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험지 출마자들 "나서주면 감사한 일...가릴 처지 아니야"
당 지도부 "고려하지 않아"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이동률·임영무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총선을 두 달여 남기고 국민의힘 내에서는 수도권 전략을 두고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거론된다. 중도층의 지지를 받는 두 사람이 나서면 수도권 선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에서다. 당사자들과 당 지도부가 선을 그은 가운데 수도권 열세지역 예비후보들은 내심 인 전 위원장과 유 전 의원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민의힘은 면접 이틀째인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경기1·전북·인천 지역구의 면접을 진행했다. 경기1은 국민의힘 열세지역인 수원·성남 등이 포함됐다. 경기 지역의 한 예비후보는 <더팩트>와 만나 "누굴 가릴 상황이 아니다. 지역에서 문전박대당하는 일이 많다"면서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인 전 위원장과 유 전 의원이 나서준다면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도 "나서준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역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반응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 전 위원장이나 유 전 의원이 돕는다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예비후보도 통화에서 "출마가 아니더라도 인 전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유 전 의원은 당내에서 껄끄러워하는 분들이 많다"면서도 "지금 그런 걸 가릴 처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 차출설에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온 유 전 의원에 대해서는 껄끄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당사자들과 당 지도부는 선을 그었다. 인 전 위원장은 출마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인 전 위원장의 서울 종로 차출설에 대해 "당에서는 종로를 제안한 적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인 전 위원장이 출마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종로를 얘기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인 전 위원장은 앞서 혁신위 시절에 "(연고지인)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장 사무총장은 유 전 의원에 대해서도 "진행되거나 검토된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위원장도 "포용해야 강해진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유 전 의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은 전날(1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다양성 있는 공천 범위에 유승민 전 의원도 포함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쓴소리도 발전을 위한 쓴소리가 있고 감정적인 쓴소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구분은 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누구를 특정해서 말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포용도 최소한의 기강을 전제로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유 전 의원의 감정의 골이 깊은 만큼 선거에 가까워지면서 윤 대통령과 추가적인 갈등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 전 의원도 앞서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오산 차출설이 나왔으나 즉각 부인한 바 있다. 앞서 유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당 잔류를 선언하면서 일각에서 유 전 의원의 '수도권 역할론'이 불거졌다. 유 전 의원이 윤 대통령과 당에 쓴소리를 이어온 데다 경기지사 출마도 준비했기 때문에 경기의 여당 약세 지역구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유 전 의원 또한 '불출마'를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고 '공천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당이 요청이 있다면 유 전 의원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다만 인 전 위원장과 달리 유 전 의원에 대해서는 껄끄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인 전 위원장은 혁신위원장으로서 당의 혁신을 시도했다. 반면 유 전 의원은 '비윤'으로 쓴소리를 쏟아내며 중도층의 지지를 받았지만 '정도가 지나쳤다'는 평가가 많다. 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비판을 넘어선 원색적인 비난"이라며 "유 전 의원이 당의 뜻에 따를지, 당을 위해 희생할지 모르겠다. 어디서나 항상 비판만 하면서 자기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경기지역 예비후보도 유 전 의원 역할론에 대해 "유 전 의원이 나서도 전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험지에 출마한다 해도 그 지역에서만 화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회의적으로 봤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당에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하는데 선거에서 괜한 갈등이 불거진다면 악영향만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