 공천 논란 등과 관련해 당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27일 밝혔다. /배정한 기자
고 의원은 당 지도부가 불공정 공천 논란 등과 관련해 당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27일 밝혔다. /배정한 기자

그는 "제가 문제 제기했던 것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공천 갈등과 무전략에 대한 비판을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라며" (하지만) 돌아온 답은 '차라리 최고위원에서 물러나라'는 답이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의 공개 답변이어서 무겁게 듣지 않을 수 없었다"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4선 정성호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고 의원을 향해 "당무를 거부하려고 하면, 그 전에 본인이 최고위원을 못 하겠다고 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정 의원은 또 공천 논란과 관련해 "원래 공천 이후에는 좀 시끄럽다"라며 "(현역 평가 하위 20% 의원) 31명 중에서 다 비명만 있냐, 그렇지 않다. 비명이면서도 단수로 공천받은 많고, 친명으로 분류됐으면서도 경선한 분들이 많다"며 수습에 나섰다.

고 의원의 최고위원 사퇴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27명의 의원들이 자유발언에 나서며 '성토의 장'이 됐다. 의원들은 고 의원 사퇴 문제, '현역 제외 정체불명 여론조사 논란', 임 전 실장 컷오프 문제 등을 이 대표 면전에서 성토했다. 특히 홍영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총선의 목표가 윤석열 정권 심판인지, 이재명 사당화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홍 의원은 최근 이 대표가 기자들에게 '동료 평가에서 0점을 받아 컷오프된 현역 의원'을 거론하는 과정에서 웃음을 보였던 일을 언급하며 '남의 가죽 그렇게 벗기다간 자기 손도 피칠갑될 것'이라며 이 대표를 향해 강한 비판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홍익표 원내대표가 발언 수위를 조절해 달라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홍 의원은 의총장에 나와서도 "오늘만 보면 명문(明文)정당이 아니라 멸문(滅文)정당 아니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 의총에 불참했던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는 참석했으나 별도 발언은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의총 도중 나와 "의원님들이 여러 의견을 줬는데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의총에서 현역 제외 여론조사와 관련해 "총선 준비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여론조사를 돌렸다"라며 당 차원서 여론조사를 돌린 것이 맞다고 인정하며 유감을 표명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공천 과정에 불만을 품은 비명계 의원들의 새로운 행선지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가 유력하다고 꼽힌다. 이 전 대표와 김종민 의원. /배정한 기자
민주당의 공천 과정에 불만을 품은 비명계 의원들의 새로운 행선지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가 유력하다고 꼽힌다. 이 전 대표와 김종민 의원. /배정한 기자

이날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된 현역 의원들은 탈당을 시사하며 당내 갈등은 정점에 이르고 있다. 현역들이 탈당할 경우, 이낙연 전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로 옮겨갈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앞서 현역 평가 하위 20%를 통보받았다고 밝힌 박영순 의원은 이날 민주당을 탈당한 후 현역 의원 중에는 처음으로 새로운미래에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대전 대덕구에서 친명계 원외인사인 박정현 최고위원과의 경선이 예정돼 있었다. 그는 기자회견 이후 '본인 외 탈당을 의논한 의원이 몇 명이냐?'는 질문에 "몇 분은 그렇고(탈당 의사가 있고) 의미 있는 숫자가 도출될 거로 본다"고 예측했다.

앞서 하위 10% 통보 사실을 밝히며 민주당 탈당 의사를 밝힌 설훈 의원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고별사를 전했다. 설 의원은 28일 탈당 관련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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