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지역 예비후보들 "갑작스럽다" 반응
당내에서도 "뭔지 모르겠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26일 서울 강남 등 당 우세지역에 '국민추천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계양산전통시장을 찾아 상인회와 간담회를 갖고 있다. /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이 4·10 총선 지역구 후보 공천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26일 '국민추천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 등 당 우세지역 중 공천 보류 지역에 대해 기존의 공천 신청자 외 후보를 추가로 추천받는 방식이다. '현역불패'에 따라 '쇄신이 없다'는 지적을 돌파하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잠잠한 공천 과정에 이벤트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천 중반이 지난 시점이라 해당 지역구 예비후보들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29일 '쌍특검법(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이탈 표 단속을 위해 반발 가능성이 큰 지역구의 공천 심사를 미루려는 조치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민추천제 도입과 관련해 "선택권을 국민과 같이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격전지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많이 사랑해 준 곳이라면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분들을, 국민의 시각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떠냐는 아이디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는 그동안 비교적 높게 승리해 오는 지역의 경우 개인적·정치 역학적 관계로 사람을 배치해 온 면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민주당과 달리 그 선택권을 국민과 같이 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 등 국민의힘 우세지역에 대해 '국민추천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용 지역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공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논의 과정에서 나온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라며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대구·경북(TK)지역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언급된 서울 강남의 예비후보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예비후보는 통화에서 "오늘 처음 들었다"며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처음부터 얘기한 것도 아니고 공천 심사가 마무리에 접어드는 중에 무슨 소리인가 싶다"며 "염두에 둔 후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아직 검토 중이라고만 하는데 방식이나 시점은 언제 결정해서 시행하겠나"라고 봤다.
당내에서도 뜬금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추천제는) 처음듣는 용어"라며 "이런 식의 공모는 한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당내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 경선) 도입 주장은 있었다. 그런데 경선 후보부터 추천을 받겠다는 건 의아하다"며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사람을 경선에 올린다는 건지, 추천받은 사람들 중 공관위가 검토해 한 명을 선택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26일 6곳의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184곳의 심사를 마무리했다. /뉴시스 |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이날 YTN 라디오 <이슈&피플>에 출연해 "실제로 어떤 큰 효과가 있다기보다 지금 민주당 공천과 차별화하기 위한 이벤트 전략의 성격이 좀 더 강하다"고 봤다.
그는 "공천을 할 때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반전이 있거나 박수받을 공천을 먼저 해야 되고 비난의 소지가 있는 건 나중에 공천하는 것"이라며 '인식의 효과'를 들었다. 그는 "민주당은 비난받은 공천을 먼저 해서 그런 (안 좋은) 이미지를 형성했다"며 "국민의힘은 가장 강력한 동네인 서울 강남권과 대구·경북을 안 했다. 일부러 잡음이 적은 데를 먼저 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래 공천은 정당이 책임을 지는 건데 이게 비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국민추천제를 통해) 국민의 추천도 받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하나의 이벤트를 한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국민들이 추천해 봤자 실은 어차피 대부분 국민의힘 지지자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29일 '쌍특검법(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이탈 표를 단속하기 위해 공천 심사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YTN <뉴스 앤 이슈>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도 있어 혹시 이탈 표가 있을까 봐 이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26일) 국민의힘은 6곳의 공천 심사 결과를 추가로 발표하며 전국 253개 지역구 중 184곳의 공천 심사를 마무리했다. 127곳은 단수·우선추천으로 후보를 확정했으나 64곳은 공천 방식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중 당 우세지역인 서울 강남의 4곳을 비롯해 대구·경북(TK) 7곳이 보류 상태다. 강남 갑·을·병은 선거구 재조정이 논의되고 있으며 서초을은 3선의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이날 발표된 지역에는 보수 세가 강한 경북 경산이 포함됐다. 조지연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단수추천됐다. 다만 이 지역은 박근혜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전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는 곳이어서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 공관위는 '공천이 곧 당선'인 TK 공천을 이번 주 내로 결정할 방침이다. 장 사무총장은 TK 공천 심사에 대해 "이번 주 내로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