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박덕흠·김선교 본선 진출…쇄신없는 與 시스템 공천
입력: 2024.02.26 11:48 / 수정: 2024.02.26 11:48

5선 정우택, 3선 박덕흠·이종배 경선 승리
'의원직 상실' 김선교도 본선행
전문가들 "안정 공천 택해…본선 경쟁력 상실 우려"


국민의힘이 지역구에서 진행한 경선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사진은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총선 후보 1차 경선 결과 발표를 하기 위해 입장하는 모습. /뉴시스
국민의힘이 지역구에서 진행한 경선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사진은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총선 후보 1차 경선 결과 발표를 하기 위해 입장하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국민의힘이 지역구에서 진행한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페널티를 받고도 다선 의원들 다수가 본선행을 확정 지으면서 물갈이 없는 공천이 계속되고 있다. 돈봉투 논란에 휩싸인 정우택 의원과 의원직을 상실했던 김선교 전 의원 등도 공천을 받아 논란이 일 전망이다. 공천 잡음 대신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전체적인 구도에서 당의 본선 경쟁력은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역구 19곳에서 진행한 1차 경선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23~24일 이틀간 진행된 경선에서 5선의 정우택(충북 청주 상당) 의원, 3선의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 이종배(충주) 의원, 초선의 엄태영(제천·단양) 의원과 장동혁(충남 보령·서천)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했다.

정 의원과 박 의원, 이 의원은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15%의 페널티를 적용받고도 각각 양자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5명 중 3명의 의원은 현역 평가 하위 30%에 속해 20%의 감산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최대 35%의 페널티에도 경선에서 승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적 쇄신이 현역 프리미엄에 막혔다는 평가다. 당이 도입한 시스템 공천이 현역에게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이 있는 의원들도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정우택 의원은 2022년 지역의 한 카페 사장으로부터 돈봉투를 받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돼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정 의원은 돈봉투를 바로 돌려줬고, 이후 공식 후원금으로 회계처리를 했다며 적극 반박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은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과의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6선에 도전하게 됐다.

박덕흠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있으면서 피감기관들로부터 가족회사가 수천억 원대 공사를 수주했다는 '이해 충돌'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2020년 9월 탈당했다가 약 15개월 만에 조용히 복당했다. 복당 이후인 2022년 6월 경찰은 박 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경기 여주·양평에서는 지난해 의원직을 상실했던 김선교 전 의원이 비례대표 이철규 의원을 꺾고 공천을 받아 논란이다. 김 전 의원은 불법 후원금을 모집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지만 회계책임자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현역 의원들이 대거 선전하면서 신인들의 국회 입성은 어려워졌다. 최지우 전 대통령 법률비서관실 행정관은 엄태영 의원에게 졌고, 이동석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이종배 의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서울 동대문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여명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경기 포천·가평에서 3선을 지낸 김영우 전 의원에 밀렸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현역에 유리하게 공천 시스템이 설계된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정하다고 평가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현역들이 지역 관리를 굉장히 잘했거나 경쟁 후보의 지명도가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게 됐다"라며 "어떤 분은 20% 이상 (페널티를) 극복해 살아남은 분도 있다. 지역구 관리를 엄청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여론조사업체의 각 선거구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고 있다. /뉴시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여론조사업체의 각 선거구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 공천에 큰 잡음은 없다고 대부분 평가한다.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가 없는 것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우세했던 21대 선거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지역구 경쟁력이 그대로 증명된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쇄신 대신 안정을 택하면서 화제성을 잃었다고도 평가한다. 공천 과정에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다선 의원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본선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기본적으로 현역 생존율이 70% 이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택한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라서 경쟁력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고, '윤한 갈등'으로 당의 리더십이 흔들린 상황에서 현역 대거 이탈을 막기 위해 안정적 공천을 택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 당이 어떤 미래로 갈지 유권자들은 평가하는데 그 점에 대해선 높은 점수를 못받는다. 참신하지 못한 인사들을 내세울 때 과연 총선에서 1당이 될 수 있는가 의문부호가 남는다"라고 덧붙였다.

한동훈 위원장은 26일 출근길에서 "지난 선거에서 우리 당은 너무나 심하게 졌고 그 아비규환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현역이다. 현역 중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살아남았다. 30% 가까이 중진은 (점수가) 깎였는데 거기서도 이기지 못하는 신인이라면 본선 경쟁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끝까지 보면 상당 부분 많은 쇄신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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