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창당에 민주당 '빠른 손절'?…'처럼회'도 조용
입력: 2024.02.15 00:00 / 수정: 2024.02.15 00:00

'선거연합' 가능성 제기했던 '처럼회' 의원들, 조국 창당엔 침묵
"조국, 진보 진영 선거 참여 이끌 수도" 장밋빛 전망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검찰 독재와 싸우겠다며 13일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조 전 장관이 합류하는 것이 악영향을 미칠까 거리두기에 나선 모습이다. /서예원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검찰 독재'와 싸우겠다며 13일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조 전 장관이 합류하는 것이 악영향을 미칠까 거리두기에 나선 모습이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신당 창당을 선언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거리를 두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창당 행보에 연합비례정당 연대는 없을 것이라며 '조국의 강' 건너기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특히 과거 조 전 장관을 적극 지지했던 민주당 초선 의원모임 '처럼회'를 포함해 당내 의원들도 조국 신당과 관련해 침묵하고 있다.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조 전 장관의 리스크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 전 장관은 13일 부산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한 데 이어 14일 광주를 찾아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조 전 장관은 이날 "뚜벅뚜벅 제 길을 가겠다"라며 "민주당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야권 통합 비례정당을 추진 중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절체절명의 역사적 선거에서 조 전 장관의 독자적 창당은 결코 국민의 승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할 것"이라며 조 전 장관과의 연대 가능성을 부인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조 전 장관은 "박 의원이나 민주당 지도부나 저와 같은 점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윤석열 독재정권을 물리치는 것과 민생과 경제를 회복하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이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타 정당으로 총선에 나서더라도 '정권심판론'이라는 큰 틀 안에서 민주당과 자신은 결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의 신당 창당 선언에 민주당은 쥐 죽은 듯 조용한 분위기다. 조 전 장관이 선거에 뛰어들며 민주당에 '내로남불' 이미지를 덧씌워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여권은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택해 2심 실형을 받은 조 전 장관의 출마 길을 열어준 셈이라며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신당 창당을 두고 응원의 뜻을 밝힌 민주당 의원은 정청래 최고위원이 유일하다. 사진은 조 전 장관. /장윤석 기자
조 전 장관의 신당 창당을 두고 응원의 뜻을 밝힌 민주당 의원은 정청래 최고위원이 유일하다. 사진은 조 전 장관. /장윤석 기자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놓고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유일하게 정청래 최고위원이 향후 조 전 장관과의 연대 의사를 열어뒀다. 그는 13일 자신의 SNS에 "현실 정치 참여 선언의 결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동안 온갖 고초를 잘 견뎌왔다. 어떤 모양으로 같이 할지는 모르겠으나 정권 심판의 큰 바다에서 함께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따로 또 같이"라고 말했다.

당내 강경 초선 모임인 '처럼회'(최강욱(전)·김남국(탈당)·김의겸·김용민·민형배·양이원영·이수진(동작)·장경태·민병덕·김승원 등)도 조 전 장관의 신당 창당 선언에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처럼회는 '검찰개혁' 관련 공부 모임으로 시작됐다. 이들 중 일부는 그간 '검찰 독재'의 피해자라고 강조하며 조 전 장관을 향한 각별한 지지를 보내왔다. 지난해 말 조 전 장관의 신당 창당설이 제기될 때도 김용민·민형배 의원 등은 선거연합을 언급하며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둔 바 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신당 창당 선언 이후 처럼회 소속 의원들의 개인 SNS를 포함해 공식 석상에서 이들이 조 전 장관의 신당과 관련한 의견을 직접적으로 낸 적은 없다. 다만 민 의원은 조 전 장관의 광주 5·18민주묘지 참배에 함께 했다.

친명계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조 전 장관의 출마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며 구분 짓기에 나섰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을 강조하는 만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요소들은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은 조 전 장관을 두고 신당 창당이 바람직한지 다시 생각해보라며 민주당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사진은 정 의원과 이재명 대표. /남용희 기자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은 조 전 장관을 두고 신당 창당이 바람직한지 다시 생각해보라며 민주당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사진은 정 의원과 이재명 대표. /남용희 기자

정성호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을 향해 "출마할 자유가 있고 정당 설립의 자유도 있지만 과연 본인이 정당 설립으로 출마하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대변인도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인데, 조 전 장관이 같이 전선을 형성한다면 유권자 입장에서는 복잡할 수 있다"며 "문재인 정권 심판이나 조 전 장관이 (총선의) 새로운 이슈로 또 부각된다면 전선 자체가 흐트러질 수가 있다. 단일전선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의 출마가 민주 진영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에서는 (선거 악영향 등) 불똥이 튈까 봐 우려하고 있지만, 조 전 장관이 (선거에 참여해) 자기 나름의 밭을 일구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며 "조 전 장관처럼 팬덤이 있는 사람이 선거에 나와서 움직여지면 전반적인 선거 분위기는 진보 쪽으로 오히려 살아나지 않겠나. 정치 참여 면에서는 우리 쪽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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