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스템 공천" 일축…'탈당' 이수진 "이재명 백현동 거짓말"
공천 갈등 첩첩산중…당내 탈당러쉬 조짐도
공천 갈등으로 인한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차 본회의에 친명계로 분류되는 박성준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더불어민주당에 터진 '공천 파동'이 악화일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시스템에 따라 합리적 기준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골라내고 있는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현역 의원들이 하나둘씩 들고 일어나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제외한 정체불명의 여론조사, 의정활동 하위 20% 통보, 전략지역구 지정 등 공천에 따른 잡음으로 당이 뒤숭숭한 가운데, 이대로면 총선에서 참패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관망도 나온다.
22일 민주당에 또다시 폭풍이 몰아쳤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전략지역구 지정으로 당내 반란이 터진 것. 이날 공관위는 노웅래(4선·서울 마포갑) 이수진(초선·서울 동작을) 김민철(초선·경기 의정부을) 양기대(초선·경기 광명을) 의원을 공천배제했다. 반면 친명계로 꼽히는 장경태(초선·서울 동대문을), 박찬대(재선·인천 연수갑) 최고위원은 공천 확정됐고, 안규백(4선·서울 동대문갑) 전략공천위원장도 단수 공천됐다.
전략지역은 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 등의 판단에 따라, 경선없이 영입 인재 등을 전략 공천하거나 제한 경선 방식으로 후보를 확정한다. 이 의원은 "저를 모함하며 버리고자 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다"며 "지난주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리더의 최대 덕목은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이다. 리더십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며 곧바로 탈당을 선언했다. 노 의원은 "공관위는 이재명 지도부에 놀아나는 꼭두각시"라며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의정평가 재심청구 기각에 관련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하위 10% 평가를 받은 박 의원은 재심 신청을 했으나, 하루 만에 기각 통보를 받았다./배정한 기자 |
또다른 곳에서는 하위 20% 발표로 인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20%를 통보받은 의원들이 공관위에 이의신청을 진행하면서다. 현재까지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20%를 통보받은 후 이를 공개적으로 밝힌 이들은 김한정·박용진·박영순·윤영찬(이상 하위 10%), 송갑석·김영주(이상 11~20% 구간) 의원 등 6명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하위 10% 해당자는 경선에서 30% 감점을, 11~20% 해당자는 20% 감점을 받는다. 특히 박용진 의원과 송 의원은 공관위에 재심 신청을 했지만, 하루 만에 기각 통보를 받았다. 박 의원은 "학생이 시험지는 볼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반발했다 .
이 같은 내홍에 이 대표는 "언제나 경쟁 과정에선 본인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기에 불평이 생길 수밖에 없고, 당원들 사이에서 누군 일등하고 누군 꼴등 할 수밖에 없다"며 추스렸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하위 20% 의원들이 평가 결과 공개를 요구한 것에 대해 "(평가 기준에서) 5대 비리에 해당한다면 도덕성 평가 50점을 0점을 하게 돼 있다고 한다. 채용 비리가 문제 됐는데 소명하지 못하면 0점인 것"이라며 "동료 의원 평가에서 거의 0점을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 짐작할 수 있는 분일 것 같다"라고도 했다.
민주당에 드리워진 갖은 공천 악재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하위 20% 통보가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 컷오프된 의원들을 향한 제3지대의 영입전도 치열해진 탓이다. 이낙연 새로운시대 공동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사욕에 민주당이 자멸하고 있는 것 같다"며 "새로운미래에 합류해주시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고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실제 새로운미래는 비명계 민주당 의원들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하위 20% 명단 통보가 다 끝나면 10명 안팎의 '탈당 러쉬'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야권 표 분열로 여권에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대로면 민주당 참패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연구원 부원장 출신인 최병천 전 부원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금 상태라면 민주당은 120석 내외, 국민의힘은 160대 중반 정도의 당선자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집필한 <이기는 정치학>에서 최 전 부원장은 민주당 139석 및 국민의힘 144석을 전망했는데, 예상보다 상황이 악화일로라는 것. 최 전 부원장은 "이대로면 봉합이 어렵다"라며 "선거는 언제나 유권자 연합인데, 이재명 사천 논란과 공천 갈등이 유권자들을 두 동강, 세 동강 내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 민주당 후보는 통화에서 "당이 대체 왜 이러느냐"며 "친명·비명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하고 싸워야 하는데, 그들이 지금 얼마나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겠느냐"며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말 기가 막힌 상황들이 올 텐데 대체 뭘 하고 있느냐. 한심해 죽을 지경"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