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곳곳에 녹슬고 먼지 쌓인 방치 자전거 상당수
국회 "올해 상반기 중 현황 조사해 처리 예정"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 인근 자전거 보관대에 오랜 기간 무단 방치된 자전거들. 먼지가 가득 쌓이고 녹이 심하게 슨 무단 방치 자전거가 보관대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 /국회=신진환 기자 |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 동편. 건물과 맞닿아 있는 보관대에 자전거들이 잔뜩 묶여 있었다. 한눈에 봐도 오래 방치된 자전거들이 보였다. 자전거 전체에 먼지가 쌓여 있거나 심하게 녹이 슨 자전거는 깨끗한 자전거와 생김새부터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무단 방치된 자전거는 공통으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한 자전거 뒷좌석에 국회 측이 붙인 안내문이 눈길을 끌었다. 철거를 예고하는 글이었다. 안내문에는 '현행법에 의거해 무단으로 방치된 자전거를 이동할 예정이다. 향후 이동 예정일 이후에도 동일 장소에 자전거가 방치돼 있으면 이동하오니 양지하시기 바란다'고 쓰여 있었다. 이동 예정일이 2021년 11월 30일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2년 3개월 동안 방치된 것이다.
기자들이 상주하는 소통관 건물과 인접한 의원회관 서편에 마련된 자전거 거치대의 상황도 비슷했다. 50여 대의 주차된 자전거 가운데 20여 대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보관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일부 자전거는 앞바퀴가 꺾여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심지어 한 자전거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사실상 폐자전거로 봐도 무방해 보였다. 오랜 기간 관리 자체가 안 된 것처럼 보였다.
그나마 본관과 소통관 인근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는 상황이 나았다. 오래 방치된 것처럼 보이는 자전거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질서정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일부 오래 방치된 것처럼 보이는 자전거 몇몇대가 있었지만, 의원회관 쪽 상황보다는 나았다. 때문에 이용자가 얼마든지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도 넉넉했다.
철거를 예고하는 내용의 안내문에 먼지가 쌓인 모습. 이동 예정일이 2021년 11월 30일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2년 3개월 동안 방치된 자전거로 추정된다. /국회=신진환 기자 |
왜 폐자전거가흉물스럽게 방치됐을까. 한 보좌직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한곳에 오래 있는 자전거를 보기도 했고, 지금은 없어진 오토바이가 몇 달 동안 있었던 것도 봤다"면서 "사실 여부는 정확히 알지 모르지만, 자전거를 이용했던 시민들이나 일부 보좌직원들이 버렸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국회 관계자는 "육안으로 봤을 때 녹이 슬었거나 먼지가 많이 쌓였거나 이렇게 명백하게 방치됐다고 보이는 자전거를 사진으로 찍어 한 달 정도 주인을 찾아보고, 도로 가져가는 사람이 없으면 구청에 넘겨 재활용하거나 폐기 처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단 방치된 자전거는 관할 지자체가 공고 이후 처분할 수 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10일 이상 공공장소에 무단으로 방치돼 통행을 방해하는 자전거를 이동해 보관해야 하고, 그날부터 14일간 해당 지자체 게시판과 인터넷에 자전거가 방치됐던 장소 및 자전거를 보관한 장소, 종류와 제조회사명 등 사항을 공고해야 한다.
이후 지자체는 공고 기간 안에 자전거 소유자가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해 매각, 기증, 공영자전거 운영 사업에 활용, 폐기 처분 등의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 매각의 경우 현행법에 따라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가액 이하의 자전거는 수의계약에 의해 매각할 수 있으며, 매각대금은 1년간 보관한 후 해당 지자체 금고에 귀속된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회를 공공장소로 봐야 하지만 저희가 따로 경내로 들어가 수거하지는 않는다. 국회에서 협조 요청하면 수거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 무단 방치 자전거 처분 공고를 두 차례(2020년 1월·2021년 3월) 했다. 국회 관계자는 "2022년과 2023년은 (방치 자전거) 수량이 적어 처리하지 않았다"며 "올해는 상반기 중 현황을 조사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