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 두고 당 지도부서도 이견
'컷오프' 이수진은 김병기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제기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공천을 두고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나와 내홍을 겪고 있다. 당 지도부는 연이은 친명계는 단수공천을 받고 비명계는 경선을 치르는 상황에도 '시스템 공천'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사진은 민주당 지도부.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을 앞두고 공천 작업에 속도를 붙이는 가운데, 이른바 '친명(이재명)횡재·비명횡사'로 인한 당 내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주말새 심야 최고위를 열어 격론을 벌였지만, 정작 비명계 의원들의 불만이 집중된 '불공정 여론조사 논란' 등은 빼고 논의했다. 당내 공천 불복자들은 연이어 지도부를 향해 강한 항의를 보이고 있어 당 지도부는 수습 방안을 두고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주말인 25일 21개 지역구에 대한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지도부를 포함한 친명계 의원(정청래·서영교·권칠승·이개호·김영진·백혜련·이재정·민병덕·한준호·김용민 등)들은 대거 단수공천을 받은 반면, 비명계 의원(박영순·송갑석·도종환·이용우)들은 2인 경선을 치르게 됐다.
특히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지역구인 이개호 의원의 경우, 당 지도부가 호남 지역은 경선이 원칙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단수공천을 받아 예비후보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담양·함평·영광·장성의 박노원·이석형 예비후보들은 공관위를 향해 단수공천을 철회하라고 항의 중이다. 관련해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특별당규에 따르면 혼자 출마하는 경우와 상대 후보와 격차가 심각하게 나면 단수로 선정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이런 조건을 충족한다"고 답변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저녁 8시에 심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 현안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 최근 공천 문제로 당내 잡음이 큰 만큼, 당 지도부가 논란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였다. 3시간여 회의 끝에 권 수석대변인은 공천이 비명계 의원들에게만 불리하다는 의견과 관련해 "민주당은 1년 전 확정한 특별당규에 의해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며 논란 수습에 나섰다.
강병원 의원은 현직 강원도당위원장인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이 자신의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 것을 두고 공관위에 재심 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사진은 강 의원. /이새롬 기자 |
회의에서는 비명계 강병원 의원의 지역구에 현직 강원도당위원장이자 친명계 원외 후보인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이 공천을 신청한 것을 두고 지도부 간 설전이 오갔다고 한다. 김 전 구청장은 지도부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으나 결국 경선 후보로 선정됐다. 회의에서 홍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의 경고 조치에도 김 전 구청장과 강 의원 간 경선이 확정된 상황에 이견을 냈다고 한다. 강 의원은 공관위의 결정에 반발해 재심 신청을 했으나, 공관위는 이를 기각했다.
공천 작업이 진행될수록 당내 반발의 목소리는 커지며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는 지도부와 '이재명 사천'이라는 의원들 사이 당 내홍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는 주말 사이 현역 의원을 제외하고 후보 적합도 조사를 전국적으로 시행해 논란이 된 조사업체(리서치DNA)를 경선 여론조사에서 제외했으나, 이를 두고도 현역 의원들 사이 갑론을박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당 지도부에서부터도 친문계 고민정 최고위원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이에 고 의원이 지도부의 공천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최고위에 불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공천이 배제된 현역 의원들의 반발도 계속됐다. 노웅래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서울 마포갑)전략지역구로 선정된 것에 반발해 당대표 회의실을 점거하고 닷새째 단식 농성 중이다. 노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전략지역구 선정 이유가 '부정한 돈을 수수했다는 사실인정에 따른 도덕성 기준'이라면) 지금 당헌당규 규정이 안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에 당이 특별당규를 만들어 '무죄추정' 원칙을 세웠다"라고 반발했다. 자신을 향한 지도부의 '컷오프' 결정은 시스템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마찬가지로 전략지역구 선정으로 컷오프돼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친명계이자 동작갑 지역구인 김병기 의원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자신을 향해 악성 댓글을 다는 이 대표 지지자들을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의원은 김 의원이 민주당 후보자검증위원장이던 당시 지역 예비후보로 출마를 준비하던 원외 인사 2인이 김 의원에게 돈을 건넸고, 약 6개월 뒤 김 의원이 돈을 돌려줬다며 김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당시 해당 내용을 당대표실에 전달했지만 묵살됐다고 주장 중이다. 김 의원은 이에 즉각 반박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내에서는 '정권심판론'으로 총선 승리를 장담했던 민주당이 당 내분 노출로 지지율이 깎여 패색이 짙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남용희 기자 |
당내에서는 '정권심판론'으로 총선 승리를 장담했던 민주당이 당 내분으로 승기를 뺏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 내홍이 지속될 수록,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뒤지고 있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
현역 평가 하위 10% 통보 사실을 밝혔던 NY계 설훈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아무리 있다고 해도 당무를 정상적으로 볼 각오를 해야 하는데 그걸 못 하고 있다. 밑에서 그냥 개판을 쳐도 모를 거라고 본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은) 개판이다"라며 당 지도부를 직격했다. 설 의원은 제3지대 합류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던 비명계 송갑석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라 아예 뒤집힌 운동장 같은 느낌이다. 친명 중심, 지도부 중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한 데 그렇지 못해서 굉장히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