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단행동 대응' 지자체 협력 당부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 설치해 총력 지원키로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의대 증원은 타협이나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 또한 올해 2학기부터 전면 실시하는 늘봄학교에 대해 지자체장의 협력을 당부했다. /뉴시스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전국 17개 시·도지사와 시·도 교육감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늘봄학교 준비 방안을 논의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료계 집단행동 대응, 올해 2학기부터 전면 실시하는 늘봄학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지자체와 공조를 강화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청와대 영빈관에서 '의료개혁'과 '2024년 늘봄학교 준비'와 관련해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했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중앙과 지방이 주요 국정현안과 지역 문제를 논의하는 정례 회의다. 중앙지방협력회의 개최 후 전국 17개 시·도지사와 시·도 교육감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먼저 "정부는 국민과 지역을 살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예고한 대로 의대 증원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6일 올해부터 2000명씩, 5년간 총 1만 명을 늘리는 증원 안을 발표했다. 동시에 의료인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특례를 적용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고, 필수의료 수가 집중 인상 등 보상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협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필수지역의료체계 붕괴 원인은 부족한 의사 수가 아니라며, 의대 증원 계획과 필수의료패키지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9일까지 전공의들이 현장 복귀할 경우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최후통첩을 날렸지만 의협은 내달 3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예고하며 강대강 대치 중이다.
윤 대통령은 헌법 제36조 3항에서 규정한 '국가의 국민 보건 보호 책무'를 언급한 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이러한 국가의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라며 의대 증원 규모를 타협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어 "과학적 근거 없이 직역의 이해관계만 내세워서 증원에 반대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 벌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지금 의대 증원을 해도 10년 뒤에나 의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어떻게 미루라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환자 진료 공백 방지를 위한 중앙과 지방의 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지키는 것은 정부가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다. 이런 사명에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환자 진료 공백 방지를 위해 중앙과 지방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참석한 시도지자체장에 의료 공백 대응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늘봄학교' 준비에 대해서도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늘봄학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2시간가량 초등학교에서 제공하는 돌봄 및 방과 후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늘봄학교 사업 실시 전면 확대 시점을 당초 2025년에서 올해로 앞당겼다. 올해 1학기 2700여 곳에서 운영한 후, 2학기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한다. 대상 학년도 올해 1학년에서 내년에는 2학년까지, 2026년에는 초등학교 모든 학생으로 늘린다. 대학 등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선 지자체 협력이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역별로 늘봄학교 참여 학교 수와 준비상황에 편차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2월 26일 기준 '2024학년도 1학기 늘봄학교 선정 현황'에 따르면 부산과 전남이 100% 참여율을 보였다. 이어 경기(73.30%), 제주(48.2%) 세종(47.2%), 충북(39.2%), 경북(32.1%), 경남(31.3%), 대구·대전(30.2%) 순이었다. 그러나 충남과 강원, 인천, 광주, 울산, 전북, 서울의 참여율은 30% 이하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은 "전국 어디에 살든 학부모들의 염려와 고민은 다르지 않다. 사는 지역 따라 혜택을 누리지 못하거나 정책 품질에 차이가 있어선 곤란하다"며 "이 문제만큼은 정치, 진영 다 떠나서 이해득실도 다 떠나서 아이들 위해서 모두가, 중앙과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를 만들어 중앙정부 차원에서 총력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나서야 한단 말이 있다. 지역의 기업, 대학, 민간, 전문가, 국민까지 우리 사회 전체가 한 마을이 돼서 소중한 아이들을 길러내는 데 함께 힘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하고 협력해서 좋은 프로그램 발굴하고 늘봄학교 뒷받침하는 촘촘한 협조체계가 잘 가동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주요 부처 장·차관 및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지자체에서는 지방4대협의체 회장과 시·도지사, 시·도 교육감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등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