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천 면접' 시작...예비후보들 "공정한 공천, 적임자는 나"
입력: 2024.02.13 20:34 / 수정: 2024.02.13 20:34

대통령실·내각 출신 "尹 후광 없어"
'김성태 컷오프' 여진 계속...김성태 "공정하지 않아"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4·10 총선 공천 신청자에 대한 면접이 열린 가운데, 서울 중구 성동을 예비후보인 이영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이혜훈 전 의원, 하태경 의원(오른쪽부터)이 면접을 보고 있다. /이새롬 기자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4·10 총선 공천 신청자에 대한 면접이 열린 가운데, 서울 중구 성동을 예비후보인 이영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이혜훈 전 의원, 하태경 의원(오른쪽부터)이 면접을 보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이 4·10 총선을 앞두고 후보 공천을 위한 면접 심사에 13일 돌입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후보들은 공천의 공정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후보가 몰린 일부 지역구에서는 후보 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 면접은 한 지역구의 예비후보가 동시에 참여하는 다대다 방식으로 진행됐다. 3명 이상이 경쟁하는 지역구 면접에서는 그동안의 지역구 활동과 주요 지역현안을 물었다. 단독 신청, 양자구도 지역구의 경우에는 본선 경쟁력과 선거전략을 묻는 질문이 이뤄졌다.

◆ 대통령실·내각 출신들 "공천 공정해야...尹 후광 없어"

예비후보들은 '공정한 공천'을 입을 모아 강조했다. 서울 동대문갑의 김영우 전 의원은 "이번 한동훈 비대위가 이끄는 공관위는 특정인에 대해 차별이나 혜택을 주지 않는 걸로 이해하고 있다. 여러 번 그걸 느꼈다"며 "용산에서 근무했건 그렇지 않건 역차별이나 특혜는 없다. 그런 게 있다면 한동훈 비대위의 존재 가치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비대위가 발족한 건 개혁적으로 나가야 하고 민주당에 맞서 공정과 상식, 원칙에 맞는 공천으로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라며 "역차별이나 특혜가 있다면 이번 총선은 '폭망'한다. 그런 느낌은 없고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부 예비후보는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울 중·성동갑에서 윤희숙 전 의원과 맞붙는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권오현 예비후보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전 의원의 출마를 직접 거론한 것과 관련해 "공정한 룰이 지켜져야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공관위는 독립적으로 공천 심사를 하는 곳인데 특정 인물을 비대위원장이 말하면 인지도가 쏠리는 상황이 된다"며 "지역에 가면 한 위원장이 언급한 후 윤 전 의원으로 후보가 확정된 거냐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후보가 경쟁력 있다고 말씀하신 건 이해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그런 말을 하게 되면 지역 민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실이 대통령실 출신 출마자 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당사자들은 적극 반박했다. 권 예비후보는 "전혀 후광 받지 않는다"며 "저는 험지에 찾아왔다. 대통령실에서 출마한다고 특혜받은 게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행정관 출신인 서울 중랑을의 이승환 예비후보도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이 누가 하라해서 하고 가라해서 가지 않는다"며 "본인이 본인 의지로 출마하셨듯 저희 대통령실 참모들 역시 꽃길 깔아주는 게 절대 없다"고 했다.

서울 중·성동을에서 하태경 의원·이혜훈 전 의원과 3파전을 벌이는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동의하기 힘들다"며 "대통령께서도 장관 출신들의 공천 과정에 대해 정확히 모르신다는 말을 여러 분들께 건네 들었다. (대통령이 말한 대로) 당에 (공천을) 위임하셨던 것 같고 저도 당과 얘기할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 전 장관은 지역구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도 "오늘 면접을 봤고 면접 결과를 충실히 기다리겠다"면서도 "제가 지역구를 굉장히 오래 뒤에 결정했는데 당의 고민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앞으로도 협조 의지가 있다"고 지역구 변경 가능성을 내비쳤다.

◆ 예비후보들 "공정한 공천 기대...적임자는 나"

예비후보들은 "공정한 경선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면서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싸움도 잊지 않았다. 중·성동을의 하 의원과 이 전 의원은 각각 "지역구 변경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 의원은 "저는 남은 정치 인생을 중·성동을에 바치겠다고 했고 절대 다른 곳에 갈 수 없다고 딱 잘라 답했다"고 전했다. 이 전 의원도 "지역구 조정 의사가 전혀 없다. 제일 먼저 신청한 제가 조정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서울 마포갑에서 경쟁을 펼치는 신지호 전 의원과 조정훈 의원은 '친윤 경쟁'을 벌였다. 신 전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제가 윤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소개되고 있는데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캠프에서도 있었고 최근에도 대통령과 꾸준히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기는 후보가 충신"이라며 "친윤, 대통령 측근보다 253개 지역구 모두 가장 승률이 높은,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은 후보를 공천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서울 양천갑의 정미경 전 의원은 경쟁자인 조수진 의원을 직접 겨냥했다. 정 전 의원은 "국민의힘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양천갑을 반드시 탈환해야 하는 지역이라 말씀하시며 출마를 권유하셨다"며 "당시 양천갑 당협위원회 상황이 갈등이 심하고 내부 고소·고발이 심했다. 분열이 심해 이대로 가면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며 40여 분이 저를 찾아와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양천갑 당협위원장을 지냈다. 정 전 의원은 "저는 이걸 모두 통합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게 '신삥'으로는 안 되고 경험 많고 노련한 분이 와야 한다는 요청이 있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꽃밭 경쟁'으로 비판받은 서울 강남을의 박진 전 외교부 장관과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지낸 이원모 예비후보는 모두 "당의 뜻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 예비후보는 "당의 뜻에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말씀드렸고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 당에서 현명하게 잘 판단해 결정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은 비판에 대해 "강남을은 20대 총선에서 빼앗기고 21대 총선에서 제가 탈환한 지역이다. 쉬운 지역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물론 수도권 승리가 중요한 만큼 서울에서 4선 의원을 지낸 사람으로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헌신할 각오가 돼 있다"며 "모든 것은 당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다만 험지인 경기 고양 차출설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공관위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4·10 총선 후보 공천을 위한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혜훈 전 의원, 하태경 의원. /이새롬 기자
국민의힘 공관위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4·10 총선 후보 공천을 위한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혜훈 전 의원, 하태경 의원. /이새롬 기자

◆ 지역 민심은 尹 보다는 韓? 험지 출마자들 "민심, 아직 차가워"

일부 예비후보들은 지역의 민심도 전했다. 서울 동대문을의 김경진 전 의원은 "한 위원장이 오고 분위기가 좋아졌다. 30~40대 여성들이 전에는 눈길도 안 줬는데 요새는 준다"며 "한 위원장이 상황을 정확히 짚어 가식 없이 본인의 생각을 말하니까 그 진정성이 국민들께 전달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민주당 세가 강한 '험지'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에게서는 우려가 나왔다. 서울 동대문갑의 김영우 전 의원은 "여러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의식적인 정치공작이 있었다는 건 세상이 다 안다"면서도 "그런 공작에 대해 김건희 여사의 대응이나 대통령의 대응,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발표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민심이 분명히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 구로갑에 도전장을 내민 비대위 대변인인 호준석 예비후보는 '운동권 청산론'에 대해 "젊은 세대들이 무슨 말인지, 왜 청산해야 하는지 체감을 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갑의 장진영 예비후보도 "반(反) 운동권 정서는 우리 지역에서 찾아보긴 어렵다"며 "운동권에 대한 반감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전병헌 전 구청장 등 경선을 신청한 사람들을 자격심사위원회에서 잘라버린 데 대한 불공정 이슈가 더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보다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가 훨씬 크다"고 지역 민심을 전했다.

서울 강서을 출마를 선언한 박대수 의원은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대해 "우리가 사과해야 한다"고 지역 민심을 전했다. 그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사면·복권되고 당이 공천을 한 데 대해 현장에서 잘못됐다고 많이 이야기하신다"며 "그런 일 없게 하라고 말씀하셔서 알았다고 대답한다. 겸허히 민심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 '김성태 컷오프' 여진 계속...홍준표 "김성태보다 헌신한 사람 있나" 일침

박 의원은 이어 공천 배제(컷오프)된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제기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개입설에 대해서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누가 나오라 해서 나오고 그런 건 절대 아니다"라며 "박성민 의원 등으로부터 지역구 추천을 받은 적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이 (지역에서) 열심히 하셨다. 거기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라며 "(김 전 의원에게 출마에 대해) 전화드리고 다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과 항의 시위를 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자녀 취업비리로 유죄를 선고받은 뒤 사면·복권됐으나 당의 '4대 부적격 비리'에 해당해 컷오프됐다. 그는 '윤핵관'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컷오프시켰다고 주장하면서 박성민·이철규 의원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짜인 각본을 시스템 공천이라고 우기면 차후 당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할 사람은 없어질 것"이라며 "민주당은 적격심사를 통해 걸러내는데 김성태 한 명 잡기 위해 시스템 공천 운운은 가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의신청 받아들이시고 경선으로 후보 정하시는 게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에 대한 예의"라며 "지금 지도부에 이당을 위해 김성태만큼 헌신과 희생을 한 사람 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때도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다가 참패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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